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모던 그래픽 디자인의 선구자 展 - 알폰스 무하

과거부터 현재까지
글 입력 2016.12.1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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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 그래픽 디자인의 선구자 展
알폰스 무하

2016.12.03 ~ 2017.03.05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2층






#01 예술의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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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술의 전당, 제주도에서 태어나 일생의 대부분을 보낸 나에게 '예술의 전당'은 TV 화면이나 모니터에서나 볼 수 있는 환상의 공간이었다. 대학생이 되고, 우연한 기회에 디자인 박람회와 전시를 관람할 기회를 얻어 처음 예술의 전당 근처를 지나간 것이 전부였다.

 그 당시 으리으리한 건물 크기와 많은 사람들에 압도되어 입만 쩍 벌렸던 기억이 어렴풋이 남아있다. 그 후로 약 2년. 서울로 올라와 살며 돈 벌기 급급하던 때를 지나, 드디어 예술의 전당을 다시 찾아가게 되었다. 지하철 출구로 나와 가깝다고 할 수 없는 길을 따라 걸어가면 웅장한 예술의 전당 건물이 나타난다. 코끝이 시린 날이었지만 따스한 볕 덕분에 추위가 사그러들었다.

 입구 안으로 들어가자 오늘 본 '알폰스 무하展' 외에도 많은 전시가 다양한 관에서 진행되고 있었다. 개중에는 궁금증을 유발하는 전시들도 몇 있었다. 표지판이 잘 설치되어 있어 한가람 미술관을 찾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토요일 점심시간 인 것을 감안해도 많은 관람객들이 분주하게 전시관을 찾아 움직이는 모습을 생소하지만 활력이 느껴져 발걸음에 덩달아 힘이 실렸다.

 한가람 미술관 2층에 도착하자마자 시선이 한 곳으로 쏠렸다. 오늘 전시인 알폰스 무하의 작품이 벽 한쪽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사실 '알폰스 무하'의 작품은 학창시절 미술책에서도 보았고, 그림 공부를 하면서도 접했던 익숙한 화풍이었다. 화려한 무늬와 선의 굵기와 곡선을 이용한 그만의 색이 뛰어난 화풍은 어느 누구라도 한 번 보면 기억에 강하게 새겨질 것이다.

 그리고 만화를 좋아하고 즐겨보는 사람이라면 '알폰스 무하'의 화풍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현 시대에 나오는 작품들 중에도 그의 화풍에 영향을 받은 작품이 많다. 처음 알폰스 무하의 그림을 보았을 때 '일본 만화 작가' 중 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일본 만화에 익숙해진 시각이 서양 미술사의 하나라고 생각할 여지를 주지 않았었다. 이후에 일본 만화의 전체적인 화풍이나 흐름이 '알폰스 무하'의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고 나선 충격이 컸었다.

 여지껏 서양 회화 작품이라고 하면, (보통 다수가 알고 있는 고흐, 마네, 모네와 같은) 빛을 이용한 몽글거리는 유화나, 극사실화, 추상화의 이미지가 강하게 박혀있다보니 '알폰스 무하'의 작품을 보고 서양 미술일거란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런 이유로, 이번 전시가 더욱 기대가 되었던 부분이기도 하다. 내가 제대로 모르고 있던 서양 미술사의 한 부분이자 오해하고 있던 부분을 바로 잡을 기회. '알폰스 무하'의 그림을 제대로 알 수 있는 소중한 경험.



#02 입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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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도 <알폰스 무하:아르누보와 유토피아 展>의 뒤를 이어 3년 6개월만에 새롭게 기획된 전시이다.

이번 <알폰스 무하 : 모던 그래픽 디자인의 선구자 展>무하 스타일이 완성되어가는 과정과 모던 그래픽 디자인의 선구자로서의 영향력들을 보여준다.

총 6부로 구성된 전시의 마지막 부에서는 무하의 영향을 받은 한국과 일본의 만화가들의 작품을 선보여, 이로써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에 여전히 재해석되고 응용되는 무하의 예술세계를 확인할 수 있다.

