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필사의 즐거움 [문학]

능동적 독서에 대하여.
글 입력 2016.07.14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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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동적 독서와 수동적 독서:적극적 책읽기와 소극적 책읽기

책상에 앉아 글을 읽는 행위만이 독서라고 할 수 있을까. 좀 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독서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생각해본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독서법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했던건ㅡ단지 한번 읽고 마는 '학습되어진'독서법에 대한 한계를 느껴서였다. 책을 읽는 행위가 내 삶을 바꾸고, 나를 바뀌게 만드는 힘은 어찌보면 내 스스로 만들어나가야 하는 근육과 같은 일이었다. 너무나 좋은 문장들, 나를 감탄케 하고 감동케 하는 문장들을 읽어나가고 입력해나가지만 정작 문장대로 '살아내고' 있는 순간은 과연 얼마나 되는지 의문이 들었다. 그런 질문들로부터 시작되어 능동적 책읽기의 방법들을 찾아다녔다. 요즘 인문학열풍덕택인진 모르겠으나 많은 소모임 형태의 '독서모임'을 이용해보기도 했고, 같은 책을 읽은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고 올리는 형태의 사이트도 찾아보고, 저자들을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가져봄으로서 내가 생각해보지 못했던 세계로부터의 지적호기심도 가져보기도 하고, 낭독회를 찾아다니며 다른 사람의 목소리로 듣는 문장들을 경험해 보는 시간 등을 가질 수 있었다. 1인독서법으로서 내가 취할 수 있는 것들을 찾다가, 필사 (직접 손글씨로 적기)와 암기, 그리고 카테고리식 독서 법 등을 찾게 되었다(이건 개인적 취향에 좀 가깝다)


나만 알고 싶은 문장
문단/단어/작가/생각/시/그림/
눈으로 읊어본적, 손으로 기록해본적,
목소리로 낭송해본적, 암마음으로 암송해본적 이 있는가


가까운 친구들에게 책을 읽고 있는 방법에 대해서 묻는 질문에, 독서를 좋아하고 즐겨하는, 이른바 '활자중독' 증상을 가지고 있는 친구들 중 열에 아홉은 필사를 즐겨 하고 있었다. 한 문장 문장의 탄생이 귀함, 가치있음을 몸소 표현하고자 하는 무의식적인 행위일거라 생각도 든다. 그런 점에서 필사한 것을 내가 봐도 괜찮을까? 나 좀 보여줄 수 있니 라는 질문조차 조심스러워 지는 것이다. 좋아하는 문장, 아껴두고 싶은 문장에는 자신의 성격이 드러난다. 어떤 나라의 언어든지간에 사람의 글씨체에는 그 사람 고유의 성질이 묻어나올 수 밖에 없다. 사람 '손'으로 쓴 '뇌'의 직접적 언어가 개인의 고유된 예술성과 결합되어 묻어나오는 순간이 바로 글을 쓰는 순간이며, 싸인을 하는 순간이며, 메모를 하는 순간일 것이다.





나 아닌 다른 사람의 글씨를 들여다보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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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에게 필사를 부탁해보았다. C.S루이스의 헤아려 본 슬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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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영복의 담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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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르만헤세의 데미안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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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아마운틴 드리머의 초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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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고서점에서 만난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에 쓰인 어떤사람의 글씨.





나는 필사의 힘 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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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할머니의 성경 필사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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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도의 작사노트 중에서.


활자 뒤에 숨기는 쉽다. 글쓴이가 어떤 성격이나 성향을 가지고 글을 써내려가는지, 혹은 이 글을 쓰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하는 상상에서 단절되게 만드는 느낌이 든다. 필사를 하면 그런것들이 과감없이 드러나는 극적인 경험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필사를 함으로 눈으로 보이는 자기 자신에 대한 생각들의 얼굴과 대면하게 되고, 하나의 단어를 만들어내려고만 하더라도 한 획을 긋고, 한 점을 찍는 등의 행동들이 겹쳐짐으로서 글이라는 것이 완성되는ㅡ 그 과정을 직접 경험하게 되기 때문이다. 톡톡 써내려가는 글에 비해서, 펜을 쥐고 한글자 한 글자 눌러가며 글을 쓰는 행위는 요즘과 같이 편리한것들이 많은 시대에는 귀찮고 번거로운 일로 여겨질지 모른다. 그럼에도 독서광들 혹은 많은 예술가들 할것없이 책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 더 나아가서 글을 맛있게 담아내길 원하는 사람들은 늘 '손'과 '연필'을 사용해 왔다. 마지막에 덧붙여서, '능동적 독서가 옳고 소극적 형태의 책읽기는 옳지 않다'라는 전제를 가진 이분법적인 해석으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책 읽기라는 행위를 둘러싸고 사람마다 취향과 성향에 따라 받아들이는 수용의 방식이 다른것이라 생각하고, 거기에 따르는 장 단점 또한 사람마다 천차만별로 달라질 것이다. 독서법에 대한 나의 생각을 예로 들어, '학습되어진' 정보의 형태로서의 책 읽기의 단계에서, 언제든지 필요에 의해서 쓸 수 있는 진정한 나의 에너지가 되어 나의 것으로 재해석 될수 있는 '탈독서'의 단계로까지 나아갈 수 있다면 좀더 나은 삶을 살아내는데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어릴적 자신의 일기장을 보면서, '얘는 무슨 글씨를 이렇게 못썼지'했던 것처럼, 몇 달 지나고나서 보는 내 글씨 그리고 그 글씨가 담고 있는 문장들의 느낌은 결코 오늘과 같지 않다. 좀 더 멀리봐서, 10년후의 자기 자신은 오늘의 내 글씨체와 같은 모습의 글을 써내려가고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다. 그런 맛으로 사람들은 글을 쓰고, 맛을 내고, 정성을 들여가며 필사를 해나가는 것 같다.


나는 필사의 힘을 적극적으로 믿고 의지한다.



"필사는 책을 되새김질하는 과정"이에요.
단순히 글자를 쓰는 데 끝나지 않고
통독을 하면서 옮겨 쓰는 것이기 때문에
책을 백번 읽는 것보다 한번 필사하며 읽는 것이 효과적이기 때문이죠"

-작가 조정래


"나는 그야말로 필사적으로 필사했다.
그런 필사의 시간이 없었다면
내게 백석은 그저 하고 많은 시인중의 하나로 남았을 것이다.
그가 내게 왔을 때,
나는 그의 시를 필사하면서 그를 붙잡았다."

<가슴으로도 쓰고 손끝으로도 써라> - 시인 안도현






[박유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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