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정치의 근본을 찾는 여정의 시작 - ‘정치혁명’

글 입력 2017.05.10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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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에 대해 얘기하는 철학자들은 많았다. 정치가 무엇을 추구해야하는지에 대한 담론은 정치의 형태를 처음 갖춘 고대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입을 통해 재정의 되고 있다. 끊임없이 재정의 되는 것은 완전한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책의 저자 신봉수 교수는 정치의 근원을 찾고, 정치를 바로세우기 위해 ‘권위’의 회복을 주장한다. 책은 ‘권위’의 필요성을 주장하기 위해 역사적 사건들을 훑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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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위’는 무엇이며 권력과는 어떻게 구별되는가? 저자는 권위자발적인 복종을 이끌어내는 힘이라고 주장한다. 복종이 자발적이라는 점에서 복종을 강제하는 권력과는 다르다. 권위와 권력을 올바로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역사적으로 실패한 정치사례들이다.
   
지도자가 바르면 명령하지 않아도 백성들은 실천한다. 지도자가 바르지 않으면 명령을 해도 백성들은 복종하지 않는다.
- 본문 중

정치가 무엇인지 묻는 제자의 물음에 대한 공자의 답변이다. 저자는 공자의 이 말이 권위를 묘사하는 말이라 주장한다. 공자는 권위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었으나 폭군을 자신의 주군으로 섬겼다.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그토록 사랑하던 자신의 국가에 의해 사약을 마시게 된다. 고대의 철학자들은 권위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었으나 권력과 권위를 구분하지 못하였고, 권력에 대하는 방식을 올바로 취하지 못했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이런 상황은 후대의 철학자인 플라톤과 맹자로 하여금 정치에 대한 새로운 방식을 생각하게 만든다. 플라톤은 정치를 진리를 추구하는 과정이라 설명하며, 진리를 깨달은 철학자에 의한 철인정치를 추구했다. 맹자는 왕도와 패도를 구분하며 덕으로 어짊을 실천하는 왕도정치를 추구한다. 권력과 권위를 구분하려는 시도는 권위에 대한 철학으로 군주제를 유지하는 기반이 된다.
 
현대는 이런 군주제에 반기를 들었다. 권위에 대한 생각이 변했기 때문이다. 철학자들의 권력과 권위를 구분하려는 시도가 시간이 흘러 독재의 수단으로 잘못 쓰였기 때문이다. 권위를 등에 업고 권력을 행사한 종교로 인해 서구 정치는 더럽혀졌다. 혁명은 종교-전통-권위의 삼위일체 관계를 깨트렸다. 그런 과정에서 폭력을 수단으로 삼으면서 혁명은 수단의 정당성을 확보하는데 실패한다. 폭력을 용인한 것은 극단적 전체주의와 민족주의 사상을 가진 독재자들의 사상으로 흡수되어 세계적 재앙을 낳는다. 이런 서구의 영향을 받아 동양에 현대의 개념이 유입된다. 군주의 권리를 하늘이 내린 것으로 이해하던 동양은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개인의 자유가 침해되는 현상이 비일비재했다. 현대의 개념과 가치체계에서 그것은 용인될 수 없는 현상이었고, 동양 역시 정치권위에 대한 재고가 이루어지게 된다.
 
그렇다면 자유민주주의를 채택한 국가가 세계의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현대, 올바른 정치권위는 회복되었나?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답한다.
 
정치권력은 지배할 수 있는 능력이지만, 정치권위는 지배할 수 있는 자격이다. 능력은 복종을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을 갖고 있는지에 대한 사실판단이 중요하지만, 자격은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정당한지에 대한 가치판단에 의지한다. 법적권위가 정치권위를 대신하게된 것은 지배와 복종이라는 사실, 그리고 이런 관계를 정당한 것으로 만드는 가치를 구분하지 않았기 때문에 벌어진 사태였다.
- 본문 중
  
그에 따르면 현재는 법적권위가 정치권위를 대신하고 있을 뿐, 정치권위가 회복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법이 도덕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현대, 합리적 이성에 근거해 각 정치 주체들에 의해 만들어진 헌법은 정치과정을 합법적으로 만들 수는 있지만 자발적인 복종까지 가능하게는 못하기 때문이다. 현대의 가치관의 근거인 합리적 이성은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추구하게 했다. 이 과정에서 정치 역시 개인의 선택이라는 일종의 관점을 제시하며 사람들로 하여금 오리혀 정치에서 멀어지게 만들었다.
   
정치로부터 자유로울 권리를 강조하면서 소극적 자유에 집착하는 것이 오히려 모든 정치적 권리에 대한 무관심을 조장했다
- 본문 중
  
‘소극적 자유’란 과거 혁명과 독재에 경험했던 국가를 비롯한 각종 공동체에 의한 억압, 폭력에 대한 자유를 일컫는다. 개인의 자유를 추구하다보니 오히려 정치에 대한 평등하고 자율적인 자유를 의미하는 ‘적극적 자유’에 대한 관심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저자는 적극적인 자유가 보장되어 올바른 정치권위가 성립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정치권위는 법치와 인치로는 완성될 수 없다. 현대사회에서 정치권위가 존재할 수 있는 근거는 정당성과 정당화다. 정당성은 새로운 정치체제가 등장할 때 요구되고, 정당화는 새롭게 등장한 정치체제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데 필요하다. 정당한 정치권위는 정당성과 정당화에 의해 완성된다.
- 본문 중
 
저자가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은 정치권위가 바로설 수 있는 새로운 정치체제이다. 자유민주주의는 사회주의의 실패에 견주어 대다수가 택하고 있는 정치체제 중 하나일 뿐, 완벽한 정치체제라고는 볼 수 없다. “적극적 자유가 보장된 상태에서 이루어진 합리적 숙고와 도덕적 판단”으로 완성되는 정치권위. 그리고 그에 자발적으로 복종하는 구성원들로 이루어진 사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생각해보게 만들어주는 책. ‘정치혁명’이었다.
 
 
[김마루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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