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갤러리 카페, 미술관의 문턱을 낮추다 [문화 전반]

글 입력 2017.06.06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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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카페, 미술관의 문턱을 낮추다



예술품이 꼭 미술관의 화이트큐브에 전시되란 법이 있을까? 최근 주목받고 있는, 편안한 분위기에서 향긋한 커피를 즐기며 작품을 향유할 수 있는 카페 형 갤러리, 즉 갤러리 카페의 공간적 특성을 분석했다. 여기서, 단순히 캔버스를 인테리어 용품으로 걸어두는 명목상 갤러리카페가 아닌 실질적으로 미술관의 성격을 지닌 공간을 선정하였다.



1. 갤러리의 성격이 강한, 에브리데이몬데이(Everyday Mooon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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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에 위치한 갤러리 에브리데이몬데이는 누구보다 명확한 컨셉을 가진 공간이다. 여기에서는 일러스트, 아트토이, 캐릭터아트 등의 깜찍한 테마 아래 전시를 기획하고 작품을 판매한다. 국내에선 접하기 힘든 해외작가들을 초대해 전시, 벽화, 라이브페이팅, 공연, 아티스트토크 등의 이벤트 또한 마련하고 있다. 국내에 위와 같이 아기자기한 컨셉의 갤러리가 많지 않다는 사실은 이곳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독특한 구조의 건물은 전시장, 토이 스토어, 카페, 소규모 공연장 등으로 이루어진 복합 문화 공간으로 쓰인다. 카페와 아트샵은 한 공간에 위치하는데, 이들 인테리어의 분위기 또한 갤러리 컨셉에 딱 들어맞게 밝고 깜찍하게 꾸며졌다. 이곳 카페는 진행 중인 전시의 작품이 걸려 있기도 한 또 다른 전시공간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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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에브리데이몬데이 갤러리 마케팅의 차별성을 ‘쉬운 접근성’과 ‘마니아층 확보’로 해석하였다. 주된 기능은 갤러리이지만, 이곳은 잠실에서 손꼽히는 독특하고 예쁜 카페이기도 하다. 방문자는 수다 떨며 커피 한 잔 하러 들러 작품을 감상하고 아트샵을 쇼핑한다. 공간 특유의 밝고 통통 튀는 분위기는 일반적인 갤러리의 조용한 이미지와 달리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당긴다. 뿐만 아니라 일러스트와 아트토이의 특성상, 작품의 가격이 그리 높지 않다. 나는 에브리데이몬데이의 전시를 총 세 번 관람했는데 (작가마다 조금씩 다르지만)자그마한 토이의 경우 몇 만 원대의 가격을, 커다란 사이즈의 유화의 경우 백만 원대의 가격이 형성되어 있었다. 현재 진행 중인 앤디 리멘터의 개인전 《Again》의 작품 또한 스크린 프린트-12만원에서 40*50cm 사이즈 유화-115만원까지 크게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전시장 입구에 가격표가 항상 구비되어 있는데, 이는 방문객이 일반적으로 인식하는 예술품 가격보다 훨씬 낮게 책정된 금액 단위를 활짝 열어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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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설명했던 바와 같이, 에브리데이몬데이는 또한 뚜렷한 컨셉을 지닌 독자적인 공간으로, 몇몇 저널에서 ‘키덜트’를 위한 문화예술 공간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실제로 이곳에 관한 블로그 후기를 살펴보니 귀엽고 예쁜 전시와 작품 자체를 사랑해 재방문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사실 나도 이러한 매니아 중 한사람이다. 작년 가을, 좋아하는 장콸 작가의 개인전을 보러 이 갤러리를 처음 방문했다가 공간 자체에서 나오는 밝은 느낌과 화사한 작품에 이끌려 캘린더와 엽서를 구매한 후, 페이스북 페이지를 구독하며 “이번엔 어떤 작가의, 얼마나 재미있는 작품일까” 호기심을 가지며 구경하기도 한다. 독보적인 캐릭터를 지닌 갤러리에 카페라는 일상적 기능을 더한 에브리데이몬데이의 발전된 모습을 기대해 본다.

