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상처받은 어른들의 치유,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시각예술]

글 입력 2017.06.05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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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ry Cloud has a Silver lining."

 영화제목을 보고 든 생각은, 바로 위에 적은 저 속담이었다. 아무리 안 좋은 상황에서도 한 가지 긍정적인 측면은 있다는 뜻을 가진 저 속담은 영화의 핵심 주제이기도 하다. 정신병원에서 퇴원한 팻 그리고 남편을 갑작스럽게 잃어 신경안정제를 먹는 티파니를 보고 있자면 정상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 주변 사람들도 딱히 정상적으로 보이진 않는다.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정감이 가지 않는 주인공들이지만 그래도 마음 한 구석 따뜻해지는 신기한 매력을 갖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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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아이 같은 어른들

 
 조울증을 갖고 있는 팻. 아니 어쩌면 아내의 외도를 목격한 이후 잠잠했던 그의 성격이 변해버린 것일 수도 있다. 병원에서 퇴원한 후 그는 어떻게든 정상적인 삶을 살아가려 하지만 주변인들은 그가 무엇인가 잘못을 저지를까 노심초사하다. 땀을 더 내기 위해서라며 쓰레기봉투를 뒤집어쓰고 조깅하는가 하면, 친구 집에서의 저녁식사자리에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미식축구 선수 유니폼을 입고 가기도 한다. 가끔씩 흥분하면 자신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소리지리고 폭력까지 행하는 팻은 부모님이 감당하기 버거운 사람으로만 보였다. 한편, 또 다른 주인공 티파니는 자신의 남편이 갑작스럽게 죽게 되어 충격을 받았는지 회사 사람들과 돌아가며 잠자리를 가지고 결국 해고된다.

 팻과 티파니 이 둘은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사람들이다. 불안정하기 때문에 때론 아이 같은 행동들을 하고, 상대방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한다. 팻은 티파니에 대한 감정이 처음에 좋진 않았다. 물론 자신이 정상이 아니라는 것도 인지하고 있었지만 티파니는 자신보다 더 정상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티파니는 조깅하는 팻을 따라다니며 끈질기게 친구가 되자고 하지만 팻은 자신의 전 와이프 니콜과 다시 합치기 위해 데이트 같은 건 안한다고 거절한다. 그러나 자신의 마음을 숨기고 계속 거절하는 팻과 다르게 티파니는 솔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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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팻을 졸졸 따라다니는 티파니)


"옛날에 걸레였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내 안에 추한 부분이 있지만 그게 나고 난 나 자신을 사랑해요.
당신은 어떻죠?
용서할 수 있어요?
가능키나 해요?"


 자신의 추한부분도 사랑한다는 티파니, 그리고 자꾸 자신의 과거가 밟혀 피하려고 하는 팻은 서로 가시가 돋친 고슴도치로 보인다. 서로 가시를 내세우며 으르렁 거리는 이 둘의 모습은 상처받은 내면을 들키기 싫어 더 과격한 말과 행동으로 자신을 보호하려고 한다. 전혀 친해질 것 같지 않아보이던 이 둘은 한 가지 딜을 하게 되고, 알게 모르게 서로를 치유해 준다. 어느날, 티파니를 찾아온 전 직장동료에게 팻은 티파니를 감싸며 그에게 일침을 가하는데, 이때부터 이 둘은 서로를 믿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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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즐기려는 여자도 많지만 티파니는 날개 꺾인 새처럼 아프고 슬퍼서 방황했던 거에요.
부러진 날개가 다 붙어가는데 당신이 이러면 덧난다구요.

똑똑하고 섬세한 여자니까 길거리 여자 취급하지 마요."


 이상한 성격들을 가진 주인공들이지만 그렇다고 이들이 너무 ‘또라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어쩌면 우리 안에 숨어있는 캐릭터이지 않을까. 이들은 내면의 상처가 너무 커서, 그걸 감추려고 어린아이처럼 행동하는 것뿐이었다. 유치하지만 그래도 더 이상 슬퍼지지 않기 위해서 그들 나름대로 노력을 한것이었다.



서로 다른 사랑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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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팻의 아빠는 한 가지 미신을 믿고 있다. 자신의 아들과 보면 자신이 응원하는 미식 풋볼 이글스팀이 이긴다는 것. 아버지는 팻이 퇴원한 후 자신과 함께 이글스팀 경기를 보기를 원하지만 자꾸 밖에만 내도는 팻이, 게다가 미친 여자라고 소문난 그녀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팻이 걱정된다. 처음엔 아빠가 너무 광적으로 이글스팀과 팻에 집착해서 이 집안사람들 정신이 다 이상한건가 싶었지만 “이글스를 핑계로 널 귀찮게 하는 것도 같이 시간을 보내려는 거야.” 라는 말을 통해 아버지의 사랑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건 마치, 아빠가 나한테 주말마다 같이 산에 가자라고 하는 것과 같은 말이었다. 주말에 아침 일찍 일어나기 싫지만, 그래도 아빠한테 주어진 자유시간은 주말 밖에 없어서 같이 산에 가자고 하는 아빠의 마음. 서로 다른 사랑 방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해하기도 어렵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로맨스는 없을 것 같아 보이는 팻과 티파니마저 서로 다른 사랑 방식을 택한다. 티파니는 팻과 함께 춤으로 치유를 하며 그에게 사랑을 느끼지만 팻이 자신의 전 와이프만을 생각하자 그녀는 상처를 받고 그에게 가장 최악의 선물이라는 말을 퍼붓는다. 특히 댄스 대회 날, 팻의 전 와이프가 온 것을 보고 ‘날 죽이는거야’라고 얘기하며 눈물 흘리는 티파니의 모습은 마음을 찡하게 만들었다. 티파니에게 처음으로 사람 대 사람으로 대해줬던 팻, 그를 통해 치유를 받고 있었던 티파니가 얼마나 그를 사랑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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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춤 연습하는 팻과 티파니) 


 팻 또한 처음엔 티파니가 탐탁지 않았지만, 게다가 춤은 더더욱 하기 싫었지만, 묘하게 그녀를 통해 자신이 안정되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는 그것이 사랑인 줄은 몰랐고, 티파니와 무사히 댄스대회를 마친 후에서야 그녀가 떠나가면 자신이 우울해질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사실 고백은 일주일 전부터 준비한 것이었지만 그는 일부러 일주일 동안 그녀한테 속는 척을 하며 로맨틱하게 사랑을 고백한다.





 각자 괜찮은 척은 하고 있지만 내면에는 상처가 가득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간혹 다른 사람들을 말로, 행동으로 상처주기도 하고 어린아이처럼 땡깡을 부렸을 수도 있다. 상처를 낸 사람도 사람이지만, 그 상처를 보듬어 주는 것도 역시 사람이다. 그래서 혼자 방에서 우울하게 지내기보다 사람들과 만나며 상처를 무디게 하는 게 더 낫다. 팻과 티파니는 우리의 입장에서는 최악의 상황에 갇힌 사람들이었지만 ‘실버라이닝’처럼 다시 자신의 긍정적인 면을 찾아 햇빛을 맞이한다. 이 둘의 햇빛에 언제 다시 구름이 생길지는 모르겠으나 아프고 힘든 시기를 같이 견뎌왔기에 굳은 날씨라 하더라도 또 서로를 보듬어 가며 잘 헤쳐 나갈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요즘 시험에, 취직에, 다른 스트레스로 자신이 최악의 상황에 놓여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실버라이닝’을 찾아 행복한 햇빛 좋은 여름날들을 보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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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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