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Essay] 우리는 왜 에세이를 쓰고, 에세이를 읽을까

글 입력 2017.04.15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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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취미 중 하나는 '할 일 없이 서점 걸어 다니기'이다. 말 그대로 서점을 걸어 다닌다. 마음에 드는 책을 발견하면 책을 들고 의자에 앉아 책장을 넘기기도 하지만, 드물다. 보통은 베스트셀러 코너를 얼쩡거리거나 천천히 서점을 배회한다. 서점을 걸어 다니는 것은 책 속의 지식과 진리를 배우는 데에는 별 소용이 없다. 그렇지만 계속해서, 주기적으로, 할 일 없이 서점을 걸어 다니다보면 베스트셀러에는 어떤 책들이 주로 있는지, 사람들은 어떤 분야의 책들에 관심을 가지는지 알게 된다. 요즘 서점을 배회하면서 새롭게 느낀 것은, '에세이집이 참 많다'는 것이었다. 베스트셀러에 에세이는 빠지지 않고 몇 권씩 이름을 올리고, 많은 사람들이 에세이 분야에 관심을 가진다. 실제로 교보문고는 5년 간 1월부터 10월까지 도서 판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에세이 분야가 100만권을 넘어서며 4년 만에 성장세로 돌아섰다는 내용을 2016년 11월 제시한 바 있다.

   많은 사람들이 에세이를 읽는다. 동시에 많은 사람들이 에세이를 쓴다. 등단한 작가도, 등단하지 않은 사람도, 유명인도, 유명하지 않은 사람도, 사진작가도, 여행가도, 일러스트레이터도 에세이를 쓴다. 그래서 에세이의 종류도 다양하다. 일상 에세이, 여행 에세이, 그림 에세이, 연애 에세이 등.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쓴 제각각의 이야기들이 에세이 코너에 옹기종기 모여 있다. 사실 나도 '에세이'라는 이름으로 무언가를 쓴다. 내 글의 장르를 '에세이'라고 칭한 데에 다른 이유는 없었다. 내 글은 소설도 아니었고, 시도 아니었으며, 칼럼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네이버 국어사전에 따르면 에세이는 수필과 동의어이고, 수필은 '일정한 형식을 따르지 않고 인생이나 자연 또는 일상생활에서의 느낌이나 체험을 생각나는 대로 쓴 산문 형식의 글'이다. 위의 정의에 따르면 오늘날 나와 많은 사람들은 일정한 형식을 따르지 않는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글을 쓰고, 읽고 있다.

   오늘날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에세이를 쓰고, 에세이를 읽을까? 보다 복합적인 요인들이 맞물려 작용하고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할 일 없이 서점을 몇 번 더 걸어본 이후 차차 이야기해보고 싶다. 우선, 단순하게 '쓰고 읽는 행위'의 정의를 바탕으로 우리가 에세이를 쓰고 읽는다는 것에 대해 생각을 해보았다. 각 단어의 뜻은 사전에 등재된 여러 뜻 가운데 가장 적절한 단어를 선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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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쓰다 : 머릿속의 생각을 종이 혹은 이와 유사한 대상 따위에 글로 나타내다.

   사람에게는 표현의 욕구가 있다. '표현'은 욕구인 동시에 사람 간 상호작용에 필수적인 요소이다. 우리는 단순한 감정뿐 아니라 깊은 생각까지도 '표현'함으로써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다. 표현하지 않으면, 내 감정과 생각은 타인에게 전달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표현'은 굉장히 중요하다. '글'은 하나의 표현 도구이다. 감정과 생각은 일상 속의 대화, 텍스트 메시지, 발표, 그림 등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되는데, '글' 역시 그 중 하나인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글'로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보여주려고 할까? 글은 구체적이고 명시적이며, 기록되어 남기 때문이다. '말'은 가장 일반적이고 많이 쓰이는 표현의 도구이다. 그러나 '말'은 발화됨과 동시에 소멸된다. 의미의 전달은 이루어졌으나, 그 형태는 사라지고 없는 것이다. 회화나 음악과 같은 표현 도구도 있다. 이러한 예술은 말로 하거나 글로 쓰는 것보다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큰 감동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분명하게 감정과 생각을 전달하는 것은 어렵다. 따라서 전달하고자 하는 것을 명료하고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으면서, 기록으로 남길 수 있다는 것이 글을 '쓰는' 이유가 아닐까. 그중에서도 특히 '에세이'는 형식과 내용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운 글이다. 아무리 사소한 일상이라도 쓰고 싶다면 얼마든지 쓸 수 있다. 오히려 사소하고 평범한 것들에 대한 관심이 오늘날 에세이의 주된 주제이다. 사소하고 평범한 일상에 대한 자기 고백적이고 진솔한 에세이적 글쓰기는 '평범함'을 인정함과 동시에, '특별함'을 덧붙이는 행위이다.


2.  읽다 : 글을 보고 거기에 담긴 뜻을 헤아려 알다.

   '읽는' 행위는 다양한 목적으로 이루어진다. 지식의 확장을 위한 것이기도 하고, 간접 경험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고, 시간을 보내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특히 '에세이'의 경우에는 공감과 소통을 주목적으로 한다고 생각한다. '에세이집'은 딱딱하지 않은 말투로 낯설지 않은 것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내용은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적인 이야기인 경우가 많으며, 그것은 읽는 사람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기도, 위로를 건네기도 한다. 그래서 가볍게 읽을 수 있고, 읽다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다른 사람들도 나와 크게 다르지 않게 살고 있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하기도 한다. 어렵지 않게 글에 담긴 뜻을 헤아릴 수 있고, 평범한 것들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준다는 것. 글을 읽는 독자의 평범한 일상에도 색다른 관점을 제시해 준다는 것. 그것이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에세이를 읽는 이유가 아닐까.
 

   앞서 말했듯,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에세이를 읽으려 하고, 쓰려고 하는 것'을 위와 같은 이유에 한정하여 단순하게 파악할 수는 없다. 텍스트, 생산과 분배, 소비 등 다양한 영역의 상호작용을 통해 나타나는 결과로 보는 것이 더욱 타당한 설명이 될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이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고자 한다.


참고 : 에세이 분야 4년 만에 다시 성장세로 (2016. 교보 DB)

[About-Essay] 지금, 왜, 에세이인가


[노혜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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