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너와 함께여서 즐거웠던 시간, 헬로 미켈란젤로展

글 입력 2017.02.03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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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컨버전스 아트 전시를 좋아하지 않는다. 작년 1월 겨울 문화역서울 284에서 열린 <반 고흐 인사이드 : 빛과 음악의 축제>의 아름다운 미디어아트에 푹 빠져, 그 해 여름 세빛둥둥섬에서 열린 <헬로 아티스트>전을 큰 기대를 가지고 보았다. 그러나 오프닝 첫날 방문이라 그런지 부실한 영상 마무리가 아쉬웠고, 입장료에 비해 원작보다 덜한 감동과 부실한 내용은 기대를 실망으로 바꿔놓았다. 그때부터였을까. 나는 컨버전스 아트 전시가 싫었다.

  나에게 실망감만 한보따리 안겨주었던 <헬로 아티스트>전을 기획했던 곳에서 <헬로 미켈란젤로>전을 연다는 소식을 받았을 때, 기대를 갖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세 번째 수능을 마치고 돌아온 9년 지기 친구와 함께 저녁을 먹고 그동안 하지 못했던 문화생활을 시켜주겠다는 명목 하에 어린이대공원역 근처에 위치한 능동어린이회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미디어아트’이기 때문에 30분 만에 전시를 다 보고 카페를 가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마주한 모습은 차가운 바람에도 가만히 멈춰서 멍하니 바라보고 싶게 만드는 건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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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를 보는 일은 혼자여야 맘이 편하다. 꽂힌 작품을 일행의 눈치 없이 마음껏 보고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누군가와 함께 전시장에 가는 횟수보다 혼자 찾아가는 일이 더 많다. 그러나 <헬로 미켈란젤로> 전시를 혼자 갔다면 “30분 만에 보고 나와야지.”가 현실이 되었을 것이다. 제목 그대로, 누군가와 함께였기 때문에 전시를 보는 내내 감동이었고, 전시를 보는 내내 웃음이 나왔다. 너와 함께여서 즐거웠던 시간이었다. 언제나 수학문제를 풀고 있던 너, 전시를 보는 내내 미술전공하는 친구와 같이 유럽을 가야겠다며 나와 꼭 여행을 가겠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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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는 총 8개의 챕터와 8가지의 키워드로 이루어져있다. 한 작가의 삶의 흐름에 맞추어 전시가 진행되는 고전적인 방법과는 다르게 ‘마음챙김’ ‘마음배려’ 맞추어 전시가 흘러간다. 위로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만큼 미켈란젤로를 비롯한 예술가들의 들이 전시장 벽면 곳곳에 적혀있는데, 은은한 불빛이 비추는 글자는 자연스럽게 시선을 끌어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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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놀라웠던 점을 한 가지 더 말하자면 공간의 구조였다. 거대한 미디어아트를 담기에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는 공간 구성이다. 공간을 넘어갈 때마다 무조건 사진으로 남겨야 한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정적이고 조용한 일반 전시장과는 다른 역동적인 구성이었다. 물론 챕터가 관객의 동선에 맞춰 구성되어있지 않다는 점은 조금 아쉬웠지만 챕터의 번호를 따라 굳이 동선을 따라가지 않아도 즐거움이 남는 전시이기에 괜찮았다. 또한 이 전시에 알맞은 공간구조에 더해진 독특하고 예쁜 디스플레이는 시각을 사로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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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바닥을 가득 채운 잔디. 개인적으로 포근한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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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의 몸과 머리를 따로 그려놓은 미켈란젤로의 신체드로잉 작품을 보면서 “왜 잔인하게 머리랑 몸을 분리시켜놨지? 몸을 그렸는데 위에 머리를 그릴 종이의 여백이 모자라서 그런게 분명해.”라고 내 옆에서 말하는 친구의 의견은 날 지루할 틈이 없도록 만들었다. 나에게 또 하나의 소중한 추억을 선사해준 친구에게 이 글을 선물하며 서로가 서로의 모습을 같은 순간에 담은 사진으로 글을 마무리할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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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때로 예술의 인도는 우리의 삶을 통찰하게 하고, 감성적 질서를 경험하게 하곤 한다. 갓 칠한 페인트 냄새 속에서도 시작의 매력을 느끼게 하며, 허름한 가옥의 닳고 닳은 툇마루에서도 세월의 진정성을 훑어보게 할 만큼 예술은 소중한 감정의 소통을 돕는다. 미켈란젤로 또한 조각과 회화를 넘나들면서도 마치 삶을 통찰하듯 전체를 아우르는 공간과 건축이라는 주제에 집중하고 몰입하였다. 그리고 그의 결과물은 작은 물길을 내어 우리의 예술적 위상을 높이고 시선을 붙잡아 삶을 풍요롭게 한다.” -전시 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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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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