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악인(惡人) - 악인은 누구인가? [문학]

글 입력 2016.12.10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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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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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발소를 운영하는 이시바시 요시오 부부에게는 보험설계사 일을 하는 딸 요시노가 있었다. 집에서는 남들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딸로 생각했지만, 사실 요시노는 보험회사에서 임대해주는 원룸에 살면서 자신의 헛헛한 생활을 충족시켜 줄 상대를 인터넷에서 찾는 취미를 갖고 있었다. 그들과 문자를 주고받고 실제로 만나 하룻밤을 보내고 돈을 얻어내는 생활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느 날 우연히 바에서 만난 마스오에게 번호를 받은 이후, 동료들에게 그와 연락을 주고받고 사귀게 되었다며 거짓말을 하게 된 요시노는 그와 만나기로 했다며 동료들과 밥을 먹고 헤어진다. 그러나 사실은 인터넷을 통해 문자를 주고받은 또 다른 남자 유이치와의 약속이었다. 다음 날 그녀는 벼랑에서 시체로 발견되었고, 이 사실을 모르는 경찰은 동료들의 증언을 토대로 마스오를 만나러 갔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보았고, 마침 며칠 째 행방불명이었던 그를 유력한 용의자로 수배한다.

 요시노가 유이치를 만나러 가던 그날 밤, 기분이 좋지 않았던 마스오도 때마침 그곳에 있었다. 요시노는 유이치의 차를 타기 직전 마스오를 발견하고 그 자리에서 바로 유이치를 버려둔 채, 호감이 있었던 마스오에게 달려갔다. 마스오는 부잣집 아들에 인기가 많았던 터라 여느 여자들처럼 자신이 좋아 매달리는 요시노의 마음을 읽고 성가셨지만, 그날따라 유난히 화가 치미는 느낌이 드는 터라 하룻밤 데리고 놀 생각으로 요시노를 태우고 미쓰세 고개로 간다. 그러나 그는 마치 연인이라도 된 것처럼 구는 요시노의 태도에 질려 미쓰세 고개에서 그녀를 내리게 하고, 홧김에 발길질을 한 채 그녀를 그곳에 버려두고 간다.

 한편 요시노에게 바람 맞은 유이치는 버림받았다는 분노에 마스오의 차를 뒤쫓고, 그곳에서 버려지는 요시노의 모습을 보게 된다. 마스오가 떠난 후 괜찮냐며 차에 타라는 유이치의 말에 유시노는 비참한 자신의 모습을 들켰다는 창피함과 유이치에 대한 증오감으로 그에게 자신이 숲속에서 강간을 당했다고 경찰에 말할 것이라며 화를 내며 그를 뿌리쳤다.

 그 순간 자신은 잘못한 것이 없음에도 진실을 밝힐 수 없을 것이라고, 자신의 말을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우발적으로 요시노의 목을 조른다. 그 후 얼마 동안 유이치는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한 죄책감과 두려움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며 지내다가 우연히 과거에 문자를 주고받았던 미쓰요에게서 연락을 받게 된다. 미쓰요는 여동생과 함께 살고 있었는데 반복되는 일상속에서 자신도 모르는 새 마음 속에 외로움을 안고 살아가는 여자였다. 유이치와 미쓰요는 만나기로 하여 하룻밤을 보내고 서로에게 진정한 사랑을 느끼면서 만나게 된다.

 도피 중이었던 마스오가 체포되고 그가 범인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수사망은 유이치를 향해 좁혀오기 시작한다. 도중에 유이치가 미쓰요에게 모든 사실을 털어놓고 자수하려 했으나 유이치와 떨어질 수 없었던 미쓰요는 그를 설득해 함께 도망친다. 그러나 얼마 못가 유이치는 경찰에 체포되었고, 사실과는 달리 자신이 미쓰요를 강제로 끌고 다녔고 요시노처럼 죽이려고 했다고 경찰에게 말하며 이야기는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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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악인 中>


 소설이라는 장르에 대한 선입견으로 한 동안 소설을 읽지 않았었는데 우연히 알게 된 요시다 슈이치의 글을 읽고 나니 잘 만들어진 소설 한 편이 독자에게 안겨 줄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를 알게 해준 작품이었다. 이 책의 표면적인 스토리만을 말한다면 살인사건과 그 용의자를 추적해가는 일종의 추리소설 같은 느낌을 준다. 그러나 작가가 인물 한 명 한 명의 성격과 사고, 행동과 얽힌 사연들을 풀어 놓으면서 독자는 그 인물이 왜 이런 생각을 하고, 이런 행동을 할 수 밖에 없었는지를 이해하게 된다.

 단순 스토리상에서의 악인은 사람을 죽인 유이치 일지 모른다. 하지만 유이치를 그렇게 만든 건 유이치가 태어나기도 전에 도망 간 아버지나 어린 유이치를 버리고 떠난 어머니, 혹은 유이치를 키우고자 자처한 조부모 혹은 이런 현실을 만든 사회 일 수도 있다. 유이치는 자신을 버리고 떠난 엄마와 가끔 만나면서도 엄마를 원망하지 않고 모두 용서한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엄마에게 돈을 요구했다. 그 이유는 ‘양쪽 다 피해자가 되고 싶어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돈을 요구하는 행위는 곧 자신이 가해자가 된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 말에서 나는 묘한 감정을 느꼈다. 어렸을 때 어머니에게 버림 받은 유이치는 스스로를 피해자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그의 어머니 또한 아들을 버렸다는 죄책감이라는 벌을 받을 만큼 받은, 자신 또한 피해자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이치는 자신이 '가해자'가 되는 것을 선택했다. 경찰에 체포되었을 때도 그는 자신이 미쓰요를 강제로 끌고 다녔고 해칠 생각이었다며 거짓말을 했다. 또 다시 자신이 가해자가 되기를 자처한 것이다.

 어떠한 이유에서건 사람을 죽이는 것은 용서받치 못할 일이지만, 그가 유이치의 목을 조르게 된 것도 자신을 버려두고 마스오에게 달려간 요시노에게서 어릴 적 자신이 버려졌던 그 순간의 두려움과 분노감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자신의 욕망과 열등감을 거짓말로 속여 가며 그것을 쫓다가 결국 죽음을 맞이한 요시노의 모습은 누가 피해자고 가해자인지, 진정한 악인이란 누구인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송송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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