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 뷰티인사이드 >, 진짜 '나'를 사랑해줄 수 있나요? [시각예술]

매일 나는 다른 사람이지만 같은 사람입니다.
글 입력 2017.03.17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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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을 정말로 사랑해주는, 사랑하는 연인이 만약 하나의 모습이 아니라면, 당신은 그 사람을 정말로 사랑할 수 있는가. 영화 <뷰티인사이드>는 실제로 일어날 수는 없지만 한 번쯤 생각해 볼만한 이야깃거리를 던져주는 영화다. 이 영화는 개봉 당시 한 배우에 대한 사람들의 일방적인 악평 때문에 일명 '평점 테러'를 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그러나 필자는 배우 본인의 잘못이 아닌 일로 배우가 그리고 영화가 저평가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며, 이 영화는 가히 내게 손꼽히는 한국영화들 중 하나다. 판타지 로맨스라는 장르가 생소한 이들도 많겠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영상, 대사, 음악 모든 것이 완벽했다는 것이다. 영상의 은은한 색감과 그림같은 구성이 다채로운 음악들과 너무나도 아름답게 어울렸고, 대사 하나하나가 보는 이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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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범한 일상을 살아 가던 '우진'은 열여덟 번째 생일날 아침, 거울 속에서 느닷없이 처음 보는 이를 마주하게 된다. 그 이후 매일 우진은 남자였다가, 여자였다가, 어린 아이였다가, 노인이었다가... 성별도 나이도 국적도 불문하고 다른 사람의 모습으로 변해야 했다. 매일 아침 얼굴에 손을 올리면 느껴지는 분명한 생경함에, 현실을 받아들이기 위해 그는 부단히 노력해야 했을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그는 처음 보는 '우진'의 눈에 맞는 안경을 끼고 몸에 맞는 옷을 입고 발에 맞는 신발을 신으며 새로운 '우진'을 받아들였다.

  그의 직업은 가구 디자이너이다. 오직 한 사람을 위한 맞춤형 가구를 디자인한다. 대부분의 시간을 작업실에서 보내는 그는 늘 좋은 가구를 만들기 위해 여념이 없다. 그런데 어느날 그가 자주 찾는 가구점에서, 문득 한 여자가 눈에 띄었다. 그 이후로 그는 그녀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그녀는 상냥했고 아름다웠고 가구를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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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날마다 그녀를 만나러 갔다.
그녀는 내가 어떤 모습이든 한결같았다.
그러나, 그녀에게 나는 늘,
처음 본 손님일 뿐이었다."


  거듭 고민하기를 여러 번, 우진은 더이상 그녀를 향한 마음을 감당할 수 없어서 그녀에게 좀 더 어울리는 모습으로 깨어날 아침만을 기다렸다. 그리고 때가 되었을 때, 서툴지만 진솔하게 마음을 전했고 진심은 통했다. 그의 비밀을 알게된 이수는 큰 혼란에 빠졌지만 그가 보여준 진심은 그녀를 무모한, 그러나 사랑에 빠진 한 여자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10년 남짓한 세월을 고립된 존재로 살아온 우진는 처음으로 생각했다. '나는 더이상 세상 밖 혼자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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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그들의 사랑은 결코 순탄할리 없었다. 이수는 우진만을 바라본 채 매일 다른 모습의 그를 '느끼고자' 노력했지만 금세 그녀의 주변 사람들은 수근거리기 시작했다. 예고된 일이었다. 매일 남자를 바꿔대는 여자. 이수는 어느 누구에게도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없었고, 그런 그와 먼 미래를 생각한다는 것은 더욱 힘든 일이었다. 그런 그녀의 마음을 알지못한 우진은 결혼을 이야기했고 이수는 가볍게 말하는 우진의 모습에 결국 화를 내고 말았다. 우진의 마음도 이수의 마음도 각자의 상황에서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익숙해졌던 우진의 일상을 '불편하게' 느끼게 해준 여자와, 사랑하는 남자를 길거리에서 만나도 알아볼 수조차 없는 이수. 어쩌면 둘의 끝은 처음부터 정해져있었을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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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말은 혹시 아직 보지 못했을 이들을 위해 언급하지 않고 남겨둔다. 필자에게는 정말 좋았던 영화임에도 외부적 이유로 흥행하지 못한 것이 너무나도 아쉽기에. 기대해도 좋은 결말이다. 나는 <뷰티인사이드> 속에서 이수의 편을 들어주고 싶다. 우진은 사실 이기적이었다. 사랑에 눈이 멀어 사랑하는 이의 고통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이수가 제 발로 병원을 찾아가 의사에게 그녀의 이야기를 털어놓기 전에 그녀에게 먼저 믿음을 주어야 했다. 그의 내면을 사랑한다 할지라도 사랑이란 육체 간의 것이거늘, 이수는 사랑하는 이와 살갗이 닿을 때 두려움을 느껴야했을 지도 모른다. 얼마나 고통스럽고, 또 미안했을까. 둘의 사랑만큼이나 '이수'가 바로 기적같은 사람이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내면을 사랑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지 모르지만 온전히 내면에 대한 사랑만으로 인연을 이어가는 것이 가능하다고는 단언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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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오늘 같으면 좋겠다.
너도 지금 모습 그대로,
나도 지금 이대로."


[강우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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