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클래식 발레의 정수 국립발레단의 잠자는 숲속의 미녀 [공연예술]

화려한 의상과 우아한 춤 그리고 차이콥스키의 음악이 한 무대에서 만나다.
글 입력 2016.11.11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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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국립발레단 페이스북)


100년 동안 잠든 공주님이 멋진 왕자님의 키스를 받고 잠에서 깨어나다!
우리가 어렸을 때 부터 봐온 전형적인 동화 속 이야기이다. 디즈니 만화 영화 덕분에 이 동화는 널리 알려졌고 지금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이야기 중 하나다. 하지만 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 누구나 한번쯤은 본 디즈니 숲속의 미녀가 지겹다면 색다른 방식으로 잠자는 숲속의 미녀를 만나보는건 어떨까?

우리가 널리 알고 있는 잠자는 숲속의 미녀의 원작은 프랑스 작가 샤를 페로가 썼다. 그리고 차이콥스키가 안무가 마리우스 프티파와 함께 발레 잠자는 숲속의 미녀를 만들었다. 잠자는 숲속의 미녀는 러시아 궁정극장에서 가장 사랑받는 작품 중 하나가 되었고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 인형과 더불어 표트르 차이콥스키의 고전발레 3대 명작이다. 1890년 러시아에서 초연한 이후 아직까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작년 유니버셜 발레단의 잠자는 숲속의 미녀 공연을 보지 못해서 이번 국립발레단 잠자는 숲속의 미녀 공연 소식에 굉장히 반가웠고 올해 작품 라인업이 뜰때부터 손꼽아 기다렸다. (필자는 2년째 발레를 배우고 있는 취미생으로써 발레에 대한 애정은 누구보다 깊다.)
잠자는 숲속의 미녀를 손꼽아 기다린 이유는 공연에서 기대하는 세가지 장면이 있기 때문이다.
 
1. 고난이도 테크닉을 보여주는 로즈 아다지오
2. 1막 왈츠
3. 장화 신은 고양이 파드되
   
먼저 로즈 아다지오는 내가 잠자는 숲속의 미녀를 본 이유이자 가장 큰 기대를 걸었던 장면이다. 처음 로즈 아다지오를 영상으로 봤을 때 나는 혀를 내둘렀다. 굉장히 어려운 동작을 너무 쉽게 그리고 여유롭게 해내는 발레리나 때문이었다. 얼마나 어려운 동작이냐면 지켜보는 내 발과 다리가 아프고 저리는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
로즈 아다지오는 성인이 된 오로라 공주에게 네 명의 왕자들이 청혼을 하면서 추는 춤이다. 고난이도의 테크닉과 더불어 발레리나의 여유로운 표정이 압권이다. 나는 로즈 아다지오를 1막의 하이라이트라고 생각한다.

 
잠자는 숲속의 미녀 로즈 아다지오


  
그런데 내가 본 공연의 주역은 기대했던 것과 조금 달랐다. 그날따라 주역 무용수의 밸런스가 잘 안 잡혔는지 춤도 기대만큼 우아하지 않았고 얼굴은 웃고 있었지만 여유롭지 못했다. 마지막 부분 (동영상에서는 5분부터 시작) 왕자가 손을 놓고 그 다음 왕자에게 넘겨줘야 하는데 손을 못 놓으실 정도였다. 그래도 어려운 테크닉을 실수없이 완벽히 해내신 것만으로도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다.
 
두번째로 왈츠를 꼽은 이유는 왈츠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 내 귀에 너무 익숙했다. 사실 누구나 한번쯤 들어본 노래가 아닐까 싶다. 어디서 많이 들어봤나 했더니 디즈니 만화영화 잠자는 공주 ost 중 공주와 왕자가 만나는 씬에서 함께 노래를 부른 노래다. 이 노래를 발레음악에서 가져왔는지 몰랐는데. 클래식 버전이 웅장한 느낌을 준다면 디즈니 ost는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느낌이 든다.

 
디즈니 잠자는 숲속의 공주 - once upon a dream

 

잠자는 숲속의 미녀 왈츠


  
다시 춤 이야기로 돌아와서 개인적으로 나는 왈츠를 좋아한다. 왈츠 음악과 춤 동작이 색다르고 독특한 느낌이 나기 때문이다. 특히 차이콥스키의 발레 왈츠곡은 서로 비슷한 듯 다른 느낌이 난다. 그리고 차이콥스키의 왈츠 음악에 맞춰 군무만이 낼 수 있는 춤의 현란함과 화려함은 말할 것도 없다.
이번 공연의 왈츠는 사실 좀 혼잡했다. 혼란을 느낀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자리 때문이다. 나는 거의 일층 무대와 가까운 곳에 앉는다. 그런데 이 왈츠는 2층에서 내려다보며 춤의 동선을 즐겨야 하는데 무대와 너무 가깝게 앉아버리는 바람에 춤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2층에서 본 관객에 의하면 춤은 물론 의상까지 환상적이었다고 하니 잠자는 숲속의 미녀를 보실 계획이 있으면 2층 객석을 추천한다. 동영상을 찾아보면서 다른 발레단과 비교해 보았는데 해외 유수의 발레단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완벽한 왈츠를 국립발레단은 보여주었다.
   

