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마음의 평온을 주는 사찰음식 [시각예술]

글 입력 2017.06.11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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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는 사람의 추천으로 넷플릭스를 구독하기 시작했다. 넷플릭스는 세계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 미디어로 쉽게 말하자면 인터넷을 통해 쉽게 DVD 및 영상을 대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넷플릭스는 '넥플리스 오리지널' 이라는 타이틀로 대중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넷플릭스 자체로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방송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은 대표적으로 ‘하우스 오브 카드’ 라는 미국 드라마를 만들었으며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에도 투자하여 넷플릭스를 통해 개봉될 예정이다. 드라마 및 영화도 유명하지만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도 굉장히 잘 만들어져있다. 이중에서 ‘셰프의 테이블’이 많이 알려진 것 같아 오늘 그 중 한 에피소드를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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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까지 시즌 3까지 나온 ‘셰프의 테이블’은 세계 유명 셰프들의 이야기와 음식 얘기를 다루는 다큐멘터리이다. 음식전문 다큐멘터리 감독 데이비드 겔브가 제작하고 있으며 2015년부터 매 시즌마다 6개의 에피소드를 소개하고 있다. 세계가 인정하는 스타 셰프들이 나오는 가운데 우리나라 셰프가 한 분 등장했다. 바로 백양사 천진암 주지이신 정관스님이셨다.

 사찰음식이란 무엇일까? 어렸을 때부터 절에 가면 항상 비빔밥을 먹었던 것 같다. 살생을 금지하여 채소와 곡물만 먹는다는 것을 알았기에 고기 없는 비빔밥이 사찰음식인 줄 알았다. 그러나 다큐멘터리를 본 후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사찰음식은 배부르게 하는 식량 그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었다. 사찰음식의 정확한 정의는 ‘모든 생명에게 감사하고 온 세상의 화평을 기원하는 음식’이다. 사찰음식은 자연을 살리는 자비의 음식이라는 특성을 따른다. 직접 채소를 재배하고 내가 노동하여 정성스럽게 키우나 화학물질은 사용하지 않으며, 자연재료로 만든 천연조미료를 사용한다. 또한 각종 장류, 소금, 간장 등을 사용하며 김치를 직접 담아 수행음식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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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관 스님은 다큐멘터리 처음 부분에서 ‘마음이 음식을 먹는 것이다’라고 언급한다. 음식 만드는 것과 도를 닦는 것은 일치하며 사찰음식은 마음을 깨어주게 하는 식량이라고 전한다. 한국의 사찰음식에는 수행을 위하여 오신채를 금하고 있다. 오신채란 매운 맛을 내는 다섯 가지 채소로 파, 마늘, 부추, 달래, 홍거를 뜻한다. 오실채가 들어간 음식은 동력을 제공하는데 이는 마음을 산란하게 만들어 수행에 방해가 된다. 반면 사찰음식에는 자연으로 양념을 만들고 기본적인 재료를 사용함으로써 고요하고 정적인 공간에 흐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러한 사찰음식의 특성 때문인지 정관 스님은 자신은 수행자이지, 셰프가 아니다 라는 말씀을 하신다. 이는 기존에 평점과 별, 경쟁에 연연하는 셰프들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사찰음식은 그저 단순한 채식이 아니었다. 정성을 하나하나 들여 키운 식재료와 직접 만든 각종 기본재료, 음식을 만드는 마음과 음식을 먹는 마음 등으로 이루어진 사찰음식은 하나의 수행의식이었다. 또한 사찰음식은 나만을 위한 음식이 아닌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누어먹고, 마음을 공유할 수 있는 음식으로 자비로운 마음, 편안한 마음을 갖게 해주는 철학적이고 깊은 맛을 품고 있는 음식이었다. 이러한 마음을 지니고 있으면 음식을 하면서도, 혹은 음식을 먹으면서도 나를 깨워줄 수 있는 수행시간을 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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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바로 정관스님의 텃밭이었다. 자연과 함께 조화롭게 살아가는 그 모습 자체는 평온과 평화의 모습이었다. 벌레가 잎을 갉아먹어도 그 벌레들을 살생하지 않는다. 오직 햇빛, 물, 바람에 맡기며 자연 그대로 자란 채소들을 소중히 여기셨다. 정관스님의 텃밭은 어디가 잡초부분인지 어디가 채소부분인지 구분이 되지 않지만 자연과의 조화를 중요시 여기고 그 모습 그대로를 좋아하는 정관스님의 모습이 기억에 오래 남았다. 또한 연꽃잎차를 만들 때 정관스님은 수많은 연꽃잎을 하나하나 펼쳐 우려냈는데 이는 수행의식이 음식을 통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알 수 있는 명장면이었다.
 
 사찰음식은 아직까지 많이 알려져 있는 편은 아니다. 그래서 그런지 정관스님은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우리나라 사찰음식을 세계에 알리고자 노력하고 계신다. 다큐멘터리를 본 후 음식을 하는 것과 수행하는 것이 같다고 생각하시는 정관스님의 말씀에 자연스럽게 동의를 하게 되었다. 어느 하나 대충 넘기지 않고 하나하나 정성으로 재료들을 짚으며 맛을 우려내는 사찰음식, 우리가 사람을 대할 때 이리도 정성스럽게 대한 적이 있었던가. 사찰음식에 대해서 아는 것은 별로 없지만 그래도 사찰음식을 만들 때의 그 마음가짐은 우리가 평상시에 갖춰야 하는 마음가짐이었음을, 평생 수행해야하는 의무였음을 깨닫게 되었다. 시간이 된다면 직접 사찰음식을 맛보는 것도 하나의 수행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김민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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