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완가친우단(万家亲友团)'을 통해 본 SNS의 시대 [문학]

글 입력 2017.04.15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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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전 페이스북을 훑어보다 한 친구가 공유한 인스타그램과 관련된 흥미로운 동영상을 보게 되었다. 내용은 즉, 실제 모습과 인스타그램에 올린 모습이 다르다는 것인데 이미 다 알고 있는 뻔한 내용이었지만 피식 웃음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인스타그램을 자주 애용하는 한 사용자로써 나의 모습을 마치 거울을 통해 보는 것 같았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SNS의 모습과 실제 모습은 얼마나 일치할까? 좋아요만 누를 수 있는 남은 모른다, 오직 우리 자신만이 알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SNS 속에서의 친구관계는 실제 친구관계와 같을까? 이것 또한 관계에 속한 사람들만 알 뿐이다. SNS 첨단기술이 점점 우리 일상에 침투하면서 관계형성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심지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투브 등이 차단된 중국에서도 SNS의 단면이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에 황베이쟈 (黄蓓佳) 작가는 '완가친우단 (万家亲友团)' 이라는 작품을 통해 중국 사회 현실을 보여주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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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바이두(百度)



* 황베이쟈 작가는 중국당대문학을 총괄하는
 '중국작가협회 (中国作家协会, 공산당 직속 단체)'에
속한 1급 작가이다.

그녀는 아동문학작가로 유명하지만
일상생활에 대한 관찰력과
자연스러운 표현력을 가진
단편 소설가로도 알려져 있다.



 제목을 그대로 해석하자면 완씨 집안의 친목회라는 뜻인데, 여기서 '완 (万)'은 숫자 만, 많다라는 뜻도 가지고 있다. 이 작품에서는 개인주의적 성향을 가진 아내 완옌과 고아였던 남편 천쿤이 '완가친우단'이라는 위챗 가족방에 개입되며 생기는 일들을 다루고 있다. 완옌 집안에는 약 70~80명에 달하는 사촌, 외사촌 형제들이 있는데 어느 날 한 사촌이 '완가친우단' 이라는 위챗 가족방을 만들게 된다. 완옌은 그저 시큰둥하지만 그동안 대가족과는 연이 없었던 천쿤이 '완가친우단'에 대해 큰 열정을 보이며 하루에 100번 이상 핸드폰을 열어보고, 코멘트를 열심히 달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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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개인 위챗 화면



*위챗 (Wechat, 微信), 중국의 국민 메신저로
한국의 카카오톡을 생각하면 된다.

위챗은 특이하게 카카오톡과
카카오스토리 기능을 다 갖추고 있는데,
다른 SNS와 다르게 오직 내 친구들만
내 게시물을 볼 수 있으며
친구의 게시물에
내가 모르는 사람이 단 코멘트를 볼 수 없다.



 천쿤은 시시때때로 완옌에게 가족방에 올라온 동영상, 소식들을 전하지만 완옌은 자신과 거의 관계가 없다고도 할 수 있는 머나먼 친척 얘기를 언급하는 남편을 이해하지 못한다. 남편처럼 코멘트를 달려했지만 그녀가 막 두 글자를 썼을 때 대화창 페이지는 이미 4페이지까지 넘어가게 되고 결국 그녀는 쓰기를 포기한다. "사람이 사막에서 오랫동안 물을 못 마시다가 오아시스를 보면 무턱대고 달려드는 법이잖니." 라고 얘기하는 엄마의 말을 듣고 완옌은 그를 이해해 보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그녀는 자꾸 자기 대신 자신의 가족들을 만나고 폰만 만지작거리는 그의 모습에 폭발해 버리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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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바이두(百度), 중국 대가족의 모습


 설이 막 지나간 어느 날, 후난지방에서 완옌의 직계 백부 장례식이 열리고, 원래는 같이 가려고 했으나 완옌은 비행기를 놓치게 된다. 그녀를 대신하여 천쿤이 혼자 가게 되는데 조금만 더 머물다 오겠다는 그는 집에 돌아온 후 완옌에게 이혼을 청구한다. '왜?' 가 아닌 '누구야?'라고 묻는 완옌의 물음에 천쿤은 완옌 큰어머니의 조카딸과 바람이 났다고 고백한다. 완옌은 천쿤의 배신으로 인해 화가 나지만 그동안의 결혼을 유지할 이유를 생각해내지는 못한다. 천쿤은 순순히 집을 먼저 떠나며 한 가지 요구사항을  얘기한다. 바로 '완가친우단'에 남을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안돼'라고 얘기할 줄 알았던 그녀는 '완가친우단'에 그의 요청을 올려 토론을 거친 다음 정하겠다고 답하며 이야기는 끝이 난다.