무하의 전 생애에 걸쳐 엄선된 300여 점의 명작을 선보이는 전시이다.

- 전시 소개 참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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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벽에 커다랗게 인쇄된 '알폰스 무하'를 만날 수 있다. 입에 물고 있는 시가렛과 턱선을 따라 자라있는 수염. 사다리에 앉아 어딘가를 응시하는 모습에서 예술가의 포스 같은 게 느껴져 따라 팔짱을 낀 채 전시장을 들어섰다.

 앞서 전시를 기대하게 된 이유를 덧붙이면 나 또한 그림을 그리는 '작가'이기 때문이다. '작가'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계속해서 그림에 대한 고민을 하고 배워야 한다. 알폰스 무하의 화풍을 동경하면서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었기에 이번 전시는 더욱 나 자신에게 중요한 경험이 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전시에 입장하였다.



#03 6부


 약 300여점의 작품은 크게 6부로 나뉘어진다.

 1부 프롤로그 '무하 스타일을 완성하다' 에서는 무하의 생애와 경력을 간략히 보여준다. 그가 모라비아에서 받았던 교육과 19세기 마지막 20년 동안 비엔나, 뮌헨 그리고 파리의 예술적이고 문화적인 현상들을 강조하며 '무하 스타일'의 기초를 세우는데 영향을 미친 요소들을 볼 수 있다. 무하의 사진, 그의 가족 사진과 교육 시절 다른 작가나 모델들과 함께한 사진들을 보며 한 역사에 이렇게 이전의 기록들이 남아있다는 점에 부러움이 생겨났다. 예술가로서, 그의 삶이 후대에도 남겨질 수 있다는 것들이 부러웠다. 그러면서 나도 언젠가 기록에 남아도 괜찮을 작가가 되고 싶다는 희망도 품어보았다.

 2부 '스토리텔링의 예술' 에서는 무하 스타일의 주요 요소 (연극적, 서술적, 순차적 표현들)를 보여주면서, 일러스트레이터로서 무하의 업적을 보여준다. 1880년부터 이어진 체코 풍자 잡지에 실린 만화와 삽화를 포함하여 파리거주 이전 작품, 그의 작품 관련 연구들에 따라 디자인하나 책과 잡지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무하 스타일을 보며 계속해서 떠올린 건 그 자체가 '포토샵' 같다는 생각이었다. 복잡한 패턴과 정확한 구도들은 보통의 집중력 없이는 불가능한 것들이었다. 요즘은 포토샵이나 사이툴 등 많은 프로그램이 있어 작업이 쉽지만 그 당시 수작업으로 이런 패턴과 디자인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3부 '광고 예술' 에서는 1895년 1월 1일, 파리 광고판에 선보인 무하의 <지스몽다> 포스터를 볼 수 있는데. 이 포스터는 즉시 대중의 찬사를 받았다. 1896년과 1904년 사이 F.샹프누아 출판사를 통해 100개가 훌쩍 넘는 포스터 디자인을 독점적으로 발간하였다. 이는 아르누보 스타일의 대표주자로서 무하의 명석을 확립하게 했다. 세세한 그림을 다작하며, 그 디자인이 진부하거나 대중에게 지루함을 주지 않고 매번 새로움과 감탄을 줄 수 있는 무하의 능력에 다시 놀라움이 튀어올랐다. 더하여 1890년대 후반 무하가 아르누보 장인으로 발돋움하는 과정을 이어 볼 수 있었다.

