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다이즘과 모던타임즈로 보는 예술의 정치학

대중과 예술의 혁명적 요구들을 표명해 나가며 끊임없이 성찰하고 변화할 의무
글 입력 2017.06.22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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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적인 목적 달성만을 좇으며 반성과 성찰이 결여된 도구적 이성을 바탕으로 발전한 과학 기술과 산업 기술은 기술 만능주의와 산업화 제일주의를 일으켰다. 도구적 이성은 효율적인 통제와 생산력 향상을 향해 움직이며 인류를 광기로 내몰았고, 이는 심화되어 수많은 인간을 죽음으로 몰아내고 인간의 내면과 사회를 황폐화한 세계 대전으로 이어졌다. 이 글은 세계 대전을 일으킨 기존 가치에 대한 부정으로 등장한 ‘다다이즘’과 <모던 타임즈>에 드러나는 문화 유산의 전통적 가치 파괴 및 사회현실 비판 측면을 분석 할 것이고, 이를 바탕으로 벤야민의 시각에서 대중과 예술의 혁명적 요구들을 표명해 나가며 끊임없이 성찰하고 변화할 의무를 주장하는 예술의 정치학을 논해보고자 한다.


다다이즘.jpg
 

기존의 회화는 한 사람 내지 극소수의 사람들에 의해 감상 되어 왔고 동시적인 집단적 수용을 위해 보여줄 수 있는 입장에 있지 못하며, 집단적 수용 또한 동시적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여러 단계를 거쳐 위계적 매개를 통해 이뤄졌다. 따라서 대중은 회화를 감상하며 스스로를 조직하고 컨트롤할 길이 없었고 낙후된 관객일 수 밖에 없던 것이다. 그러나 세계 대전이 가져온 상처는 기존 사회를 전면적으로 부정하며 의식의 변혁을 강력히 나타내려고 하는 ‘다다이즘’의 등장 배경이 되었다. ‘다다이즘’은 전통 문명의 가치가 세계 대전이라는 비극을 만든 것에 대한 분노와 강한 비판의식 및 전쟁에 대한 타도를 바탕으로 기존의 모든 사회적 속박으로부터 해방되어 개인의 원초적인 욕구에 충실하려 했다. 또한 모든 전통적 가치와 이성을 부정하며 예술 형식의 파괴와 부정을 주장했고, 전쟁으로 인한 정신적 공황을 겪고 난 뒤 현실에서 벗어나 내면세계, 무의식의 세계를 추적하고 실현하기 위해 상상력을 적극적으로 해방시킨 것이다. 다다이스트들은 관조적 침잠의 대상으로서 작품의 무가치성을 보다 더 중시하였고 작품의 아우라를 가차 없이 파괴하고 생산 수단을 빌려 복제의 낙인을 찍어내며 대중의 촉각을 자극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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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모던 타임즈>는 회화에 비해 훨씬 더 정확하게 상황을 재현하며, 영화에 등장하는 각각의 장면 모두가 사회에 대한 미장센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는 지각된 것의 넓은 흐름 속에서 눈에 띄지 않은 채 함께 유동했던 사물들을 분리하면서 동시에 분석 가능하게 만들며 예술과 과학의 상호침투를 촉진하는 것에 의의가 있다. 찰리 채플린은 이러한 영화 기술을 활용해서 초자연적이고 기적적인 종교적 의식 속에서 살아온 기생적 삶의 방식에서 벗어났다. 아벨 강스, 세브랭 마르스, 아르누, 베르펠과 같은 영화이론가들이 무분별하게 영화에 제의적 요소를 삽입해서 영화를 부정적이고 대중을 우매하게 해석한 것과 달리 예술의 사회적 기능을 높이고 실천, 즉 정치에 바탕을 둔 것이다. 자본주의의 끊임없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생산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는 자본가의 모습을 담은 장면, 기계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찰리 채플린의 모습으로 인간이 기계에 잠식되어 버린 것을 담아낸 인간 소외 현상을 드러내는 장면 등은 클로즈업되고 고속촬영 및 공간 확대되며 관객의 시각적 무의식을 자극하는 과정을 통해 만성적 실업과 빈부격차 등 심각한 사회문제 및 기계 문명에 잠식해 상실되어버린 인간성 문제 등 고도화된 산업사회를 사실적으로 비판한다. 이는 마치 모든 장면이 역사적 사건의 증거물인 것과 같이 대중을 정신분산 시킨다. 또한 <모던 타임즈>는 카페에서 찰리 채플린과 소녀가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 장면을 통해 예술이 이성과 억압의 전통적 가치를 파괴하며 인간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고 자유와 행복을 선사하는 것을 담아낸다.

현대사회의 대중매체는 소수 상류층 엘리트만이 누리던 문화나 지식에 대중의 접근성을 높이는 것에 탁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에 소수에게 권력이 독점되는 것을 방지하고 잘못된 사회 문제를 비판하는 능력을 지닌 대중이 탁월한 힘을 발휘하도록 돕는다. 매체는 그 자체의 본성으로부터 효과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활용되는지의 문제인 것이다. 즉, 대중매체는 폐쇄적인 수용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지각 작용을 자극하고 아우리적 권위를 파괴하며 주체와 대상 간의 평등한 관계를 통해 예술의 민주적 접근 가능성 및 정치적이고 비판적인 접근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어떠한 과제를 정신분산 속에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은 그러한 과제를 해결하는 일이 이미 습관이 되었음을 입증한다. 그러한 과제는 촉각적 수용의 주도 하에, 즉 습관을 통해 점차적으로 극복될 수 있기에 정신이 산만한 사람 또한 익숙해지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개인들은 그러한 과제를 회피하는 성향이 있기에 예술은 예술에 참여하는 대중의 수를 증가시켜야 하고, 이는 대중이 예술에 참여하는 방식의 변화를 초래한다. 예술 형식의 사회적 중요성이 높아질수록 수용자의 비평적 태도와 감상적 태도는 점점 더 일치 가능하다.

현대 사회에는 아직도 도구적 이성과 기술 만능주의 등의 문제가 팽배해 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대중은 정신을 분산하고 비판적으로 참여하며 촉각적으로 수용하는 등 파시즘이 행하는 정치의 심미화에 맞서야 한다. 파시즘은 대중이 자신을 표현하게 함으로써 대중이 폐지하고자 하는 소유관계의 변화를 요구할 권리를 억압하고, 지도자를 숭배하려는 정치의 심미화를 위한 모든 노력은 ‘다다이즘’과 <모던타임즈>가 비판한 커다란 현실 문제인 전쟁(세계 대전)에서 정점을 이룬다. 파시즘은 기술에 의해 변화된 지각의 예술적 만족을 전쟁에서 기대하는 것과 같이 예술의 미적 쾌락을 숭배하도록 한다. 따라서 예술은 제의적 가치에서 벗어나 현실을 사실적이고 정치적으로 담아내며 관객에게 충격효과로 하여금 감식자의 태도를 갖게 해야 한다. 이로써 대중과 예술은 전통적인 예술관에 대한 혁명적인 비판을 촉진하고 개별적 반응들을 밖으로 표출하며 사회 상황이나 심지어는 소유관계에 대한 혁명적 비판까지도 촉진해야 한다. 즉, 예술의 정치학에서 혁명적 요구들을 표명해 나가며 끊임없이 성찰하고 변화해야 하는 것이다.


[최서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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