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퇴장과 죽음, 그 경계에 서서 : 연극'심청'

글 입력 2017.03.11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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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연극 '심청'


퇴장과 죽음, 그 경계에 서서 ‘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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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과 죽음 앞에 있어서 깊은 고민에 빠지는 것은 비단 햄릿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그 말고도 수많은 예술작품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자신의 미래와 삶에 대해서 치열하게 고민했다. ‘햄릿 같은 이가 또 어디 있지?’라는 고민을 하고 있다면 생각의 폭을 좁혀 우리네 문학 작품 속으로 들어가 보자. 여기 햄릿보다 더 간절하고 진실 되게 고민한 이가 있을 것이다. 바로 인당수 앞에 서서 삶과 죽음의 경계를 바라봤던 심청전의 심청이 그러하다. 우리나라에서 제일가는 희곡 작가 이강백의 손끝에서 새롭게 태어난 ‘심청’은 심청전이 담고 있는 삶과 죽음의 경계라는 본질을 다루고 있다.
 
 ‘심청전’의 주인공은 심청이다. 하지만 ‘심청’에는 심청이 없다. 심청 대신 심청의 삶을 통해 저들을 바라보는 간난과 선주가 있다. 앙꼬 없는 찐빵을 무슨 맛으로 먹겠냐만 ‘심청’을 보는 이들이라면 무에서 느껴지는 새로운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심청 없이도 심청전이 주는 교훈 그 이상을 담고 있는 ‘심청’이니 말이다. ‘심청’ 속 간난과 선주는 ‘제물’을 매개로 하는 이해관계로 맺어진 사이다. 겉보리 스무 가마에 팔린 간난은 인당수에 제물로 팔려야 하는 인물이고, 선주는 제물을 바다에 바치는 일을 하는 인물이다. 자신의 죽음을 알면서도 죽음을 거부하는 간난과 그녀를 설득하는 선주의 이야기가 연극의 주된 내용이다.
 
 극 중 선주는 여태껏 수많은 처녀들을 인당수의 제물로 바쳐왔지만, 그녀들의 죽음에 대해서는 인식하지 않던 인물이다. 그러던 그는 건강에 이상을 느끼면서 처음으로 죽음에 대해 인식하게 되며 곧 제물로 바쳐져야 할 간난의 죽음까지도 생각하게 된다. 그런 간난은 궁핍한 삶으로 인해서 죽음 앞에 강제로 서게 된 인물이다. 그녀는 자기 앞에 닥칠 죽음을 거부하다 선주와 세 아들의 권유로 죽음을 인식하며 죽음 앞으로 걸어간다. 누구에게나 닥치지만 그게 언제인지는 모르는 것이 죽음이다. 선주와 간난은 서로 다른 온도차의 인식을 통해서 그들 앞에 한걸음씩 다가오는 죽음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고뇌한다.
 
 지난날을 돌이켜보면서 다가오는 죽음을 서로 다르게 받아들이는 간난과 선주다. 선주는 간난에게 제물로 희생되기 전 야반도주를 하라 하지만, 간난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죽음도 운명임을 인정하고 떠나지 않는다. 간난이 바다로 가면서, 선주가 죽음을 맞이하면서 극은 막을 내린다. 이때 눈여겨 볼 점이 있다. 나레에션은 간난을 ‘퇴장’이라, 선주를 ‘죽음’이라 말한다. 죽음과 퇴장은 분명 다르다. 하지만 이들 사이에 어색함이 있다기 보다는 어딘가 모르게 비슷한 점이 있는 것만 같다. 누구나 삶을 마무리 하는 순간이 있다. 어떤 인물로 살아왔는지는 저마다 다르지만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 우리 모두는 이 생에서 맡은 모든 역할이 막을 내리게 된다. 언제 내려오느냐는 몰라도 어떻게 무대 위에서 내려오느냐는 문제는 결코 가볍지도 쓸모없지도 않은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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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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