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 롯데 콘서트홀을 가득 메운 영국의 소리

글 입력 2016.09.17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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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시물은 아트인사이트 (www.artinsight.co.kr)과 함께합니다.


오늘은 저 멀리 영국에서 온 한 관현악단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바로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 Royal Philharmonic Orchestra>입니다. 이름에는 '로열'이 들어가지만, 왕립 악단은 아니지요. 그럼 오케스트라의 역사와 주요 활동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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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 출처 : 위키백과


역사 | History

이미 1932년에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창단한 바 있었던 지휘자 토머스 비첨에 의해 1946년 창단되었으며, 그 해 9월 15일에 첫 공연을 가졌습니다. 그 이전에도 로열 필하모닉 협회(Royal Philharmonic Society) 산하의 관현악단이 활동하고 있었으나, 이 악단은 2차 세계대전과 운영난이 겹쳐 해단되었습니다. 비첨은 이를 기회로 협회 측을 설득해 로열 칭호를 빌리기로 하고 이름을 붙였던 것이었지요.

비첨은 창단과 동시에 초대 음악 감독으로 취임했고, 1961년에 타계할 때까지 악단 육성에 주력했습니다. 비첨의 후임으로는 독일 출신의 루돌프 켐페가 임명되었으나, 비첨의 재산이 운영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터라 운영난이 갑자기 심각해졌고, 로열 필하모닉 협회와는 '로열' 호칭의 사용권을 두고 심한 갈등을 빚게 되었습니다. 1963년에는 로열 필하모닉 협회가 자신들이 관할하는 모든 음악회에서 로열 필의 출연을 금지하는 보복성 조치를 취하면서 최악의 상황에 놓이게 되었고, 켐페도 직책에서 물러나게 되었습니다.

협회와 악단 사이의 법정 공방은 이후 3년을 더 끌었고, 1966년에 '로열' 의 칭호에 대한 정식 사용 허가가 발표된 뒤에 종식되었다. 그 기간 동안에는 주로 말콤 사전트의 지휘로 런던 외곽의 영화관이나 강당 등을 돌며 공연했고, 1966년에 악단의 명칭을 돌려받음과 동시에 켐페가 복귀해 악단의 연주력을 비첨 재임기의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 공로로 켐페는 1970년에 악단으로부터 종신 지휘자라는 칭호를 수여받게 됩니다.

켐페가 타계 직전 모든 직책을 사임하고 BBC 교향악단으로 이직한 뒤에는 헝가리 출신의 안탈 도라티가 후임으로 부임했고, 도라티는 찰스 그로브스와 로런스 포스터를 각각 부지휘자와 수석 객원 지휘자로 임명하고 자신의 주특기인 악단 연주력 향상에 주력했습니다. 도라티는 1978년에 사임한 뒤에도 계관 지휘자로 로열 필을 계속 지휘했으며, 후임으로는 1980년에 오스트리아 출신의 발터 벨러가 임명되었습니다.

벨러 이후에는 앙드레 프레빈과 블라디미르 아슈케나지가 차례로 직책을 이어받았고, 1992년에는 러시아 출신의 유리 테미르카노프를 상임 지휘자로 초빙하기도 했습니다. 테미르카노프는 1998년까지 직책을 유지했고, 러시아 레퍼토리를 적극적으로 악단 공연에 포함시켰습니다. 1996년에는 이탈리아 출신의 다니엘레 가티를 음악 감독으로 임명했으며, 2009년에는 샤를 뒤투아가 예술 감독 겸 상임 지휘자로 부임했습니다.



주요 활동 | Main Activities

창단 초기부터 비첨의 적극적인 육성으로 단기간에 수준급 악단이 되었고, 비첨의 전속사였던 EMI에 많은 녹음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비첨 사후에는 경영난과 로열 필하모닉 협회와의 명칭 사용 갈등 등의 악재로 인해 심각한 위기를 겪었고, 많은 단원들이 퇴단해 연주력 면에 있어서도 고전하고 있었지요. 1966년 이후에는 다시 재기를 꾀하기 시작했고, 1969년에는 작곡가 겸 지휘자였던 말콤 아놀드의 지휘로 딥 퍼플의 키보디스트 존 로드가 작곡한 '그룹과 관현악을 위한 협주곡' 을 초연해 영국 관현악단 최초로 대중음악과의 퓨전 콘서트를 시도했습니다.

