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몸으로 만드는 시끄러운 이야기 - 이불 @CKL 스테이지

글 입력 2017.06.05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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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
-마임이스트 이두성의 무언극-


이불 -포스터-low.jpg
 




"몸으로 만드는 시끄러운 이야기"


공연을 보러가기 전 중앙도서관에서 과제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내린 소나기가 후끈한 학교를 잠깐이나마 식혀주었다. 비에 젖은 학교는 조용했고 찰박찰박 시원한 빗물을 밟으며 을지로입구역에 위치한 'CKL스테이지'로 발걸음을 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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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KL스테이지에서 진행하는 공연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는데, 이렇게 깔끔하고 조용한 공연장을 여태 몰랐던 것이 아쉬웠다. 검은양복을 입은 직장인이 붐비는 서울 중구. "혹시 퇴근 후 연극 한 편 어떠신가요?"를 권하고 싶을 만큼 넓고 쾌적한 공연장이 여러분을 반길 것이다.
 
지하 1층을 가면 티켓 받는 곳을 안내해주는 안내판이 길을 알려주고 있다. 티켓부스에는 프로그램북을 판매하고 있으며, 2층 카페에서 금일 공연 티켓을 보여주면 모든 음료를 10% 할인한다는 귀여운 안내판을 볼 수 있다. 필자는 비록 커피를 마시지 않지만, 공연장을 찾아오는 많은 관객들을 대상으로 제공하는 소소한 선물이 마음 따뜻하게 해준다.
   
티켓을 받고.. 빗물에 젖어 물이 뚝뚝 흐르는 우산과 무거운 가방이 다소 걸리적거려 귀찮을 무렵, 이 마음을 어찌 알았는지 '물품보관함'이 비치되어 있더라. 이름과 핸드폰 번호 그리고 보관을 원하는 물품을 적으면 티켓에 번호가 적힌 스티커를 받을 수 있다. 물품보관소를 적극 이용하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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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은 티켓 인증샷~★ 최근 카카오톡은 지우고 인스타에 심취한 흔한 현대인 중 하나로 #티켓스타그램 #공연스타그램 #문화스타그램 의 태그를 적으며 인증 한 번 해주자. 참고로 이 공연은 티켓을 유심히 보면 느낄 수 있었겠지만, 좌석번호가 적혀있지 않다. 그 말인즉슨, 지정좌석제가 아니기에 빨리 입장하여 본인이 원하는 자리를 선점하면 된다. 공연 시작 15분 전부터 공연장 입장이 가능하니, 보다 가까이서 그리고 정면에서 무대를 보고자 하시는 분들은 다소 서둘러 주시기를 바라는 바이다.

우리나라 극작가 중에서 대사가 전혀 없는 무언극을 쓴 사람은 몇 명일까? 아마 열 명은 안 될 것이다. 1979년 <개뿔>을 시작으로 무언극을 쓰고 공연한 이강백 작가는 우리나라 최고의 무언극 작가 중 한 분이다. 연극 <심청>에 출연한 이두성 배우를 보고 무언극에 대한 관심이 되살아났다고 하시던데, 실로 <심청>을 보고 온 나도 이강백 작가의 표현에 적극 공감할 수 있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음에도 수 천 마디 말보다 더한 것을 표현하고 있었던 이두성 배우. 만약 그가 출연하는 공연을 발견한다면, 배우 이두성을 보기 위해서라도 주저 없이 꼭 보기를 추천한다.


이불을 덮고 누웠을 때 떠오르는
온갖 생각, 공상, 환상 그리고 잠들었을 때 꾸는 꿈들...
그것이 이 무언극의 소재들이다.


무언극. 말이 없는 연극인 무언극으로 과연 어떻게 장면을 설명하고 관객과 교감하고 공연을 진행할지 참 궁금했다. 그렇다면 실생활에서 말이 없는 경우를 한 번 생각해보자. 우리는 정말로 친한 사람과 있으면 오히려 서로 말이 필요 없다. 친하기에 굳이 나의 생각을 표현하고 나를 드러내기 위해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가 원하는 것을 다 알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 사이에서도 이는 동일하게 적용된다. 하지만 이 연극에서는 이 사랑하는 사람 사이의 '두 가지의 무언'을 보여 준다. 너무나도 사랑해서 말이 필요 없는 경우와, 말을 하기엔 이미 너무나도 쌓인게 많고 늦어 버린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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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중 여기 두 사람은 등을 돌리고 잔다. 서로 얼굴을 마주보지 않고, 서로 말도 하지 않는 남자와 여자는 갑자기 집이 무너져 내리는 사건을 겪으면서도 여전히 별 말이 없다. 홍수가 나도, 외딴 섬에 표류가 되어도 이 둘은 서로 말을 하지 않는다. 만약 이 공연을 보러 갈 예정이라면 여러분은 가장 조용하게, 가장 시끄러운 연극을 보게 될 것이다. 이 연극은 정말 "말이 필요 없다."

