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무주산골영화제, 그리고 독립영화 < 초행 > [시각예술]

김새벽, 조현절 주연 김대환 감독 < 초행 >
글 입력 2017.06.05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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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말, 무주산골영화제를 다녀왔다. 서울의 수많은 영화제를 다녀봤지만 상영관이 아닌 하나의 '독립된' 공간에서 진행되는 영화제는 색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마치 다른 세계에 온 듯, 영화로만 가득찬 무주 산골영화관은 거리를 거니는 것만으로도 어쩐지 벅찬 감정을 안겨주었다. 곳곳에 붙어있는 다양한 영화들의 포스터는 설렘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도시와는 전혀 다른 풍경 속에 펼쳐지는 영화의 장은 특히나도 다채로웠다. 볼거리도 즐길거리도 가득한 영화제였지만 무엇보다도 영화의 장르가 한 주제로 한정되지 않았기에 그 다채로움은 더욱 빛을 발한 것 같다. 본 영화제에는 총 다섯 가지의 섹션이 있고, 무주산골영화제의 소개에 따르면 각 섹션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한국 독립영화를 보고 싶다면 <'창' 섹션>, 동시대 국내외 화제작을 보고 싶다면 <‘판’ 섹션>, 편안한 야외 상영을 즐기고 싶다면 <‘락’ 섹션>, 35mm 필름 영화와 캠핑을 즐기고 싶다면 <‘숲’ 섹션>, 무주군민 관객을 위한 <‘길’ 섹션>. 보고싶은 영화가 셀 수도 없이 많았다. 정하담 주연의 <재꽃>, 이자벨 위페르의 <엘르>, 장 다르덴 감독의 <언노운 걸>, 아이들이 만들어낸 수작 <우리들>, 아이슬란드의 색다른 영화 <램스>, 만인의 명작 <빌리 엘리어트> 등. 시간적 제약으로 필자가 볼 수 있었던 건 <초행>과 <헛소동>이었고 오늘은 그 중 <초행>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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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행>은 영화계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한국 독립영화이다. 우선 <철원기행> 이후 김대환 감독의 차기작이라는 것이 가장 큰 요인일 것이다. 그의 장편데뷔작이었던 <철원기행>은 곧바로 수많은 국제영화제에 초청받으며 여우주연상과 감독상을 수상했다. 뿐만 아니라 <줄탁동시>로 이름을 알리고 <한여름의 판타지아>로 독립영화계의 거물로 떠오른 배우 김새벽이 주연이라는 점도 <초행>을 주목받게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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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주국제영화제 초청작이기도 한 이 작품은 30대 초반 젊은 연인의 관계를 그리고 있다. 미술학원 강사 '수현'과 작은 회사의 계약직 직원 '지영'은 6년째 사귀는 중이며 동거를 하고 있다. 30대 초반, 여전히 그들은 젊지만 미래에 짊어진 무게가 무척이나 무겁다. 오랜 연애는 그들이 가벼운 감정으로만 만날 수 없게 만든다. 부모님의 결혼 이야기가 그들을 눌러오지만 연인의 관계를 섣불리 결혼으로 옭아맨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던 중 둘은 아이를 가지게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미래에 대한 불안함과 관계에 대한 혼란이 지영을 더욱 힘들게 한다. 그리고 아주 오랜만에 둘은 지영의 부모님이 사는 인천을 찾는다. 인천으로 가는 길은 멀고 복잡하고 힘들다. 가는 길 번번이 잘못 들며 헤매인다. 그렇게 찾아간 인천에서, 그들은 지영의 부모님과 진지한 이야기를 해보지만 지영은 또다시 그녀를 죄여오는 결혼 이야기와 다그침에 결국 상처받은 채 다시 서울로 도망쳐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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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수현에게 온 고향 '삼척'에 들르라는 연락. 한 번도 간 적 없는 삼척이지만 둘은 한 번 가보기로 결심한다. 역시 멀고 험난한 길, 그들의 초행길이었다. 그곳에서도 결국 둘은 다투게 되었지만 뜨는 해를 앞에 두고 상한 감정을 풀어낸다. 그리고 서울로 돌아가는 길 펑펑 내리는 눈에 갇히지만 다시 금방 고쳐내고 눈은 녹는다. 그들은 그렇게 이런 저런 장애물에 둘러쌓이지만 그들의 방식으로 그들의 나름대로 풀어내고 길을 나아가는 것이다. 세상에는 가본 길보다 초행길이 훨씬 더 많다. 익숙한 길보다 모르는 길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이다. 미래라는 것은 누구에게나 불안하고 인생의 짝을 결정하는 결혼이라는 관례는 인생에서 어쩌면 가장 중요한 일일지도 모른다. <초행>은 불안한 미래를 앞둔 이들의 마음을 잔잔히 다독여 주는 영화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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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가 끝나고 진행된 김대환 감독, 김새벽 배우와의 GV가 무척 인상깊다. 한 씬 한 씬을 촬영하면서 다음 씬을 구상하셨다고 한다. <초행>은 정해진 대본대로 연기된 것이 아니라 김새벽 배우와 조현철 배우, 김대환 감독이 함께 만들어낸 작품인 것이다. 마치 픽션이 아니라 다큐멘터리인 것처럼 두 배우의 연기는 너무나도 자연스러웠고, 수현과 지영은 우리 주변 어디선가 살아가고 있을 것처럼 느껴졌다. 담담하지만 조금은 서글프고 따뜻한 독립영화였다. 한국의 독립영화가 이렇게 색이 더욱 다양해지기를, 그리고 그들을 관객들과 만나게 해줄 영화제가 더욱 많아지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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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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