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아르데코의 여왕' 타마라 렘피카 展 [시각예술]

타마라 렘피카 展 리뷰 및 오피니언
글 입력 2017.02.12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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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데코의 여왕, 타마라 렘피카 전

 
 지난 번 아르누보의 대가인 알폰스 무하전을 보러 예술의 전당에 왔었는데, 이번에는 아르데코의 여왕을 보기 위해 다시 방문했다. '아르누보, 아르데코' 둘 다 20세기 초 즈음의 장식미술로만 알고 있던 나에게, 알폰스 무하전은 내게 꽤나 영감을 주는 전시였다. 또한 두 양식의 느낌을 비교하고 싶기도 했기에 타마라 렘피카 전시를 꼭 봐야겠다고 생각했었다. 두 개의 전시를 다 본 지금 덧붙이자면, 사실 두 양식의 시기는 고작 십여 년의 차이일 뿐인데, 곡선과 직선, 꽃과 기하학 등으로 아주 상반된 모습인 것이 신기했다. 사실, 타마라 렘피카 전을 보기 전에  밀레의 '이삭줍기'를 직접 볼 수 있다는 오르세 미술관전을 볼까도 생각했는데, 결론적으로, 나는 이 전시가 더 끌렸다. 단순히 아르데코 양식을 아르누보와 비교해보기 위해서는 아니고, 패션 디자이너들의 뮤즈이자 신여성의 대명사인 '타마라 렘피카' 그녀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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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장은 5개의 섹션으로 이루어져있는데, 그녀의 생애와 작품을 시간의 순행적 흐름으로 나눈 것이다. 또한 한가람 미술관이 늘 그랬듯, 섹션마다 다른 색상의 벽면으로 구분 지어져 있다. 첫 번째 섹션인 '열정의 시작'에선 양감을 많이 강조한 렘피카의 초기 작품을 볼 수 있다. 그림을 보면 왜 그녀가 '부드러운 입체파'라고 불리었는지 확실히 알 수 있다. 또한 사진에는 첨부하지 못했지만, 초기 드로잉 작품도 꽤 많이 있는 점이 인상 깊었다. 나는 드로잉 작품을 좋아한다. 단순하면서도, 선을 보면 그 작가의 매력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위 작품은 '아름다운 라파엘라'라는 작으로, 그녀의 애인이 모델이 되었다고 한다. 아, 그녀는 양성애자였다. 그랬기 때문에 그녀의 그림이 좀 더 대담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 당시 여성 해방의 의미를 나타내는 레드 립도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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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장의 그림들 가운데서
당신은 내 그림을 알아볼 수 있을겁니다'


 첫 번째 섹션을 지나 계속 관람을 하다 보면, 어느새 렘피카 특유의 스타일에 매료된다. 그녀의 말처럼, 이제 나는 그녀의 작품을 어디서든 알아 볼 수 있을 것만 같다. 캔버스에 그녀의 색깔이 가득 담겨져 있다. 관능적이고 차가운, 날카로운 선묘, 단순한 형태, 유리같이 매끈한 색채, 렘피카는 아르데코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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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존재를 둘러싼 공간과 구조에 명령을 내립니다'


  렘피카의 공간을 재현한 곳도 있었다. 이 곳에서 왼쪽으로 조금 더 가면 비록 흑백이지만 영상으로 그녀를 만날 수 있다. 여기에 걸려진 그림은 비록 원본은 아니지만, 그녀의 감성을 느낄 수 있었다. 실제로 그녀는 그림 뿐만 아니라, 패션, 집 안의 인테리어 등에도 자신이 직접 디자인하거나 그림을 새겨놓아 '자신만의 스타일'을 추구했다고 한다. 여담을 곁들이자면, 개인적으로 예전엔 화이트나 그레이의 모노톤을 가진 깔끔한 인테리어가 좋았는데, 요즘엔 톤 다운된 색깔로 조합한, 위 사진 같은 분위기가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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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렘피카는 자신을 칼라꽃에 비유했다고 한다. (그녀의 그림에서 자주 보인다)


'나는 사회의 한계점에서 살고 있어요
그리고 그 한계점에서는 정상적인 사회의 규칙들이 통하지 않죠'


 타마라 렘피카 전은 북적이는 오르세 미술관전에 비해 전시장이 한가했다. 사실 그럴 만하기도 한 것이, 그 동안 타마라 렘피카의 작품은 한국 대중들에게 공개되지 않았기에, 우리나라에선 모르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이번이 무려 한국 첫 전시다!) 하지만 렘피카는 칼 라거펠드와 마크제이콥스 등 유명 패션 디자이너의 뮤즈였고, 마돈나 또한 그녀의 엄청난 팬으로 알려졌을 정도로, 인정받은 세계적인 아티스트다.

 이번 전시에서 아쉬웠던 점은 에디션 작품이 비교적 많았다는 것이다. 사실 전시장에서 에디션보다 원본이 보고 싶은 것은 당연할 것이다. 비싼 가격의 문제도 있지만, 여전히 한국의 국력 문제가 큰 것 같다. 또한, 렘피카가 유명세를 얻게 되었다는, 보르도 국제 미술전에서 1등을 한 작품 '발코니에 있는 키제트' 가 없는 것도 아쉬웠다. 이 그림은 전시장 내 영상, 아트샵의 엽서를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나에겐 흥미롭고, 재밌는 전시였다. 넓은 전시장과 많은 볼거리가 있었다. 그녀의 굴곡진 생애를 작품과 연관지어 관람하면 더 깊게 감상할 수 있다. 보수적인 시대, 변화된 여성들의 모습을 화폭에 담으며 대담하게 펼친 행보들이 멋있게 느껴졌다. 또한 그녀만의 스타일을 구축하며, 오늘날까지도 영향을 주는 그녀의 패션 스타일은 높게 칭송할 만하다. 나는 이미 렘피카의 매력에 흠뻑 빠져버렸다.


[류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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