마지막으로 장화신은 고양이 파드되
이 파드되를 꼽은 이유는 발레를 처음 배웠을 때 선생님께서 파드샤 (직역하면 고양이 스텝)을 가르쳐 주셨다. 그리고 잠자는 숲속의 미녀에 고양이 파드되가 있는데 무대에서 파드샤 스텝을 계속 연결하며 춤을 춘다고 하셨다. 고양이 스텝으로 이루어진 고양이 춤. 내 호기심을 끌기 충분하다.
 
 
영국 로열발레단
잠자는 숲속의 미녀 중 장화 신은 고양이

 
 
무용수들이 귀엽게 고양이 분장을 하고 파드샤 하며 나오는 모습이 참 귀엽고 발레로 고양이를 저렇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게 참 신선하다. 심지어 음악도 고양이들 울음소리 같은 '미야옹'이 난다. 새침하고 도도한 암컷 고양이가 참 매력적이다. 캐릭터 파드되를 봤을 때 이 둘의 2인무가 가장 재밌었다. 중간 중간 암컷 고양이의 앙탈로 웃음이 튀어나온다. 고양이귀는 물론 꼬리까지 튜튜에 붙이는 섬세함까지 볼 수 있다.
국립발레단 고양이 파드되 역시 환상적이다. 파드샤(고양이 스텝)이 생각보다 많이 나오진 않았지만 이건 발레단과 안무가 마다 버젼이 다르니 크게 실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달라서 좋았다 똑같으면 재미가 없으닌까:)
 
지금까지 발레 취미생으로써 기대했던 장면이었다면 이제는 발레를 잘 모르는 일반인들이 보면 좋아하고 재밌어할 장면 또는 요소를 선정해 볼 것이다.
 
1. 의상, 무대 디자인
2. 군무 (왈츠, 라일락 요정)
3. 다양한 동화 속 주인공들
 
의상과 무대 디자인을 첫번째로 꼽은 이유는 춤을 보러갔던 나조차도 의상과 무대 디자인에 넋이 나가있었다. 의상이 너무 예뻐서 의상 보느라 춤이 눈에 잘 안 들어왔다. 공주, 요정, 귀족 역할이 대부분이다 보니 의상들이 전부 별을 박은 듯 반짝반짝하다. 조명을 받으면 눈이 부실 정도로 화려함과 반짝임을 자랑한다. 다채롭고 세련된 무대의상 덕분에 공연을 보는 내내 예쁜 의상을 입고 춤을 추는 무용수들이 부러웠을 정도였다.
무대 디자인 역시 작품에 세련됨에 크게 기여했다. 공주가 잠들 때 눕는 침대, 장미로 덮인 성과 숲속 배경 등 외국의 발레단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세련되고 감각적이었다. 특히 2막 왕자와 공주의 결혼식 장면의 무대는 웅장하고 고풍스러운 느낌까지 주었다. 관객인 내가 궁전 안에 있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


50초 남짓 의상과 무대를 살짝 엿볼 수 있는 YTN 뉴스



두번째로 군무를 꼽은 이유는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군무만큼 재미있는 춤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랑 파드되나 또는 파드되(2인무)는 자칫 지루함을 안겨줄 수 있지만 군무는 다르다. 때론 역동적이고 때론 부드러움을 보여주는 군무는 어느 누구든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춤이다.
잠자는 숲속의 미녀에서 군무는 왈츠, 라일락 요정들로 이루어진 군무로 나눌 수 있다. 왈츠는 남녀가 함께 추는 춤이라면 라일락 요정들은 여성 무용수들로만 이루어진 군무이다. 두 군무의 다른 매력을 비교해 보면서 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이다.
 
세번째는 다양한 동화 속 주인공들이다. 잠자는 숲속의 미녀 2막 공주와 왕자의 결혼식에서는 다양한 동화 속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대표적으로 장화신은 고양이, 알리바바와 4개의 보석들, 플로린 공주와 파랑새 그리고 늑대와 빨간 망토. 이 네 개의 동화 속 주인공들이 춤을 추고 그 외 신데렐라, 라푼젤, 미녀와 야수, 개구리 왕자 등 다양한 동화 속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이들이 어떤 동화 속 인물인지 그리고 어떤 춤을 추는지 유추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파리오페라발레단의 알리바바와 4개의 보석들


  
취미 발레생이 보는 잠자는 숲속의 미녀와 일반인들이 보면 좋아할 장면과 요소를 꼽아 보았다. 나는 첫 공연을 보았고 성공적인 첫막을 올렸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강수진 발레리나(현 국립발레단 예술 감독)의 공이 크다고 생각한다. 강수진 발레리나가 국립발레단의 예술 감독으로 오면서 매해 다채로운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작품 라이센스도 강수진 예술 감독을 믿고 국립발레단에 작품을 파는 거 같기도 하고 재능 있는 무용수들도 강수진 예술 감독 밑에서 배우기 위해 더 많이 찾아오는 것 같다.

특히 이번 잠자는 숲속의 미녀는 10년 만에 선보이는 작품이라고 한다. 공연을 보다 보면 의상부터 무대 안무 등 꼼꼼하게 신경쓴 티가 많이 난다. 다양한 작품들을 좋은 퀄리티로 선보이는 만큼 발레 전공생과 취미생이 아니더라도 많은 일반인들이 발레를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공연을 보러왔으면 한다.


[장세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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