 
 
2. 갤러리와 카페의 특징을 고루 함유한, 대림창고

 
성수동은 근 3년 사이 허름한 공장 지대에서 점차 이야깃거리가 피어나는 곳으로 바뀌어가는 중이다. 뉴욕의 브루클린 지역처럼 젊은 디자이너와 예술가의 작업실, 독특한 콘셉트의 음식점, 각종 협동조합까지 신발 공장 지대 속에 생긴 작은 공간들은 낡은 거리에 새로운 생명과 인파를 불어넣고 있다. 실제로 이 거리를 거닐면 커다란 카메라를 들고 동네를 탐색하는 이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다리 하나 건너면 강남과 청담이 나오고, 멀지 않은 곳에 서울 숲이 위치해 지리적 접근성 또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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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초라한 공장이 즐비했던 성수를 2030대의 핫플레이스로 바꾸어 놓은 일등공신이 바로 지금 소개할 대림창고이다. 2014년 11월, 단순히 물건을 쌓아두던 창고로 쓰이던 공간에서 알렉산더 왕과 H&M의 런칭쇼를 개최하면서 젊은이들의 발걸음을 당기기 시작했다. 창고처럼 휑한 공간에 신진 작가들의 그림이 무심하게 진열되어 있기도 하고, 괴짜 과학자의 실험기구 같은 설치예술이 공간을 가득 메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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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저녁 이곳을 방문했다. 음료가격을 포함해 입장료 만원을 받는 주말과는 달리, 평일에는 자유롭게 입장해 음식과 작품을 즐길 수 있다. 갤러리라 칭하기에는 이름처럼 ‘창고’의 이미지가 강한, 투박한 실내는 수많은 예술작품과 그것을 즐기기 위해 방문한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1층은 카페와 레스토랑으로 2층은 전시장과 휴식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층 또한 가볍게 가정에 걸어놓기 좋은 작은 유화, 사진 작품을 전시한다. 따라서 이곳의 성격은 모호하기도 다채롭기도 하다. 맛있는 커피와 음식을 판매하는 장소임과 동시에 작품을 실제로 판매하고 기획전을 진행하는 갤러리이며 때로는 공연과 런칭 쇼 등의 문화예술 행사를 개최하는, 말 그대로 복합문화공간이다. 앞서 설명한 에브리데이몬데이의 전시 방법이 전통적인 화이트큐브의 성격을 다소 지닌다면, 이에 반해 대림창고는 보다 대중적으로 관객에게 접근하고자 노력한다.

대림창고는 감각적인 인테리어와 독특한 이미지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지만 아쉬운 점도 많이 남긴다. SNS에서 큰 유명세를 떨친 탓에 이곳은 항상 북적댄다.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남기기 위해, 즉 ‘인증샷’을 위해 전시장을 방문한 이들이 넘쳐나 공간에는 찰칵대는 셔터소리와 더불어 이렇게 저렇게 사진을 찍어 달라 요청하는 말소리가 난무한다. 1층 카페의 경우 작품이 인테리어 소품으로 가볍게 전락하며 공간의 이미지와도 전혀 어울리지 않아 이질적인 느낌을 준다. 2층의 작은 공간을 이용해 사진·일러스트 등 젊은 층이 많이 찾는 분야의 특별전이 열리는 등 갤러리의 전문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기는 하나 지나치게 대중화되어 그 의미가 퇴색되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3. 방문자의 미적 취향을 저격하는 카페, 플리플리(Flee F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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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리플리는 언더그라운드 문화를 좋아하는 이들이 마약처럼 찾아대는 중독성 강한 갤러리 카페이다. 이곳은 사운드 클라우드에 기반 한 감각적인 백그라운드 뮤직으로 힙합과 패션에 관심 많은 젊은이들을 끌어 모은다. 이곳에선 무심한 듯 투박하게 그려낸 인체 드로잉을 전시한다. 새카만 배경과 절제된 인테리어에 음질 좋은 스피커가 쿵쿵 울리는 음악은 컨투어 형식의 일러스트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이곳에 처음 방문했을 때의 나도, 여러 블로그에 남겨진 방문 후기들도, 모두 하나 되어 전시된 드로잉에 관심을 가진다. 여기저기 걸린 드로잉은 노트를 북 찢어 대충 배치한 것 같지만, 단순히 공간을 꾸미는 데에서 멈추지 않는다. 플리플리라는 공간을 대표하는 이미지가 됨과 동시에 작가의 훌륭한 홍보 수단이 된다. 공간을 가득 메운 일러스트의 주인공은 바로 RYU, 녹아내리는 그림체로 인스타그램에서 크게 주목받는 작가이다. 방문객은 이곳의 독특한 그림을 촬영해 자랑하듯이 SNS에 업로드하며, 플리플리와 RYU는 공간을 통해 윈윈(win-win)의 관계에 놓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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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진행된 칸칸칸 프로젝트 또한 흥미롭다. 이는 벽면의 캐비넷을 활용한 공예 플리마켓이다. 신진 디자이너들이 어딘가에 작품을 전시하려면 비용이 만만치 않은데, 플리플리는 그들에게 전시할 자리를 저렴하게 내어주면서 디자인 공정거래를 장려했다. 진열장의 한 칸은 가로세로 30cm로, 직접 만든 작품만 판매할 수 있다. 이를 대여하는 창작자는 공간 대여료만큼의 커피 쿠폰을 제공받아 전시와 다과를 동시에 즐길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플리플리는 카페나 디자인 상품 판매 공간이 아닌 또다른 장소로 변신하기도 한다. 때로는 설치 전시장, 강연장, 혹은 공연장으로까지 그 영역을 넓혀 나간다. 커피와 아트샵에서 시작한 이 공간은 하나의 예술 커뮤니티로 자리하고 있다.

