[Opinion] 거인: 아픈만큼 큰다? [영화]

아픈만큼 작아진다.
글 입력 2017.07.09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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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주인공 '영재'는 지긋지긋한 집을 나와 성당에서 후원을 받는 보호시설인 그룹 홈에서 살고 있다. 열일곱이라는 나이로 이제 시설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가야 하지만 무책임한 아버지 집으로는 돌아가고 싶어 하지 않는다. 신학교에 진학해 신부님이 되겠다며 성당도 열심히 나가고 그룹 홈 원장 부부 앞에서 온갖 싹싹한 짓은 다하지만 뒤에서는 후원물품들을 빼돌려 학교에서 싸게 파는 나쁜 짓도 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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쫓겨나지 않으려 하루하루 눈칫밥 먹으며 살아가는 ‘영재’에게 아버지는 그야말로 짐 덩이다. 가만히 있지는 못할망정 늦은 밤에 술 마시고 시설에 찾아오지를 않나, '영재동생'까지 시설로 보내고 싶어 하지를 않나 영재는 아주 미칠 지경에 이른다. 이런 무책임한 아버지의 행동 때문에 ‘영재’는 결국 폭발하고 만다.





TITLE


 영화를 다 보고나서 왜 제목이 <거인>인거지? 라는 생각이 먼저 떠올랐다. 내가 본 영화 속 ‘영재’는 그 누구보다 움츠러져 있으며 매순간 눈치 보며 사는 아이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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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용 감독은 제목<거인>의 의미가 어른이 아니라, 어른이 될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어른이 되어야 하는 덜 익은 '영재'의 존재를 대변하는 말이라고 한다. 감독은 극 중 그룹 홈 안에서 작은 아이들 속에 홀로 우두커니 밥을 꾸역꾸역 먹고 있는 '영재'의 모습이 거인의 모습 같다고 했다. 나의 생각은 다르다. 나는 영화를 보면서 '영재'에게서 거인의 모습을 찾아 볼 수 없었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동안 제목이 무엇인지 잊고 보다 영화가 다 끝난 후 뒤늦게 제목에 의구심이 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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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영재'의 눈은 항상 바삐 움직인다. 그의 얼굴을 클로즈업해 보여주는 구도는 보는 나까지 불안하게 만든다. 집으로 다시 돌아가지 않기 위해 그룹 홈에서, 성당에서 눈치를 보고 심지어 자신이 한 나쁜 짓이 들킬까 학교에서도 눈치를 본다. 이렇게 항상 눈치만 보며 자신이 해결할 수 없는 상황들의 연속으로 안절부절못해 하는 '영재'의 모습은 내 눈에 절대 거인으로 보이지 않았다.  영화 포스터를 보면 “아픈 만큼 큰다”라는 문구가 있다. 내가 봤을 땐 아픈 만큼 크는 게 아니라 ‘영재’는 아픈 만큼 작아지고 움츠러들었다. 저러다 정말 소멸해버릴 것처럼, 언제라도 당장 이 세상에서 사라져버릴 것처럼 느껴졌다. 내가 본 ‘영재’는 키는 컸지만 그렇게 작아 보일 수 없었다.





ADU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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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재가 다른 또래들과 다르게 작아질 수밖에 없었던 가장 큰 이유. 부모다. 이 영화를 보고 다시 한 번 느낀 거지만 자식을 책임질 능력이 안 되면 아이를 낳지 말자. 제발. 아이들은 무슨 죄인가. 영화를 보면서 정말 화나는 순간들이 많았지만 그 중 제일 화났던 점은 ‘영재 부'는 아이들을 책임지고 싶어 하는 의지조차 없다는 것이다. 능력이 없다면 노력하면 된다. 하지만 의지가 없다면 그건 어떻게 커버할 수 없는 것 아닌가. 사지 멀쩡한 몸뚱이 놔두고 아이들 이용해 교회에서 돈이나 받아먹으려 하는 인간이라니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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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속에는 ‘영재 부‘외에도 많은 어른들이 나온다. ‘영재 부’처럼 ‘영재’에게 악같은 존재도 나오지만 도움을 주는 존재들도 중간 중간 등장한다. 결론적으로 ‘영재’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는 없었다. 개인적으로 해피엔딩을 좋아하는 편이라 언제쯤 ‘영재’가 행복해지나 기대하며 봤다. 그러나 ‘영재’의 얼굴은 끝까지 씁쓸했으며 그걸 본 나도 씁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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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포스터가 아닌 또 다른 포스터를 보면 “상처도 결국 시간이 지나면 아문다“고 적혀있는데, 지극히 이상적인 말이다. 상처도 치료를 해줘야 아문다. 영화 속 어른들처럼 아이를 방치해두면 그건 썩어 곪아 흉터로 남을 것이다. 어른들에게는 책임이라는 것이 있지 않은가. 아이가 어른이 될 때까지 보살펴 줘야하는 책임. ‘영재’에게는 그런 어른이 없던 것이었고 결국 어쩔 수 없이 (감독이 칭한)거인이 된 것이다.   


[김수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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