 작품속 내용만 본다면 이혼의 결정적인 원인은 첸쿤과 완옌의 개인적인 성격 차이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항상 애정결핍을 가지고 있었던 첸쿤은 누군가로부터 관심을 받을 수 있자 가족방에만 집중하고 집착한다. 반면 완옌은 본래 표현을 잘 안하는 성격이며 직장에서도 동료들이 가족과 자신의 아이에 대해 얘기하는 것만 들어도 불쾌감을 느낀다. 첸쿤은 그런 완옌의 모습을 보며 자신이 완옌의 몫까지 담당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렇게 열정적으로 '완가친우단'에 참여하는 첸쿤은 너무 멀리 와버리고 말았다. 완옌은 마지막에 그의 요구를 대화방에 올렸을까? 여러 가능성이 있다. 원래 대화방에 잘 참여하지 않았으므로 올리기 망설이며 아예 물어보지 않았을 수도 있고, 올렸다 해도 친척들이 무관심할 수도 있고, 혹은 첸쿤의 퇴출을 요구하거나 요구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결과가 오든, '완가친우단'은 멈추지 않을 것이고, 첸쿤 같은 사례가 반복되어 나타날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이다.
 
 '완가친우단'은 완전히 자신의 욕구를 표현하는 장으로 변해버렸다. 친척들은 자기도 잘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관심을 받고 싶어 했으며 자신의 소식, 놀러간 사진, 동영상 등을 올려 '나 이렇게 잘 살고 있어'를 겉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첸쿤은 이러한 공간에서 가장 최적화된 사람이었다. 그에게는 아이도 없었고 걱정거리가 없으면 아내와 자주 대화하지 않는 편이었다. 자랑할 만한 것이 있어도 완옌에게 얘기해서 시큰둥한 반응을 받기보다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칭찬과 관심을 받기를 더 원했다. 즉, '완가친우단'은 그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유일한 '오아시스'였던 것이었다.

 '완가친우단'은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SNS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사람들은 더 많은 팔로우를 원하고, 연예인이 갖고 있는 '스타성'을 자신도 갖고 싶어한다. 또한 자신의 전혀 일상 같지 않은 모습을 일상으로 올리고 좋아요 수만큼 행복해진다. 관계 또한 '보여주기식'으로 흘러가기 일쑤이다. 내 팔로우 중에서 나를 정말로 알고 있는 사람들은 몇 명이나 될까, 아무리 팔로우수가 많더라도 실제로 만나서 얘기할 수 있는 사람들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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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구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소식을 꾸준히 올리는 것은 지금세대의 소통방식이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인터넷 매체가 없어 손편지를 쓰고 또 오랫동안 답장을 기다려야 했지만 지금은 아무 시간, 아무 장소에서 누구나 실시간으로 자신의 소식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기능은 졸업하면 다시는 못 볼 것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과의 연결이 끊어지지 않게 도와주며 더 많은 관계를 형성하게 만들어 주었다. 관계유지에 있어 SNS은 항상 나쁘다고만 말할 수는 없지만 이러한 SNS 기능을 악용할 경우 관심을 받고 싶어 근거 없는 괴담이나 루머를 퍼트리는 등 서로 속고 속이는 폐해를 조성할 수도 있다.

 SNS를 제대로 활용하고 싶다면 진실한 자신의 모습을 표현할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하다. 자신의 모습이 비춰지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들은 SNS를 통해 만들어진 '가짜'만을 믿게 될 것이다. 그리고 '가짜'와 '진짜'의 모습의 차이가 깊어질수록 우리는 더 우울해지며 '관계유지'라는 의미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욕구를 표현하는 데에만 그치지 않고 SNS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좋은 점을 더 많이 생각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일단 나부터 한 번 더 내 자신을 뒤돌아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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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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