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열정; 무언가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 [문학]

'슬램덩크'를 읽고
글 입력 2017.03.01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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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램덩크'에 대해서는 예전부터 많이 들어왔다. 농구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이더라도 그 이름을 한 번 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고등학교 때에는 여학생들이지만 '슬램덩크'를 패러디해서 축제 때 ‘왼손을 도울 뿐!’하고 연극을 만들어 올린 친구들도 있었고, '슬램덩크'를 읽고 농구에 갑자기 빠져서 남자친구 있는 친구에게 남자친구로 하여금 자신들에게 농구를 가르치게 해달라고 부탁한 친구도 있을 정도였다. 그 친구들은 점심, 저녁 시간에 농구 코트를 남자애들보다 먼저 점령해서 형편없는 실력이지만 농구를 계속 연습하고, 일부러 인근 공원에 나가서 남자들이 농구하는 것을 구경하고 같이 낄 정도의 열의를 보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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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10분의 경기 시간에 모든 것이 결정되는 냉철한 농구의 세계, 그 긴박감이 만화에서도 드러날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그리고 책을 읽는 동안 그 속에 나도 완전히 몰입해서 어느덧 북산을 응원하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북산이 완전히 압도적으로 뛰어난 팀이 아닌데다가, 상대 고교 팀들도 북산과 비교가 되지 못할 정도로 못하는 게 아니기에 승부를 예측할 수 없었다. 또, 주인공인 강백호의 북산이 계속 이기기만 하는 것도 아니었기에 더욱 긴장감 있게 책을 읽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미 쟁쟁하기로 유명한 다른 고교 팀들에게 쉽사리 무너지지 않고 내공을 계속 키워나가는 북산, 그리고 강백호의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승부에 있어 조금 더 기대를 하게 만들었다. 사실상 단순하게 생각하면 책의 줄거리가 그저 농구 경기들로만 이뤄져 있는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바로 이런 기대감 속에 끊임없이 뒷내용을 궁금하게 만드는 요소가 숨어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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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인 스토리는 강백호의 성장과 북산고와 다른 학교들 간의 경기 정도로 간단하다. 그러나 잘생긴 외모나 주변을 즐겁게 하는 성격 등으로 도저히 반감을 가질 수 없는 강백호의 매력에 의해 독자들은 강백호의 성장을 한 마음 한 뜻으로 즐거워하고 그가 나날이 강해지는 것에 쾌감을 느끼며 스토리의 진행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된다. 이를 단순히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거나, 강백호를 지나치게 영웅화했다고 느끼지 않는 것에는 타고난 재능에 더해 자기 스스로도 더욱 완벽해지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 연애에 번번이 실패하면서도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 박치기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다소 무식한 모습 등에서 우리들과 크게 다르지 않는 사람이라는 점, 인간다운 면모를 보이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또한 강백호 뿐만 아니라 채치수, 서태웅 등이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농구에 뜨거운 열정을 보이고 승리를 위해 끝까지 노력하는 모습은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그들이 농구에 있어 엄청난 집착을 보이고 특히나 채치수가 발목 부상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의 몸이 아닌 팀 전체의 승리를 위해서, 무엇보다 자신이 간절히 바라왔던 꿈을 위해서 끝까지 경기를 뛰는 모습은 큰 감동을 준다. 과연 나는 무엇을 위해서 열심히 살아왔나? 나에게 내 무언가를 걸 만큼 열정을 바치고 있는 무언가가 있긴 한가? 난 지금 뭘 하며 살고 있지? 누군가는 그들은 농구 선수이기에 그저 농구만 하면 되니까 오히려 쉽다고 말할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일찍이 찾은 것이고, 거기에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고 있는 것이다. 과연 우리는 자신이 흠뻑 빠질 수 있는 무언가를 찾으려는 노력은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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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런 스포츠 선수들을 보면서 우리는 흔히 그들의 겉보기에 빛나는 면, 훌륭한 경기 모습만을 떠올리기 십상이다. 그러나 그들이 그런 모습을 갖추기까지는 우리가 전혀 알지 못하는 수많은 연습과 고독의 시간들이 있었을 것이다. 밤늦게까지 농구코트에 남아 남몰래 연습하는 강백호나 서태웅의 모습을 보면 그저 타고난 것이라고만 생각되는 그들의 재능도 어쩌면 그런 땀방울들이 모여 만들어진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나 끊임없이 새로운 신예 스타들이 생겨나는 냉정한 스포츠 세계에서 그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정말 엄청날 것이다. 더 높은 위치로 올라가기는커녕 새로 계속해서 배출되는 농구 선수들의 파도에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것도 버거울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구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비록 안타깝게 패배하더라도 이를 깔끔하게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모습, 농구를 하면서 진심으로 즐기는 그들의 모습은 진심으로 멋있다. 누구나 자신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고 본인의 역량을 가득 발휘하는 모습은 이를 지켜보는 모든 이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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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재미로 시간을 때우려고 읽기 시작한 것이었지만, 생각해보면 비단 만화 속 농구 경기를 구경하고 남자 주인공들의 얼굴을 감상하는 것을 넘어 이런 저런 많은 생각을 하는 계기를 마련해준 것 같다. 결국 그들이 프로 농구의 세계로 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나중에는 농구와 전혀 관련 없는 삶을 살게 된다하더라도 농구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즐겼던 고교 시절의 그 순간만큼은 그들의 마음속에 후회 없는 기억으로 아름답게, 자랑스럽게 남아있을 것이다. 나도 그런 그들의 모습을 그저 부러워할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라도 내가 온 마음으로 사랑하고 몰입할 무언가를 찾아 소중한 대학 시절의 기억으로 남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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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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