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심청', 죽음 앞에 선 인간

연극이 끝나도 끝나지 않는 고민, 죽음에 대하여
글 입력 2017.03.12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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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심청', 죽음 앞에 선 인간
연극이 끝나도 끝나지 않는 고민, 죽음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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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류에게는 수많은 미스터리가 있다. 이집트의 건축물, 외계인, UFO 등 수많은 미스터리 중에서도 가장 절대적인 관심거리이자 미스터리는 죽음이다. 모두가 필연적으로 경험하게 되지만 절대로 경험자의 이야기를 들을 수는 없다. 죽다 살아온 이가 있다고 해도, 그는 결국 산 자일 뿐이다. 아무런 정보도 없는 죽음을 맞이하면서 우리는 당연한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공포감과 무력감 앞에서 죽음의 얼굴을 마주하게 된다. 이강백의 심청은 죽음과 마주한 두 사람, 간난과 선주의 이야기를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선주는 극 중에서 심청전의 작가이다. 심청 이후에도 수많은 처녀를 바다에 제물로 바치며 그들에게 심청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스스로 뛰어들게끔 꼬여낸다. 아예 심청의 일화를 '이야기'로 규정하고 '효'가 이데올로기라고 표면적으로 말하는 듯 했다. 원작 심청전의 주제를 이데올로기화 하여 표현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절대 스스로 바다에 빠지지 않겠다고 버티는 간난을 꾀며 세 형제가 각각 보이는 마임 또한 지루하지 않았으며 코러스의 밴드도 연주와 추임새, 극 진행의 도움을 맡아 극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주었다. 특히 기타와 타악기 연주가 정말 좋았다. 깨끗하면서도 울림이 좋았고 극 분위기를 만드는 데 정말 효과적이었다.

 또한 의상이 바뀔 때마다 그 의상에 자아를 이입하며 극이 진행되므로 시각적으로도 충분히 극의 진행이 읽혔다. 깨끗하고 깔끔한 옷, 왕비의 옷 모두 좋았지만 특히 마지막 장면,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려는 간난이 입은 흰 의복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극에 적절한 코믹 요소와 현학적인 이야기들이 버무러져 재미있게 볼 수 있었지만, 의도한 코믹 요소는 아니지만 작은 헛웃음이 나오는 부분도 있었다. 선주가 경리에게 같이 도망을 권하고, 경리가 뜬금없이 '원래' 간난에게 느꼈던 호감을 고백하고, 경리가 퇴장하며 간난과 강렬한 눈빛을 2-3초간 교환하는 부분이다. 이전에 어떠한 힌트도 없었던 감정선의 표현이며 간난의 의사도 전혀 반영하지 않았던 대목이기 때문에 보는 입장에서는 꽤 당황스러웠다.

 억지로 떠밀어서는 바다의 신의 분노를 잠재울 수 없다. 그래서 스스로 '기꺼이' 뛰어내릴 수 있어야 한다. 죽음 앞에서 의연할 수 있었던 간난은 끝없는 고뇌와 희생에 대한 마음가짐으로 그 자리를 떠났을 것이다. 과연 그녀가 정말 용궁, 꽃, 왕비 등의 이야기를 믿었을지는 의문이다. 자신의 삶의 소중함을 알기에 정말 많이 망설였을 테지만 의복을 갈아입고 자신만의 신념과 가치관으로 당당히 죽음 앞에 섰다. 애초의 상황은 그녀가 원하거나 의도한 것이 아니었지만 죽음에 대해 끝없이 생각하고 고뇌하면서 자신의 죽음과 마주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선주는 그렇지 못했다. 자신의 죽음이 닥쳐올 때마다 자신이 밀어버린 수많은 심청들이 생각났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마지막 벼랑 끝에 선 듯한 선주의 모습이 더욱 처량하고 절망적으로 보였다. 선주는 삶의 무게와 죽음의 무게들에 밀려 떨어진 듯 했다. 늙어가면서 나이듦과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겠지만, 노인에게도 죽음은 갑작스러운 일이다. 선주의 절망감과 무력감을 보며 나는 죽음 앞에서 어떨지 생각하게 되었다.

 



 이소라 7집에는 앨범 제목도, 곡 제목도 없다. 그저 트랙 번호 순으로 쭉 쓰여있다. 그 중 Track 9에서는 이런 가사가 나온다. '나는 알지도 못한 채 이렇게 태어났고 태어난지도 모르게 그렇게 잊혀지겠지 존재하는 게 허무해 울어도 지나면 그 뿐'. 존재함과 사라짐에 대한 고민은 계속될 것이다. 살아가는 순간 순간이 허무하지 않게 고민하며 존재하고 싶다. 죽음 앞에 의연할 수는 없겠지만 등 떠밀리듯 죽고 싶지 않다. 간난과 선주의 이야기는 연극이 끝나도, 우리 삶 속에서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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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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