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그리움이라는 감정을 통해 관계를 그려가는 연극 [그리워그리워]

임동진 모노드라마
글 입력 2016.05.19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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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진 모노드라마 <그리워 그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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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역 2번출구에 있는 KT&G 상상아트홀에서 공연되는 연극 그리워 그리워를 보고난 후기!!

 배우 임동진의 1인극 형식으로 진행되는 연극이어서 기대가 됐다. 1인극은 처음이어서 어떤 식으로 연기될지 궁금했다. 관객과 더 가까이 호흡하는 무대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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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연극이 시작되기전 무대 뒷편의 화면에서 족히 50명은 되어보이는 스텝의 이름이 올라가는 것을 보고 놀랐다. 1인극이라고 해서 사실 나는 배우와 소수 스텝진들간의 깨알같은 호흡이 돋보이는 작은 공연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보이지 않는 많은 사람들의 참여로 이루어진 공연이었다. 1인극이어서 더 자유로울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더 많은 책임을 혼자 짊어지고 무대에 선 배우님의 어깨가 무거워보였다.

 낮은 목소리의 독백으로 이어지는 임동진 배우의 연기를 통해 주인공의 마음속 생각들을 함께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마음속 생각들을 따라가면서 그리움이라는 테마의 다양한 색깔을 느낄 수 있었다.


 연극이 시작되고, 즐거운 추억들에 대해 유쾌하게 껄껄거리며 이야기하는 그의 모습은 참 다정해 보였고 한편으로는 즐거워보였다. 부인이 먼저 떠나고 사랑하는 딸조차 먼저 떠나보낸 남자는 삶의 모든 곳곳에서 지난 기억을 마주치는데, 가끔은 행복해 보이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고, 쓸쓸해 보이기도 하고... 그는 예전 기억들로 현재의 순간을 살아가는 듯했다. 소소한 현실의 이야기들이 임동진 배우의 독백을 통해 유쾌하게 그려지기도 하고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그런데 먼저 세상을 떠난 딸의 딸아이, 즉 손녀가 결혼소식을 알려오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전개되었다. 사랑하는 손녀딸의 결혼식에 참석할 계획으로 잔뜩 들떠있는 그는 여러가지 관계들의 갈등상황과 부딪히게 된다. 다시 새로운 가정을 이룬 사위가 친척들에게 실례라는 이유로 주인공이 손녀의 결혼식에 참석하는 것에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받아들일수 없는 갈등상황은 그에게 더욱 예전의 기억들을 선명하게 떠오르도록 한다. 사랑했던 기억, 행복했던 기억, 서로에 대한 믿음으로 가정을 이뤘던 기억도 있었다. 그리고 그 이해할수 없었던 시간들, 원망과 후회의 순간들도 떠올랐다.


 반대를 무릎쓰고 손녀의 결혼식에 참석한 그는 집에 돌아온 뒤 며칠후 사위로 부터 택배상자 하나를 받게 된다. 그 안에 들어 있는 것은 바로 세상을 떠난 부인의 일기장. 그 안에서 그는 같은 인생을 살아온 이의 전혀 다른 삶과 마음을 읽게 된다. 그리고 그는 스스로도 미처 알지 못했던 그의 실수로 사실 오히려 자신이 가족들의 마음을 후회와 그리움, 원망으로 가득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의 그리움의 색은 어떻게 변해갔을지. 나도 처음에는 손녀의 결혼식에도 참석하지 못하게 하는 사위를 절대 이해할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폭풍같은 갈등상황이 휩쓸고 지나간 공연장의 무대위에서 주인공을 용서할 수 없는 부인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또 그럼에도 삶의 어떤 순간을 그리워하는 부인의 마음을 상상해보았다. 또한 그리워할 자격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계속 그리워하는 이의 마음은 어떠할지 상상해 보았다.
   

 가장 가깝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털어놓을 수 없는 이야기들이 그들 가족들사이에 장벽을 이루고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것은 너무 안쓰럽고 안타깝다. 부인이 일기장에 남편에 대해 안쓰럽다라고 쓴 부인의 마음도 안타까웠다. 기억조차 잘 떠오르지 않는 감정으로 관계를 망치고 거기다 자식조차 잃은지 모른채 살아가는 남편에 대해 부인은 원망의 시간을 지나 연민의 감정까지 느끼고 있는 듯 했다. 주인공은 스스로 자신의 가정구성원으로써의 삶을 돌아보고 고백하며 그리움이라는 감정의 여러가지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워할 자격이 없는 사람의 그리움, 절대 용서할수 없는 사람이 가진 그리움, 절대 용서받을수 없는 사람의 그리움...

 여러가지 모습을 한 그리움의 감정을 돌아보며, 관계 속 치유의 시간을 가질수 있는 연극이었다!! 가족간의 사이가 많은 오해들로 지쳐 있는 분들에게도 추천하는 연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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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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