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헤세의 초기작과는 사뭇 다른 '황야의 이리' [문학]

진정한 자아찾기
글 입력 2016.12.24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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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살아가면서 ‘나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생각하고, 그 답을 알기 위해 살아간다.
그리고 그 답은 죽을 때까지 모를 가능성이 높다. ‘나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많은 예술가들이 작품 속에 그러한 질문을 녹여냈지만, 헤세만큼 그 질문을 메인 테마로 하여 자신의 작품세계를 구축한 작가는 몇 없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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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의 작품들을 읽다보면 어느 순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비슷함이란, 주로 자아에 대해 말하고, 큰 사건이 존재하기보다 내면적인 갈등이 주를 이루며, 독자로 하여금 끊임없이 내면으로 침잠하게 만든다. 이 작품 또한 마찬가지이다.

다만 <데미안>, <수레바퀴 아래서>,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싯다르타> 등 그 동안의 헤세소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 작품은 자아의 분열된 모습에, 이분법적인 것을 넘어 수 만 가지의 다양성을 이루고 있는 것이 인간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그것도 깨끗하고 이성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퇴폐적이고, 몽환적이며, 무의식적인 이야기로 말이다.

이 작품에서 주인공 하리 할러는 자기 자신을 황야의 이리라고 여긴다. 즉 그는 자신의 내면에 이성적이고, 시민의식을 다 하는 인간과 본능적이고 야생적이며, 잔인한 이리의 습성 두 가지를 지녔다고 본다. 그런 그는 자기 자신에 대해 불만족해하며 삶을 살아간다. 그리고 죽음을 기다리다 못해 자살시도를 하려한다.  그 순간 그는 ‘헤르미네’ 라는 여인을 만나고 그 뒤로 그의 삶은 알게 모르게 변화한다. 할러는 처음에 자신의 내면에 이분법적 자아만이 존재한다고 보았다. 그러다가 ‘황야의 이리론’을 읽으며 인간은 이분법적이 아닌 그것보다 더 수많은 자아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는 ‘헤르미네’를 통해 그 동안 억눌러왔던 또 다른 수많은 자아들을 만나고, 자신이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을 체험하게 된다. 그러면서 그는 진정한 자아를 알아가게 된다.


사실 진정한 자아를 알아가기 보단 인간에겐 수많은 자아들이 존재하고 있단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인간은 한 개의 자아, 또는 두 개의 자아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수 천 가지의 자아들이 얽히고 설켰다 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리고 그냥 삶을 있는 그대로 두며, 너무 진지하게만 대하지 말 것을 이야기한다. 유머라는 것을 통해 삶을 좀 더 유연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작가는 말한다.

헤세의 <데미안>, <수레바퀴 아래서> 등이 내면의 길로 이끄는 시발점이 되는 작품들이었다면, <싯다르타>와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는 진정한 자아를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나고, 발견하는 작품이었다.  그리고 이 작품은 그것들의 확장판으로, 자아는 단순한 것이 아니라 복잡한 여러 개의 구성체이며, 내면의 막다른 골목에 다 달았을 때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유머’라는 것을 제시하고 있다.

모든 작품의 기저에 있는 것은 진정한 자아 찾기이지만, 헤세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방식들로 풀어냈다. 전작들에 비해 이 작품은 파격적이고, 몽환적이지만 그 무엇보다도 우리의 의식을 드러내는 작품이라고 본다.  그래서 더 솔직하고, 자극적인데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읽는 이를 담금질하게 한다.

 
[남궁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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