 4부 '만인의 예술가' 에서는 무하의 예술관을 볼 수 있다. 예술가는 예술의 힘으로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 수 있다고 믿었던 무하는, 1898년 프리메이슨에 가입하는 등 많은 사회 개혁 조직에 참여했으며 '미술의 대중사회'가 시작한 예술 교육 프로그램을 포함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지지했던 흔적들을 볼 수 있다. 4부에서 무하가 단순히 작품만을 창조하는 사람이 아닌 예술을 통해 세상을 바꾸려고 한 그의 예술관과 그 실천들을 볼 수 있었는데, 이를 보며 작가가 되기 이전부터 내 스스로 가졌던 작품관을 상기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나의 그림을 보고 사람들이 자유롭게 상상하며 많은 생각을 가지게 하고 싶다.' 라는 나만의 예술관. 어떤 하나의 주제를 정해 연작을 그릴 때면 늘 한번 쯤 되새기곤 하는데 전시에서 한 번 더 나의 예술관이 굳어지는 것과 더불어 나 또한 내 작품을 통해 세상에 어떤 자그마한 영향이라도 줄 수 있기를 바라는 새로운 다짐이 덧붙었다. 그리고 아르누보 스타일과 동일시되는 무하의 장식 패널 작품들과 이 장식 패널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문화적 맥락을 볼 수 있다. 또한 '무하 스타일' 뒤에 감춰진 예술적 철학과 디자인 원칙에 영향을 준 무하의 유심론에 대해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5부 미(美) - '일상생활의 영감' 에서는 장식 패널에서 더욱 확장되어 무하의 제품과 패키지 디자인, 수공업자와 제조업자들을 위한 디자인 안내서인 [장식 문양집(1902)]과 [인체 장식집(1905)]을 보여준다. 또한파리 보석상인 조르주 푸케와의 협업, <백합의 마돈나 (1950)>, 그리고 파리 거주 시절 후반부의 작품들을 보여주며 종합 예술에 대한 무하의 사상을 알 수 있다.

 6부 에필로그 - '무하 스타일' 이후의 이야기 에서는 그 당시에서 이어져 현대 무하의 영향을 받은 한국과 일본 만화가들의 작품들을 전시해두었다. 한국의 고야성, 임주연, 추혜연 작가와 더불어 일본의 이즈부치 유타카와 클램프의 작품들이 러프부터 발매 된 실물 만화책 등 다양하게 전시된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알폰스 무하와 현대 만화 사이의 연계성 (실질적으로 예술의 연장선)을 생각해보는 전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04 나오며


 300여 점의 세세하고 화려한 작품들을 보고 나오자 어느새 2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 나오자마자 보란듯이 위치한 MD샵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결국 고민하다 엽서 3장을 구입하였다. 알폰스 무하는 예술가이자 디자이너이며, 선구자이다. 그의 그림은 단순한 감상의 목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생활에 적용되었고, 사람들의 찬사를 받았다. 어떤 디자인이나 그림이 세상에 나와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데에는 이유가 있다. 그 디자인 혹은 그림이 다수의 사람들의 수요에 적합하다는 이유가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그 수요에 맞으면 사람들은 소비로 표현을 한다. 소비가 되면 그 작품은 한 사람이 아닌 여러 사람 혹은 지역, 나라에 퍼지게 되고 하나의 '트렌드'가 된다. 알폰스 무하는 그 시대에 벌써 그러한 점들을 깨닫고 지향한 선구적인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엽서를 구매하고 다시 추운 공기를 뚫고 걸어가며 전시를 '잘' 봤다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앞으로 나의 작업에서도 이러한 부분을 고려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단순히 잘 그린 예쁜 그림이 아니라. 내가 가지고 있는 예술관을 전달할 수 있으면서도 넓게 영향을 줄 수 있는 그런 그림이, 작가가 되어야겠다. 단순히 한 전시를 본 것이 아니라 자극을 받고 제대로 알지 못하던 한 시대의 예술가를 바로 볼 수 있는 뜻깊은 기회였다.

 꼭 작가가 아니더라도. 한번 쯤 교과서나 매체에 노출되어 익숙한 화풍의 시초이자 선구자인 알폰스 무하의 작품과 그의 생애를 경험해 보는 것이 어떨까 생각해본다. 여담이지만, 알폰스 무하의 작품으로 만들어진 제품들이 예뻐서 전시가 끝난다면 손에 나도 모르게 하나 정도는 들고 있는 이상한 경험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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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옥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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