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책장은 내면의 얼굴이다

글 입력 2016.10.02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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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가도329.jpg
 

사진, 한지, 손바느질로 표현한 책가도
해외 콜렉터가 극찬한 한국 전통미가 담긴 책가도

사진작가 임수식이 만난 책과 사람


첫 개인전 오프닝 다음날 전시장에서 많이 생각했습니다.
기쁘기도, 두렵기도, 외롭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벽에 걸린 책가도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제 얼굴이 보였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책장이 포트레이트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 내면의 얼굴이구나.


  처음 책을 받기 전엔 이게 무슨 책일까 굉장히 궁금했었다. 책장을 찍은 사진들. 임수식 작가는 '무엇을 담아내고 무엇을 설명하고 싶었던 것일까?' 그러나 책을 펼쳐든 순간, 책장이 자화상이라는 작가의 말이 이해가 되었다. 부분부분을 찍어서 한지에 프린팅한 다음 조각보를 이어붙이듯 바늘로 한 땀 한 땀 꿰매며 작품을 완성해간 임수식 작가. 그는 "작업에 쏟은 많은 시간은 작품속에 에너지로 남는다." 고 말한다. 그의 신념은 내게 많은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책가도045_프린트된 한지에 손바느질_104cm×88cm_2010.jpg
 

  책장은 그 사람을 말해준다. 그간 쌓아왔던 흔적들. 관심 깊게 가져왔던 분야. 그런 것들을 한데 모아 보여주는 것이 책장말고 또 있을까. 장식품으로 채워진 책장도, 책으로 꼭꼭 채워진 책장도 모두 누군가의 내면의 얼굴이다. 책을 읽으며 나의 책장은 어떤지 많이 관찰하게 되었다. 소중한 추억이 담겨있는 어릴적 일기장과, 사진첩이 한켠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보면 나는 추억을 소중히 하는 사람인 듯했다. 



“한국적인 전통성을 살리고 싶어 프린팅 용지를 한지로 결정했습니다. 한지프린트가 대중화되기 전이라 많은 테스트를 했습니다. 인사동에 있는 거의 대부분의 한지가게에서 적당한 한지를 골라 테스트를 했습니다. 프린터 노즐이 막혀 수리센터를 집 드나들 듯 다녔습니다. 
그렇게 만난 한지가 장지방한지와 동양한지입니다. 장인들이 수공으로 만드는 한지들은 그 종이만으로도 작품입니다. 책가도 작품들은 한지에 어떤 가공도 하지 않고 사용합니다. 다른 종이들보다 잉크를 많이 먹는 한지에 표면 가공을 하지 않으면 선예도는 떨어지지만 톤의 깊이가 생깁니다. 그 느낌이 좋아 반차도부터 책가도까지 한지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책가도 표지.jpg
 

  1000점의 작품들을 채워나갈 것이라는 작가의 목표가 멋지게 다가왔던 책이다. 어떤 종이에 어떻게 프린팅 하느냐에 따라 느낌은 천차만별 달라진다. 그는 한지에 프린팅하는 멋을 아는 작가였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을 엮어낸 책가도의 책 표지도 굉장히 멋들어진다. 하얀 바탕에 군더더기 없이 패여진 冊架圖. 소장할 가치가 있는 디자인의 책이다. 꼭 한 번 읽어보길 추천한다. 


[김정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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