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복수의 민낯 - ‘친절한 금자씨’ [시각예술]

글 입력 2016.12.11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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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중학생 소녀가 있었다. 소녀는 남자친구의 아이를 임신한다. 가출한 소녀는 학교 교생이었던 선생님의 집으로 찾아간다. 그는 아동을 유괴해 살해하고 영상까지 남기는 범죄자였다. 잔인하고 영악한 그는 아기로 소녀를 협박해 범죄를 덮어씌운다. 소녀가 복역하는 동안 아기는 미국으로 보내지고, 남자는 범죄를 멈추지 않는다. 13년이라는 복역기간 동안 소녀는 친절하게 행동하며 자기편을 모은다. 복수를 위해. 남자를 납치하고, 피해 아동들의 부모들을 한 자리에 모은다. 소녀를 교도소에 보낸 경찰까지 합류시켜 법의 복수와 실질적인 복수 중 무엇을 택할지 묻는다. 실질적인 복수란 그 자리에서 부모들의 손으로 남자를 찔러 죽이는 것. 머뭇거리던 사람들이 택한 것은 법이 아니라 자신들의 손으로 이루는 복수였다. 남자는 수십 번의 칼을 맞고 죽는다. 소녀의 복수는 성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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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절한 금자씨’는 2005년 발표된 박 찬욱 감독의 영화다. ‘복수는 나의 것(2002)’, ‘올드 보이(2003)’와 함께 ‘복수 3부작’으로 불린다. ‘복수 3부작’은 저마다 다른 방식의 복수를 그리는데 다소 난해한 전작들에 비해 ‘친절한 금자씨’는 스토리나 상징이 비교적 이해하기 쉽다.



지독한 블랙 코미디 : 법보다 가까운 폭력


 상상해보자. 나는 자식이 없으니, 내 동생이나 가까운 친지가 납치되고 잔인하게 살해당했다. 범죄자는 살인을 즐기는 사이코패스로 영상에서 그는 무척 즐겁다. 아이를 다시 돌려준다는 거짓말로 얻어낸 돈의 목적은 요트. 다리가 풀릴 정도로 허무하다. 그깟 요트 때문에 나의 가족을 납치하고, 살해했다. 나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두 가지. 모든 사실을 알고 있는 경찰을 통해 법의 심판을 받게 한다. 아니면, 지금 그 자리에서 그 사람을 내가 찌를 수 있다. 어떤 사람이든, 두 번째 선택지를 고르지 않을까? 설령, 사람을 찌른다는 두려움에 손이 벌벌 떨릴지라도 내 가족이 당한 고통을 그에게 조금이라도 주고 싶지 않을까? 피가 튈까 우비를 입고, 사람을 찌르는 게 무서워 청심환을 삼킨다. 그러면서도 앉은자리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자기 손으로 복수하려고. 너무 당연하기에 슬프고도 웃긴 블랙코미디의 한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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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을 인간답게 살게 하는 것이 사회, 법, 제도와 같은 것이라는 얘기는 뒤집어보면, 제약이 존재하지 않으면 인간은 ‘인간답게’ 살지 않는다는 얘기일지 모른다. 법보다는 폭력이 가깝다. 제도적 심판은 내 마음에 차지 않는다. 내 가족에게 입힌 해만큼 그 사람에게 해를 입히고 싶다는 것은 얼마나 원초적인 복수에 가까운가.  



복수의 민낯 : 그리고 금자는.......


 그녀는 13년의 복역기간 동안 칼을 갈았다. 출소 이후 자신의 계획을 차근차근 이행하는 그녀의 모습은 목적을 가진 인간이 얼마나 무서워질 수 있는지를 드러내는 것 같다. 하지만 그녀가 복수를 마친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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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은 웃고 있는데, 눈은 울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여배우 ‘이영애’를 다시 보게 한 장면이기도 하다. 나는 저 장면이야말로 복수의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13년간의 숙원을 이룬 직후인데 그녀는 100% 웃지 않는다. 복수를 끝낸 그녀의 삶에 더 이상 무엇이 있었을까. 자신의 딸과 13년이라는 세월을 앗아간 남자를 향한 복수심의 끝은 다름 아닌 허무였다. 그녀는 소원을 이뤘지만, 그곳에는 결국 아무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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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가 돌아갈 곳은 다름 아닌 딸의 옆이었다. 눈처럼 하얗게 살라는 의미로 만든 하얀 생크림 케이크에 얼굴을 박고 욱여넣으며, 그녀는 복수심으로 정당화 할 수 없는 죄를 씻어내고 싶었는지 모른다. 하얗게 살겠다는, 그녀를 끌어안은 자신의 딸과 앞으로는 하얗게 살겠다는 다짐의 일환이었을지 모르겠다.


 ‘친절한 금자씨’는 이 이야기 말고도 여러 상징이나 영상의 미학 등 많은 부분에서 얘기할 수 있는 수작이다. 중심서사이자 소재였던 ‘복수’가 가장 다루고 싶은 주제여서 선택했다. ‘누군가를 죽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나? 왜? 나에게 어떤 잘못을 한 사람에게 복수하고 싶다는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복수를 소원하는 시간동안 상대를 향한 미움과 분노에 깎여나가는 것은 오히려 자기 자신이다. 복수를 이루는 순간은 성취가 아니라 오히려 허무로 다가오게 마련이고, 나를 감싸주는 것은 그저 함께 있을 때 행복한 사람 옆에 있는 것이다. 그 사람과 ‘하얗게’ 사는 것이 복수보다는 훨씬 갚진 일일 것이다.




[김마루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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