 


  
카페는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곳이 아닌, 지친 청춘들이 작은 사치를 부리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이다. 이러한 편안한 특성을 갤러리에 더하면 어떠한 효과를 얻을 수 있을까? 자유로운 미술관 분위기에 커피 향이 가득한 공간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전시된 작품을 감상하고 예쁜 기념사진을 남길 수도 있는 곳. 이러한 갤러리 형 카페, 혹은 카페 형 갤러리는 신진작가가 꿈을 펼칠 수 있는 장소임과 동시에 미술작품을 조금 더 편하고 가깝게 만나볼 수 있어 일반인들 사이에서 급부상하는 핫 플레이스이기도 하다. 이는 각박한 일상생활 중에 커피라는 매개체를 통해 문화생활에 임할 수 있다는 커다란 장점을 지닌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미술을 ‘권위적이며 높은 진입장벽을 지닌 영역’으로 인식한다. 하지만 미술은 동시에 문화라는 좁은 범주를 넘어 사회의 정신적인 토대를 일구어 내는 기반이 되기도 한다. 대중과 미술 사이의 간격을 좁히려는 시도가 끊임없이 지속되는 만큼, 미술 또한 우리의 일상 속으로 허물없이 들어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진 출처 : Google 이미지
글 : 에디터 10기 신예린


[신예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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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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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anny
    • 안녕하세요! 에디터 10기 정연수 입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ㅎㅎ 갤러리 형 카페, 카페 형 갤러리. 요즘에 인스타에서도 많이 보이며 특히나 젊은이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소개해주신 3곳 중 한 곳인 대림창고를 가보았는데요. 색다른 감성에 기억에 남았던 장소였습니다. 이러한 색다른 시도를 하는 카페 혹은 갤러리는 참 좋다고 생각합니다. 작품의 감상이라는 조금 무거운 듯한 행위를 우리에게 익숙한 커피 한 잔과 함께 다가갈 수 있다는 점, 강점이면서도 단점이 될 수 있겠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떤 곳은 커피를 마시기에도, 작품을 감상하기에도 무언가 부족함이 느껴지기도 했고, 너무 많은 사람 때문에 감상보다는 인증샷을 남기기 위한 공간으로 치부되기도 하구요. 하지만 계속해서 시도하다 보면 보다 나은 문화로 자리잡을 수 있겠지요? 가보지 못한 나머지 두 곳도 이번 방학 때에 꼭 들렸보고 싶어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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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ah4941
    • 안녕하세요! 두레에 참여하는 황아현입니다^^! 카페형 갤러리라는 자체가 '공간'에 대한 이색적인 시도뿐만 아니라 우리의 일상과 맞물려있다는 점에서 더 예술을 확장시키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한 저도 한번 방문해보고 싶네요. 그리고 카페형 갤러리에 주로 참여하는 작가들은 일반 갤러리 작가들과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도 글에서 짧게 얘기해주셨으면 더 흥미로웠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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