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무겁지 않은 미술시장, 디자인 아트페어 2017 [전시]
글 입력 2017.05.17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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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작품을 사고파는 곳이래.”
“그럼 작품을 살 만큼의 돈이 없는 우리 같은 사람은 들어가면 안 되는 곳 아니야?”전시보다 발을 들여놓기가 어려운 곳이 바로 아트페어이다. 여러 갤러리가 모인 장소, 위엄적인 갤러리의 분위기, 작품을 사기 위해 온 VIP들을 모시는 풍경. 이 곳 어디에도 일반 관람객이 설 자리는 없다. 중저가 미술 시장이 열리면 발 디딜 틈 없이 붐비는 유럽의 아트페어와 달리 우리나라의 중저가 미술 시장은 붕괴되어 구매자도 작가도 매개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처음의 기대는 “‘디자인’ 아트페어이기 때문에 일반인들의 접근성이 조금 더 높지 않을까?”였다. 표를 받고 입장하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다양한 디자인의 가구들은 마치 가구시장을 떠올리게 했다. 하지만 넓은 공간에 빽빽하게 들어선 가구들이 아닌, 사이사이에 여백을 많이 두고 배치한 가구들은 큰 거실 속 공간을 보듯 안락하고 의자 위에 앉아 쉬었다 가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는 편안함을 준다.티켓을 받고 발을 처음 들어놓았을 때 보이는 풍경. 넓은 공간에 가구들이 여백을 두고 배치되어 있다.원색이 인상적이었던 책상과 의자. 독특한 모양의 스탠드.녹색이 가득한 부엌디자인의 모습.전시장 안쪽으로 좀 더 들어가 보면 여느 아트페어와 마찬가지로 부스가 나누어져 있고 디자인 작품들을 판매하고 있었다. 하지만 좀 더 가벼운 분위기. 최근 북서울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덕후프로젝트’가 생각났다.디자인 아트페어 2017의 풍경.열심히 작품의 설명을 듣는 사람들.거리감이 느껴지는 미술품들만 있는게 아니였다. 아기자기한 디자인 캐릭터로 만들어진 노트, 필기구, 하나밖에 없는 디자인으로 만들어진 귀걸이 등의 악세사리들. 지갑을 열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아트페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게 바로 아트페어지!" 아무 생각 없이 들어갔다가 순간 작품에 매료되어 지갑을 열게 만드는 이 장소가 바로 시장이었다.나 또한 지갑을 열었다.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외에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에서는 조금 더 상업적인 작업들을 판매하고 있었는데, 그 중 나의 발길을 멈추게 한 것은 바로 옛날 LP 음반을 파는 곳이었다. 그 외에도 서양미술사 속 미술가들의 작품을 표지로 한 클래식 CD와 흔히 구할 수 없는 샹송 음반을 예쁜 디자인 표지에 넣은 작업들을 판매하고 있었다. 판매하는 아저씨의 선곡을 들으며 음악에 대해 재잘재잘 이야기하고, 우리나라 옛 가요부터 미국의 팝송, 아이슬란드의 콘트라베이스 연주자, 프랑스의 샹송, 우리나라의 뉴에이지 음악까지 시간의 흐름을 따라 듣다 보니 마치 여행을 막 마치고 인천공항에 내렸을 때의 아쉬움이, 디자인 아트페어를 다 둘러보고 나왔을 때 나의 기분이었다. 성공리에 막을 내린 디자인 아트페어 2017, 2018년의 디자인 아트페어도 기대해본다.문화리뷰단_ 박이슬[박이슬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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