켐페는 미국의 RCA와도 계약해 독일 레퍼토리를 중심으로 음반 녹음과 공연을 진행했으며, 후임자였던 도라티는 데카가 개발한 최신 녹음 기술이었던 4채널 테크닉을 사용한 음반들을 적극적으로 취입했습니다. 벨러와 프레빈, 아슈케나지도 데카와 필립스 등의 음반사에서 여러 종류의 음반들을 발매했고, 1986년에는 전 세계 관현악단 사상 최초로 자신들의 독립된 음반사인 'RPO Records' 를 설립했습니다. 최근에는 아이튠즈를 통한 온라인 음원의 판매에도 적극 참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공연장은 설립 당시부터 로열 필하모닉 협회의 관할이었던 로열 페스티벌 홀을 사용하고 있었으나, 비첨 타계 후 협회와의 갈등이 시작되면서 퇴출되었습니다. 1966년 이후에는 다시 홀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1980년대 초반에 바비컨 센터가 건립된 뒤 옮겨가 상주 악단으로 활동했습니다. 2008년에는 비교적 소규모지만 음향 효과가 뛰어난 카도간 홀의 상주 악단으로 다시 옮겨 활동하고 있습니다.

1987년부터는 팝스 콘서트 등 대중적인 공연을 목적으로 '로열 필하모닉 콘서트 오케스트라(Royal Philharmonic Concert Orchestra)' 라는 이름의 하부 악단을 조직했으며,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수석급 주자 몇 사람에 객원이나 임시 단원들을 편성해 공연이나 녹음 때마다 조직하는 비상설 관현악단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클래식에 디스코 비트를 접목시켜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훅트 온 클래식스(Hooked on Classics)' 시리즈나 야니의 아크로폴리스 공연, 일본 락밴드 엑스재팬의 앨범 'Art of Life', 한국의 락스타 서태지의 'Seotaiji Symphony', 핑크 플로이드와 U2, 퀸,UEFA 챔피언스리그의 주제음악 등 주요 대표곡들을 관현악으로 편곡한 앨범의 녹음 등 퓨전 활동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꾸준히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지난 9월 8일과 10일 양일에 걸쳐 내한 공연을 했다고 합니다. 8일에는 예술의 전당에서, 10일에는 새로 오픈한 잠실 롯데 콘서트홀에서 공연을 성황리에 마쳤습니다. 저는 10일에 이루어졌던, 롯데 콘서트홀의 공연에 다녀왔는데요. 본격적인 '공연'에 대한 리뷰에 앞서, <롯데 콘서트홀>의 이야기가 빠지면 안될 것 같아, 먼저 콘서트 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자료 출처 : http://blog.lot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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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세상에 나온 <예술의 전당> 이후로 28년 만에 서울에 대규모 클래식 전용 콘서트홀이 생겼습니다. 클래식 불모지인 우리나라에서 이런 콘서트홀이 새로 만들어졌다는 것은 정말 의미있는 일이자 주목받을 일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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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2,036명을 수용할 수 있는 이 거대 콘서트홀은 잠실 롯데월드홀 8층부터 10층에 위치해 있습니다. 예전에 처음 롯데월드몰이 개장했을 때에는 이 콘서트홀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가 폐쇄되어 있었는데, 이번에 방문했을 때에는 그 모습을 훤히 드러내놓고 있었습니다. 마치 다른 차원으로 향하는 문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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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어마어마한 콘서트홀의 특징은 무대와 관객을 연결해주는 빈야드 형태의 객석과 대규모 클래식 전용 파이프 오르간, 그리고 세계 최고 수준 음향을 위한 설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실제로 무대의 모습이 굉장히 특이해서 꽤 오래동안 기억에 남았는데요, 가까우면서도 먼듯한 무대 설계가 관객과 연주자의 심리적 거리감을 더 가깝게 해주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기존의 딱딱하고 일방적인 직선 형태의 공연장이 아닌, 부드러운 곡선으로 이루어진 공연장의 모습이 무언가 안정감을 불러일으키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무대 뒤쪽에 위치한 거대한 파이프 오르간은 콘서트홀 전체의 분위기를 더욱더 고급스럽고 특별하게 만들어줍니다. 무려 5,000여개의 파이프로 구성된 68스톱의 대규모 파이프 오르간은 크기도 압도적이지만 다양한 소리를 내기도 한다고 합니다. 제가 갔던 공연에서는 파이프오르간 소리를 들을 수 없어서 정말 아쉬웠지만, 저는 영화 <위대한 개츠비> 속 한 장면을 떠올리며 상상만으로 행복했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큰 특징인 과학적인 설계! 롯데 콘서트홀은 어느 좌석에서든 최상의 음향으로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정도면 정말 혁신적이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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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수준의 음향을 구현하기 위해 일본 산토리홀, 미국 월트디즈니 콘서트홀, 덴마크 대니시 라이도 콘서트홀 등 세계 최고의 공연장 음향을 담당한 음향 전문가 '야스히사 토요타'씨가 모든 과정에 참여했다고 하여 오픈 전 부터 더 큰 주목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이정도면 공연의 주체와 공연장에 대한 설명은 충분히 되었으리라 예상됩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공연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우선 프로그램부터 살펴보도록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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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기에 앞서, 이번 롯데 콘서트홀 공연에서는 특별히 첼리스트 '제임스정환김'이 함께했습니다. RPO와 그가 만나 환상의 하모니를 보여주었지요.

