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오늘은 우리 생에서 가장 젊은 날 - 영화 '위아영' [시각예술]

모든 나이에는 저마다의 아름다움이 있다
글 입력 2017.03.14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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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미는 악한 게 아니야. 단지 젊을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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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여있는 삶을 사는 조쉬. 열정을 갖고 찍기 시작한 영화는 늘어지고 늘어져 10년째 완성하지 못하고 있고, 일상은 권태롭기만 하다.
그러다가 파릇한 20대의 제이미와 다비 커플을 만나고서부터 삶의 활력을 찾기 시작한다. 음악, 패션, 라이프스타일... 구석구석까지 예전에 잃어버렸던 줄 알았던 젊음의 열기가 가득 차오른다. 조쉬는 새 삶을 선사해준 제이미에게 호감을 잔뜩 품고 그의 영화작업을 선뜻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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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제이미가 자신보다도 일이 잘 풀리자 점점 시기와 질투를 하기 시작하고,  심지어 제이미가 자신에게 접근하고 영화작업에 끌어들인 것이 단순한 호의가 아니라 철저히 계획된 것이었음을 알게 된다.
조쉬는 뒤늦게 제이미의 정체를 알리려 애쓰지만, 그 야망만큼 재능도 큰 제이미는 결국 조쉬를 뛰어넘어 성공하게 된다.

보는 내내 참 답답했던 영화. 언뜻 보면 늙음은 결국 패기 넘치는 젊음에게 질 수밖에 없다는 뜻을 담고 있는 듯 하다. 하지만 겉보기와는 달리 이 이야기는 비극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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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미의 사기행각을 까발리려다 되려 수모를 당하고 나온 조쉬는 아내 캐롤라인에게 이런 말을 한다.


"난 매일 멋진 선물을 받고 있으면서도 인정을 못했어."


대외적으로 비전 없고 초라해져버린 자신이 싫어 과거의 젊음 뒤에 숨어있던 그. 잠시나마 위안이 되어준 그 환영마저 사라지자 비로소 또렷하게 스스로의 모습을 마주할 수 있었던 것이다. 빛나던 과거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제자리에 멈춰서 뒤만 바라보던 모습을.
이 과정에서 큰 상처를 입었지만, 결론적으로 그는 변한다.


"우리가 다른 사람들이었다면 다시 결혼하자고 했을 거야."
"한 번 더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아님 그냥 다른 사람 하지 뭐."


캐롤라인과 나란히 앉아 이런 대화를 주고받은 뒤, 그는 미련을 갖고 있던 자신의 영화를 대거 편집하고, 포기했던 아기까지 입양하게 된다. 다시 앞을 보고 나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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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왜 젊은 세대에게만 '청춘'이란 칭호를 붙이는 걸까?
젊은 시절만이 우리 인생의 유일한 봄일까? 다른 시기들은 그저 이 시기를 뒷받침해주는 역할을 할 뿐일까?

 젊음은 강하다. 눈부시다. 하지만 빛이 밝을 수록 어둠자도 진하기 마련이다.
내 스무 살은 찬란했다. 그러나 다시 되돌아가고 싶진 않다. 모든 게 처음이기에 조그만 행복에도 쉽게 기뻐했지만, 그만큼 조그만 상처에도 깊이 아파했고 그 아픔을 감내하는 법도 몰랐다. 그렇게 혼자 기뻐하고 혼자 슬퍼하기에 급급해 주변을 돌아볼 겨를도 없었다. 제이미는 야망과 재능이 넘쳤고 그의 젊음이 주는 활기는 이를 뒷받침했다. 당연한 수순으로 그는 빠르게 성장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주변 인물들 여럿에게 큰 상처를 입혔다. 이처럼 젊음의 찬란한 빛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사람들은 대개 29세에서 30세로 넘어가는 것에 큰 의미를 둔다. 30세가 되면 갑자기 떡하니 어른이 되는 것인가? 마흔 넷이나 먹고 아직도 철부지 같은 조쉬를 보면 꼭 그런 것 같지도 않다.
하지만 나이를 먹으며 경험이 많아질 수록 차곡차곡 쌓여져가는 무언가가 있다.  흔히 일컫는 연륜이라는 것인 듯하다. 이것이 두텁게 쌓이면 쌓일 수록 젊음의 눈부신 빛은 점점 희미해진다. 그러나 우리는 그제서야 비로소 주변을 제대로 돌아볼 수 있게 된다.
 나에게서 뿜어져나오는 빛만도 눈이 부셔 제대로 볼 수 없었던 상대방의 빛도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제이미는 다비보다 자신의 성공을 우선시하지만, 조쉬는 캐롤라인과 새 삶을 꾸리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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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나이는 다 각각의 가치가 있다. 젊으면 젊은 대로 늙으면 늙은 대로 삶에서 얻는 것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얼마나 이 가치를 제대로 깨닫고 충실히 삶을 살아가느냐이다. 과거에만 머물러있으면 결국 과거보다 나아지는 것은 하나도 없이 나이만 먹게 될 뿐이다. 환영에서 벗어나와 앞을 보고 걷자. 현재를 살아가자.

어떤 삶이든, 어떤 나이든 지금이 바로 청춘이다. 바야흐로 우리 생에서 가장 젊은 때니까.

 
[명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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