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취미를 숨겨야 하는 세상 [문화전반]

글 입력 2016.04.27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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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부분의 사람들은 거의 다 취미를 가지고 있다. 취미의 종류는 현대사회로들어오면서 매우 많아졌다. 이제 취미는 한 사람이 자신을 드러내는 수단으로서 사용되기도 한다. 이렇듯 취미는 그 사람에게 매우 중요한 것이다. 하지만 그와 더불어특정 취미는 사회에서 숨겨야 할 취미로 자리잡게 되었다.
 
 언제부터인지는모르겠지만 취미에도 계급이 생기기 시작했다. 먼저 자본주의적으로 봤을 때 돈이 많이 필요한 취미와 그렇지않은 취미로 나눠지겠다. 돈이 많이 필요한 취미, 예를 들어골프, 승마 등 대대로 귀족취미라고 알려진 것들은 웬만한 재력이 없이는 취미를 향유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취미를 한 번 즐기는 데만 해도 엄청난 돈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어쩌다 한 번 즐긴다고 그걸 취미로 부를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기에 재력이 없는 사람들은 이렇게돈이 많이 필요한 취미를 즐기지 못하였다. 그래서 자연스레 이런 취미들은 부의 상징이 되었고 재력의유무를 가르는 기준이 되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르주아계급과 프롤레타리아계급이 나뉘듯이 취미에도 그계급이 생겨버린 것이다. 당연하게도 하위계급의 취미를 향유하는 사람들은 상위계급의 취미를 향유하는 사람들에열등감을 가지기 마련이고 이는 개인의 취미의 은폐로 연결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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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그림은 그저 유머일 뿐입니다.
이게 꼭 그렇다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들은 근대에나 일어났을 법한 일이고 현대 사회에서는 이런 양식의 취미은폐는 보기 힘들어졌다. 돈을 많이 들이지 않고도 ‘귀족취미’를 즐길 수 있도록 사회가 발전하였기 때문이다. 물론 그 잔재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완화된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런데도 사람들 사이의 취미은폐는 사라지지 않았고 오히려 더 심해졌다. 다원주의를표방하는 현대사회에서 왜 이런 일이 계속 일어나는 것일까? 문제는 이 다원주의에 있다. 인간은 사실 다원주의에 적합한 동물이 아니다. 인간 또한 동물이기에여느 동물들과 같이 무리생활을 지향하며 그것을 유지하려고 한다. 동물의 세계에서는 무리에서 벗어나 독자적인길을 걸어가려는 개체가 나타난다면 그 개체는 반드시 도태되거나 배척당하기 마련이다. 인간의 경우에는그 개체가 도태되지는 않겠지만 배척당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물론 인간은 이것이 한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무리생활에서 벗어나려는 그 개체 또한 인정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려고 다원주의를제창한 것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이는 인간의 본능에 위배되는 것이다.무리생활에 참여하고 그 속에서 안정감을 찾으려는 이 인간의 본능은 문화적으로 주류문화라는 것을 형성하는데 가장 큰 요인이 된다. 사회마다 주류문화가 무엇인지는 각각 다 다르겠지만 주류문화가 있다는 사실자체는 다르지 않다. 현대사회에는 정보망과 교통의 발달로 많은 사회들이 주류문화를 공유하게 되는 사회가 되었다. 전세계적으로 커다란 하나의 문화가 형성된 것이다. 그런데 이 커다란무리생활에서도 벗어나고자 하는 개체들 또한 존재하는데 이들이 바로 하위문화를 만들어낸다. 여기서 주류문화를 향유하는 인간들은 본능적으로 하위문화의 인간들에게 거부감을 느끼게 된다. 서로 다른 집단에 속해있기도하지만 무리생활에서 벗어난 개체들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거부감은 인터넷익명화 시대에서는 다소 폭력적인형태로 나타난다. 익명성을 빌미로 나타나는 악성댓글과 혐오적 글 등이 그 예이다. 하위문화에 대한 공격성과 거부감은 주류문화에서도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게 되며 당연시된다. 폭력이 당연시되는 사회에서 자신이 그 폭력의 대상이라고 말하는 것은 굉장히 어리석은 짓이다. 그렇기에 하위문화를 향유하는 사람들은 점차 자신의 취미와 문화를 은폐하게 된다.
 
 사실 언급했다시피 취미은폐에 대한 문제는 인간의 본능 때문에 생겨나는 현상이니만큼 이런 문제가 완전히 사라진다는 것을 기대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무리생활을 해야 한다고 교육받는 사회에서 살아왔고 그 사회의 문화를 배우며 자란다. 그렇기에 자신에게 익숙한 무리생활에서 벗어나려는 사람들을 보면 거부감이 드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사회 또한 인간의 본능을 있는 그대로 표출하기 보다는 억압하면서 세워진 것이다. 인간이기에 본능을 참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거부감이 드는 것은어쩔 수 없지만 그것을 표출하는 것은 참을 수 있다. 모두가 자신의 본능을 참아내어 누구도 취미를 드러내는데거리낌이 없는 세상이 있다면 그 곳은 유토피아에 가깝지만 그것 또한 기대해 볼 수 있는 세상이다.


[권중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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