무언극의 '무언(無言)'은 단순한 생략이 아니다. 언어를 통한 소통은 서로 다른 곳을 보고도 할 수 있지만 몸짓을 통한 소통은 반드시 서로 마주보아야 가능하다. 언어를 비워낸 자리를 채우는 '마주보는 몸짓', 즉 돌아누운 두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는 것. 그것이 소통의 시작이며 이야기는 그제야 비로소 출발할 수 있다.

이불은 누구나 어린 시절에 갖고 노는 놀이도구다. 행복한 꿈으로 인도해주는 포근한 친구가 되기도, 적들이 들어올 수 없는 요새가 되기도, 멋진 성이 되기도 한다. 어른이 되었다고 이불을 가지고 놀지 말라는 법은 없다. 한 장의 이불을 가지고 이들은 많은 것을 표현한다. 홍수를 피하기 위한 배가 되기도 하는 등 이 둘을 서로 엮어주는 중요한 매개체가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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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공연을 들으면서 놀라웠던 또 하나의 매력을 이야기 해보자면, 단언컨대 '효과음'이라고 할 수 있다. 공연이 끝나자마자 달려가 촬영한 사진에 보다시피 멜로디언, 양동이, 템버린.. 등 가격대가 비싼 악기라던가 특별한 악기는 하나도 없다. 하지만 이 몇 가지의 소품들 만들로도 이들은 세상의 모든 소리를 직접 구현해냈다. 보글보글 물 속에서 숨 쉬는 소리, 바람 소리, 빗 방울 떨어지는 소리, 파도 소리, 보트 소리.. 이들의 창의력에 소름이 돋을 터이니 가히 기대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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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이 좋게도 공연 후에 '관객과의 대화'시간이 주어졌다. 다음은 내가 메모한 관객의 질문 및 배우들의 응답에 관한 내용 전문이다. 생각보다 시간이 짧아서 아쉬웠지만, 배우와 연출가의 생각을 직접 들을 수 있다는 점이 너무나도 좋았다.


질문1. 작은 이불과 큰 이불의 차이와 개연성과 왜 물이라는 것이 험난함을 상징하는지, 시대와 맞춘 것인지?

> 무인도에 오면서 이들을 이끌었던 이불에 따라 무인도에 왔고, 방황하고 심심해하며 사이가 안 좋다가 작은 이불이 떨어지면서 사이가 좋아져
극 중에서 꿈인지는 관객의 상상에 맡겨서
시대상은 이강백 선생님이 20년 전에 쓴 글이고 이두성 배우가...blah blah
물과 배는 아픈 과거가 있기 때문에, 마음이 아파지는 지점이 있기 때문에, 직접적으호 다루지 않지만 헤쳐나가면서 상처가 치유되기를 바람, 극을 옹해 해소하겠다는 목적은 없어
> 홍수에 노아의 방주처럼 새롭게 태어나는 느낌으로, 표현은 일상을 재발견 해보고자.. 판토마임!


질문2. 배우분들의 기분은?

> 추상적인 마임, 추상적인 표현을 지향해. 오바할까봐 두렵고 걱정이 되지만 젊은 배우들을이 편하게 해서 편하게 할 수 있었어
> 마임이 처음인데, 환하게 웃는 관객을 보기가 어려워. 편한 표정을 지어줘서 고마워
> 내용이 많이 따뜻하고 스스로도 위로를 많이 받았고. 행복해하는 관객을 보며 덩달아 행복감을 느끼고 있다
> 행복하다. 우쿠렐레와 실로폰이 처음이라 악기를 잘 다루지 못해서 과정은 무척 힘들었으나 결과는 관객과 함께 해서 행복하다


질문3. 오구(?)의 축소판, 무성판.. 현장에서 이펙트 음을 많이 맞춰서 하는지, 폴리녹음과도 비슷한데 두 분은 트레이닝이나 따로 연습이 있었는지?

> 찰리 채플린이 부러워요, 자기 작품에 작사, 연주 그리고 배우까지 해서... 작품을 하게 될 때 음악이 가장 어려워. 음반을 많이 듣고 따온다.
> 처음에는 굉장히 악기가 많아서 줄이기도 하고 일상에서 쓰이는 소품으로 효과음을 찾게 되었어. 전문적이지 않아도 칠 수 있는 악기를 사용하여 편안하고 쉽게 할 수 있도록..
> 음악 선생님께서 우크렐레를 잘 모르셔서 함께 배우는 중. 코드를 두 개 밖에 몰라!ㅋ
끝으로 우리나라에 마임의 르네상스가 오기를 바라는 바이다. 배우 이두성은 그 희망의 선두주자이다. 보다 많은 무언극들이 세상에 나오기를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





이불
-마임이스트 이두성의 무언극-


● 연극명 : 이불

● 장소 : CKL 스테이지 (한국관광공사 서울센터 지하1층)

● 기간 : 2017.05.18(목) ~ 2017.5.28(일)

● 공연시간 : 평일 20:00 / 토요일, 일요일 16:00 (월요일 공연 없음)

● 관람료 : 전석 20,000원 (청소년 50%, 만24세 미만 청년 30%)

● 관람연령 : 만 10세 이상 관람가

● 러닝타임 : 50분

● 제작 : 공연창작연구소 이슬길

● 기획 : K아트플래닛

● 공연문의 : 02-742-7563





<상세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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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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