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낭만주의 결핍주의보 [시각예술]

글 입력 2017.04.30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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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인을 위한 동화, 상하의 개념, 아름다운 색감과 조명들…. 사람들은 부다페스트 호텔을 그렇게 불렀다. 복잡한 액자식 구성을 가진 영화, 시대의 향수. 이런 여러 가지 요인들을 포함해 이 영화는 굉장히 매력적인 영화이다. 촬영과 화면비율, 대놓고 줌인 하는 방식들은 관객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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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여러 가지 요소들을 떠나 영화를 세 번 보면서 내가 가장 매력을 느꼈던 것은 진주인공과 다름없는 ‘구스타브’라는 캐릭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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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원들이 바쁜 하루를 시작하려고 좁고 기다란 방에 식사를 하기 위해 모였을 때도 시를 읊고(심지어 밥을 먹든 말든 신경 쓰지도 않으면서), 연인과 다름없는 사람을 보내면서도 시를 읊고, 전 재산도 돈 조금과 낭만시 모음집이고, 죽지 전에도 시를 읊는다. 누명을 쓰고 도망치는 신세일 때마저도 파나쉬 향수를 고집하는 성격은 낭만주의적 인간을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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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위험에 처하거나 생존이 급급할 때는 상황을 직시하거나 직설적인 말들, 혹은 욕설 등을 내뱉으면서 현실과 타협하는 모습을 보이는 구스타브는 어쩌면 ‘타협적 낭만주의 인간’이라고 볼 수 있겠다. 너무 환상에 빠져 사는 낭만주의도 아니고, 적당히 현실과 타협하며 자신의 환상을 이어가는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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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우리는 낭만적인 성향을 영화니까, 문학이니까, 시니까, 음악이니까……. 예술이니까 가능한 일이지, 라며 ‘현실에선 불가능한 것’으로 규정해 현실에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없게 만든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일까? 세상엔 낭만주의나 구스타브처럼 ‘타협적 낭만주의’는 보기가 너무 힘들다.


 어쩌면 우리는 그런 사람들이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남을 위로해주고 잘 어울릴 줄 알며 자기 일도 잘하고, 때론 모험도 하면서 어딘가에 있을 환상을 믿고 살아가는 사람들. 너무 무모하고 비현실적이며 현실과는 동떨어진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우리 안의 그들은 다 어디로 사라져버렸을까?







[고도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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