첫 번째 곡, 멘델스존의 <핑갈의 동굴 서곡>.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자리를 잡고, 새롭게 부지휘자로 임명된 쉘리가 처음으로 손을 움직이던 그 순간, 저는 정말 '감동'받았습니다. 실로 그 사운드가 엄청 대단했기 때문인데요. 기존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느꼈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3D 사운드가 제 귀를 타고 흐르던 그 순간, 정말 전율이 흐르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깔끔하고 귀에 쏙쏙박히는 소리들에 저는 '아 선생님으로 치면 목소리가 맑고 정말 핵심 위주로 잘 가르치는 그런 스승의 강의를 듣고있는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 클래식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편안하고 무난하게 즐길 수 있을 것 같은 연주와 사운드였다고 생각합니다. 특유의 판타지스러운 멜로디를 수 많은 서양인들이 연주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저로서는 참 '문화충격'에 가까웠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두 번째 곡, 차이코프스키의 <로코코 주제에 의한 변주곡>은 드디어 우리의 '제임스정환김'이 함께했습니다. 처음 그의 얼굴을 보았을 때에는 '아 앳된 신예구나'라고 생각했는데, 그의 첫 선율을 듣는순간 저는 저의 생각이 얼마나 경솔했는지 깨달았습니다. 이런 규모의 공연에 나오는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었지요. 아직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첼로 활은 마치 아우토반을 달리는 빠른 슈퍼카처럼 첼로 위를 달렸고, 그 사운드는 실로 정교했으며 섬세했습니다. 저는 무대의 뒷 편, 코러스석에 앉았기 때문에 그를 정면으로 볼 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첼로를 다루는 그 모습과 손가락의 움직임이 생생하게 머릿속에서 구현될 정도였답니다. 

세 번째 곡, 브람스의 <교향곡 4번 e단조>는 가장 많은 단원들이 함께한 무대였습니다.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트라이앵글이었는데요, 2악장 내내 멀뚱멀뚱 앉아있던 것 같았던 연주자는 3악장이 시작되기가 무섭게 맑고 청아한 트라이앵글 소리를 콘서트홀에 수놓았습니다. 코러스석에 앉아서 모든 연주자들의 연주 기법과, 악보를 넘기는 타이밍, 잠깐잠깐 초점을 잃은 눈동자를 보이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카리스마 있는 모습으로 돌아오는 것까지 뒤에서 다 지켜보던 저는 다시한번 오케스트라의 감동과 대단함을 느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즐겁다'라고 생각하게 만들어준 공연이었지요. 기존에 이어져오던 무언의 법칙과는 다르게 악장 사이마다 이어지던 박수 갈채는 저를 의아하게 만들었지만, 관례를 지키는 것보다 사람들의 '흥'과 '즐거움'이 더 먼저였기에 벌어졌던 해프닝(?)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이처럼 저에게 즐거운 추억을 안겨준 아트 인사이트에게 감사의 말씀을 올리고 싶습니다. 우리의 모든 잠재되어있는 열매가 아트 인사이트과 그 외 관계자분들의 지원을 받아 꽃피우는 기분이 듭니다. 또한 좋은 연주로 관객들의 귀를 따뜻하게 적셔준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제임스정환김 그리고 그 중에서도 가장 빛이났던 부지휘자 알렉산드로 쉘리에게 다시한번 큰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문화예술을 향유합니다-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김수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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