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 꿈의 제인 > 꿈 속의 제인 [시각예술]

영화를 보고나서 읽기를 조금 더 추천한다.
글 입력 2017.06.11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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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의 제인>은 불친절한 영화다. 혼란스러우리만치 시간구성이 꼬여있다. 꿈과 현실이 뒤섞여 관객으로 하여금 내가 영화를 보고 있는 것이 맞는지 의심하게 한다. 여러가지 장치와 복선이 숨어있어 이 영화는 정말로 관객이 각자 해석하기 나름인 영화일 것 같다. 한 GV에서 어떤 소재의 의미에 대한 관객의 질문에 조현훈 감독 역시 관객의 몫으로 남겨둔다고 답했다고 한다. 조금은 어렵지만 <꿈의 제인>에 대해 필자 나름대로의 해석을 해보고자 한다. 정답은 없으니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주기를 바라며, 따라서 스포일러가 다소 포함되어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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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의 주요 등장인물들은 트랜스젠더와 가출청소년들이다. 두 부류 모두 한국에서 극단적으로 사회적 약자의 위치에 있는 이들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우리에게 그들이 처한 현실을 보여주거나, 그들에게 삶의 위로를 건네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감정적이기 보다는 다소 객관적으로 그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이야기의 축을 이루는 가출청소년 '소현'은(가출이라기 보다는 남겨져버린 것에 가깝겠지만) 그녀의 곁에 있던 '정호오빠'를 떠나보내고 죽음을 자처하고자 했다. 그러나 그 문턱에서 트랜스젠더 '제인'이 나타나 소현을 구해주었고 그녀의 '팸'으로 거두어주었다. 이때 팸이라는 것은 아마도 가출청소년 그들의 문화인 것으로 보인다. 한 명의 우두머리와 그에 속한 아이들은 하나의 '패밀리'를 이루어 함께 돈을 벌기도 하고 그 방법은 종종 불법적인 루트를 통하기도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소현이 속했던 제인의 팸은 다른 팸들과 달리 별다른 일을 하지 않고 제인의 헌신적인 보호 하에 뭉쳐진 하나의 '식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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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대로 사랑받지 못한 네 명의 아이들을 제인은 애정 가득히 보듬어 주었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으며, 이따금씩 아이들에게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에 대해서 말해주기도 했다. "이건 내 생각인데 난 인생이 엄청 시시하다고 생각하거든. 태어날 때 부터 불행이 시작돼서 그 불행이 안 끊기고 쭈욱 이어지는 기분. 근데 행복은 아주 가끔, 요만큼, 드문드문 있을까 말까?" 하지만 그녀는 불행한 인생이기에 혼자가 아니라 함께 해야한다고 말한다. '불행'에 관한 이야기가 영화 전반에서 계속 반복된다. 그래서일까, 제인이 일하는 업장의 이름은 '뉴월드'이다. 영화 속 모두가 현실 속에 머물 수 밖에 없지만 늘 '뉴월드'를 꿈꾸기 때문일테다. 매우 몽환적인 음악과 미러볼 등의 시각적 효과는 그들이 존재하는 현실 공간까지 마치 '다른 세계'로 바꾸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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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시간의 흐름에, 며칠 새 영화를 다시 한 번 보았다. 그리고 필자는 제인이 팸처럼 아이들을 거두었던 상황이 모두 소현의 꿈이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첫 번째 관람에서는 소현이 초반부 속했던 제인의 팸과 중반부와 후반부에 내내 속했던 팸이 공기조차 낯설게 느껴질 만큼 달라서 일까, 같은 인물들이 다시 등장한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하였다. 분명 같은 인물들이지만 그 후자의 팸에서 그들은 서로를 초등학교 동창이라 밝히고 첫인사를 건네었다. '정호오빠'의 명함도 다른 상황 속 같은 인물에게 두 번 받았다. 쉼터에서의 제인 역시 모두, 그녀의 꿈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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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꿈과 현실이 거칠게 맞닿아 있는 이유는 소현이 그만큼이나 현실을 살아가고 있지만 살아가고 있지 않기 때문일 것 같다. 그녀는 살고 있다기 보다 죽지 못해 '살아지고' 있는 것에 가까웠다. 그런 그녀에게 아주 오래전 정호오빠, 아니 누군가와 함께 했던 기억 그리고 꿈 속의 제인을 더듬는 것은 그녀에게 자그마한 행복을 안겨주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그리고 다시, 제인의 팸 속 아이들을 들여다보면 현실 속에서 소현에게 긍정적이었던 인물들만이 등장한다. 그녀를 챙겨주었던 지수, 지수와의 의리를 지키던 대포와 쫑구. 비록 현실이 두려운 소현은 겉으로 어떤 내색도 하지 못했지만 그들에 대한 미안함이 제인과의 행복한 환상을 만들어내었다는 생각이 든다. 현실의 팸에 속해있던 내내 무서울 만큼 답답하던 소현이 터널에서 대포를 마주하고 눈물을 흘렸을때, 제인을 바라보며 함박웃음 지었을 때, 그녀가 느꼈을 두려움과 죄책감과 외로움과 고마움의 뒤섞인 감정은 나에게까지 밀려오는 듯 했다. 달에게 손짓하면 달이 다가오는 제인의 세상은 바로 소현이 꿈꾸는 세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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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우리 죽지 말고 불행하게 오래오래 살아요.
불행한 얼굴로 여기, 뉴월드에서."


[강우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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