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문학]

글 입력 2017.01.14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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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애청하고 있는 드라마 '도깨비'에 나온 <사랑의 물리학> 이라는 시를 알게 되었다. 짧지만 단순히 '좋아하게 된 것 같다'라고 말하는 것 이상의 아름다운 표현방식이었다. 그래서 정말 오랜만에 시집을 읽어보게 되었다. 시(詩)는 공감과 위로를 주며, 소설보다 가볍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함축적인 의미들을 추측해보는 재미가 있다. 몇 번 더 곱씹어보게 하고 생각해보게 한다.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에는 다양한 시들이 있었지만 그 중 맘에 드는 시를 뽑아보았다.



<사랑의 물리학>


김인육


질량의 크기는 부피와 비례하지 않는다

제비꽃같이 조그마한 그 계집애가
꽃잎같이 하늘거리는 그 계집애가
지구보다 더 큰 질량으로 날 끌어당긴다.
순간,나는
뉴턴의 사과처럼
사정없이 그녀에게로 굴러 떨어졌다
쿵 소리를 내며, 쿵쿵 소리를 내며

심장이 하늘에서 땅까지
아찔한 전자운동을 계속하였다
첫사랑이었다.




<가을, 그리고 겨울>


최하림


깊은
가을길로 걸어갔다
피아노 소리 뒤엉킨
예술학교 교정에는
희미한 빛이 남아 있고
언덕과 집들
어둠에 덮여
이상하게 안개비 뿌렸다
모든 것이 희미하고 아름다웠다
달리는 시간도 열렸다 닫히는 유리창도
무성하게 돋아난 마른 잡초들은
마을과 더불어 있고
시간을 통과해온 얼굴들은 투명하고
나무 아래 별들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모든 것이 아름다웠다 저마다의 슬픔으로
사물이 빛을 발하고 이별이 드넓어지고
세석에 눈이 내렸다
살아있으므로 우리는 보게 될 것이다
시간들이 가서 마을과 언덕에 눈이 쌓이고
생각들이 무거워지고
나무들이 축복처럼 서 있을 것이다
소중한 것들은 언제나 저렇듯 무겁게 내린다고,
어느 날 말할 때가 올 것이다
눈이 떨면서 내릴 것이다
등불이 눈을 비출 것이다
등불이 사랑을 비출 것이다
내가 울고 있을 것이다



이 시의 글귀를 따라가면서 가을길에 보슬보슬 비가 내리다가 겨울이 찾아와 마을과 나무들에 눈이 쌓여있는 모습이 같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가끔 우리나라가 사계절을 갖고 있다는 것이 새삼 감사할때가 있다. 내내 여름이나 겨울만 있다면 항상 비슷한 생활환경에서 살겠지만 사계절을 갖고 있는 우리나라는 네 번의 환경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누군가에겐 번거로운 일일 수 있지만, 네 번의 다른 자연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보고,듣고,느끼면서 살아있음을 만끽할 수 있는 것은 자연의 존재가 그렇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시에서처럼 나무들이 축복처럼 서 있고, 눈이 내려 세상을 하얗게 만드는 것처럼 자연도 저마다 역할을 하며 긴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변하지 않는 것이 드문 때이지만 항상 변함없이 우리를 지탱해주는 자연으로부터 얻는 지혜는 깨달음을 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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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효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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