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내 사랑의 또 다른 이름, 영화 '로렌스 애니웨이' [시각예술]

글 입력 2017.07.05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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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하다는 말은,
피카소의 그림을 보고
이해하지 못할 때나 쓰는 말이라고.”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인간의 일생이라는 것은
모두 자기 자신에게 도달하기 위한 여정,
아니 그러한 길을 찾아내려는 실험이며,
그러한 오솔길의 암시이다.”

우리 모두는 주어진 시간 속에서 각자의 삶을 영위하지만, 그것이 단순히 시간의 흐름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인생은 진정한 나 자신을 찾기 위한 실험의 반복이다. 그리고 마침내 그 여정을 끝내고 진정한 나 자신을 마주했을 때 우린 비로소 인생을 ‘나의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오늘 소개할 영화인 로렌스 애니웨이는 ‘진정한 나’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남자, 아니 여자의 이야기 이다. 영화의 주인공 로렌스는 몬트리올의 작가이다. 작가로서의 평판도 좋은 편이고, 교사로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한다. 결혼을 약속한 여자 친구도 있다. 겉으로 보기에 로렌스는 꽤나 평탄하고 순조로운 인생을 살아왔다. 하지만 로렌스는 아니었다. 그는 여자가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니, 그는 애초에 여자였다. 다만 그것을 숨기고 살아왔을 뿐. 30년을 남자로서 살아온 로렌스는 30번째 생일 날 자신이 이제부터 여자로 살 것임을 발표한다. 그건 로렌스가 평생을 염원하던 일이었으며 진정 자신의 삶을 살기 위한 그의 첫 번째 시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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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스의 커밍아웃 직후, 그의 연인 프레드는 충격에 빠진다. 로렌스의 커밍아웃은 그녀에게 있어 여태까지 함께 해온 나날들이 아무 의미가 없다는 말로 들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건 아니었다. 로렌스는 남자로 살아온 자신의 인생을 부정했을 뿐 프레드를 사랑하지 않은 적은 없었다. 그건 그녀도 마찬가지였다. 로렌스가 남자건 여자건 간에 로렌스는 그녀에게 있어 그냥 로렌스였다. 그래서 프레드는, 로렌스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남편을 위해 가발을 사주고, 마스카라를 빌려주고, 풀이 죽은 로렌스를 다독였다. 있는 그대로의 로렌스를 사랑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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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은 이 영화에서 중점적으로 다루는 것들 중 하나이다. 가발을 쓰고, 화장을 하고 하이힐을 신은 로렌스를 바라보는 다른 이들의 시선들. 처음 화장을 하고 학교에 간 로렌스를 바라보는 복도의 시선들은 이 영화가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잘 나타내고 있다. 내가 나 답게 살아가는데 있어서 우리가 얼마나 다른 이들의 시선을 의식하고 있는가에 관해서 말이다. 로렌스는 그 시선에 당당한 걸음으로 맞선다. 하이힐을 신고 교단에 서있는 로렌스를 본 학생들 사이에 잠깐의 침묵이 흐른다. 그리고 학생은 질문한다. “세번째 챕터 여덟 번째 줄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서요.” 내 앞에 서있는 교사가 남자 선생이건, 남자 선생이건 개의치 않는 것, 그것은 로렌스를 있는 그대로 봐주는 것이었다. 로렌스는 옅게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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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프레드 에겐 그 시선들이 점점 부담으로 다가왔다. 오랜만에 만나 식사하는 자리에서 술렁이는 분위기와 주변 사람들의 수근거림, 시선, 그리고 화장한 프레드에게 ‘왜 이러고 다니는거냐, 장난으로 그러는 거냐’며 묻는 가게 점원의 말에 결국 프레드는 폭발하고 만다.
 
“남편 선물로 가발 사봤어?
우리같은 사람은 밖에 돌아다니면 안돼?
우리도 숨좀 쉬고 살자!”
 
울부짖는 프레드의 얼굴에 수많은 감정이 교차했다. 프레드는 여전히 로렌스를 사랑했다. 하지만 사람들의 시선들이, 수근거림이, 그들에게 들이대는 잣대들이 그녀를 무겁게 짓눌렀다. 이 영화는 로렌스가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 뿐만 아니라 그런 로렌스를 바라보는 프레드의 감정 또한 세심하게 다루었다. ‘나’로서 사는 것과 현실과 타협하는 것, 그 사이에서 고민하는 프레드는 영화를 보고 있는 우리 또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과연 우리는 진짜 ‘나’로서 이 세상을 살고 있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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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이 지나고 만난 로렌스와 프레드는 이런 대화를 나눈다.

“네가 여자가 되지 않았어도
우리가 헤어졌을 거라는 거야?”

“우린 원래부터 엉망이었어.”

로렌스와 프레드가 만나고 헤어지고 다투고 싸웠던 건 단순히 로렌스가 여자가 되었기 때문은 아니었다. 그저 그 둘이 사랑하는 사이였기 때문이다. 여느 다른 연인들처럼 말이다. 이 영화는 단순히 젠더 퀴어에 관한 내용만을 담고 있지 않다. 이 영화가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는 내용은 사랑이다. 로렌스가 남자건, 여자건 상관없이 ‘로렌스’와 ‘프레드’의 10년간의 사랑의 일대기를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그리고 이 영화가 보여주고 싶었던 건 그 과정에서 진짜 ‘나 자신’을 찾는 로렌스의 모습이다. 영화의 마지막에서 로렌스는 말한다.
 
“어쨌든, 로렌스에요.”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이미지


[이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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