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김태형 Piano : 아름다운 선율 속으로

글 입력 2016.04.22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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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4_김태형_포스터.jpg
 


지난 4월 14일.
피아니스트 김태형씨의 독주회에 다녀왔다.

광화문의 밤거리와 어울리는 작고 아담하지만
세련된 분위기를 뽐내는 금호아트홀이
이번 공연의 장소였다.

내가 서울에서 제일 좋아하는 장소인 광화문,
가벼운 바람이 부는 좋은 밤공기와
소중한 친구
그리고
잔잔한 피아노 공연

이 밤을 추억하기에
아름다운 것들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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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레는 마음을 안고 공연장에 들어섰다.
살면서 두 번째로 관람하는 피아노 독주회.
이번에는 어떤 것을 느끼고 교감할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에 공연 시작 전부터 두근거렸다.

이 날은 많은 귀빈들이 함께한듯한 모양이었다.
양복을 말끔히 차려입으신 중년신사분들과
아시아나 항공 승무원들이 가득 자리를 메웠다.
그들이 자리를 메우니 이 공연이 한층 더
고품격이 된 것같은 느낌이었다.

공연 시작 직전이되었다.
자세를 바로잡고 박수로 그를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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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기대했던 첫 번째 곡이 흘러나왔다.

페루치오 부조니 10개의 오르간 코랄 전주곡 중,
KiV B27(J.S Bach, 피아노를 위한 편곡)
Ferrucio Busoni Ten Chorale Preludes for Organ,
KiV B27(transcription for piano after J.S. Bach)

눈뜨라고 부르는 소리 있어
Wachet auf, ruft uns die Stimme, BWV645

오르간으로 연주되었던 원곡을 들으며
깊은 감명을 받았었기에
이 곡이 특히나 더 기대되는 바였다.

맑은 날 참방이는 바다 물결처럼 그렇게
음표들은 내 귀로 흘러들어왔다.
음 하나하나를 그냥 이어지듯 물흐르듯
그렇게 치는 것 처럼 들리면서도
음정 하나하나를 놓치는 법이 없었다.
정확하고 부드러웠다.

오르간으로 연주되었던 원곡의 그 분위기와는
또 다른 아름다움으로 곡이 그려졌다.

뒤이어 이어졌던 나머지 코랄 전주곡 2곡은
첫 번째 곡과는 다르게 조금 우울하면서도
무겁고 웅장하게 펼쳐졌다.

종교적 색채가 짙은 느낌의 곡들이었지만,
이런 곡들만의 분위기가 참 고전적이고
고풍스러웠기에,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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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숨을 돌리고, 두 번째 파트인
슈만이 시작되었다.

로베르트 슈만 피아노 소나타 제2번 g단조, Op.22
Robert Schumann Piano Sonata No.2
in g minor, Op.22

So rasch wie möglich 
Andantino.
Scherzo. Sehr rasch und markiert
Rondo. Presto

1악장은 빠르게 진행되었다.
이전 세개의 곡들과는 다르게 현란한
음표의 질주가 시작되어서
'어라?'하는 생각과 함께
더욱더 집중을 하게된 부분이었다.

이 곡을 들으면서 느낀 생각은
'김태형은 정말 정확한 사람이다.'라는 것이다.
공연을 보러가기 전, 피아노를 전공하는 분이
이 분의 연주는 두 귀로 실제로 들어봐야
안다고 내게 말을 해준 적이 있다.

그때는 '달라봤자 얼마나 다르겠어'라는
생각과 함께 '그래도 조금은 기대되는걸?'이라는
두개의 생각이 머리에 동시에 자리잡고 있었다.
그러나 전자의 생각은 공연을 관람 하자마자
내 머릿속에서 삭제 되어 버렸다.

그의 연주는 마치 꿈속에서 듣는 것 같았다.
몽환적이고 환상적이지만
현실과 그리 멀진 않은.
뭐라 구체적으로 설명이 되지는 않지만
마냥 추상적이진 않은.

손가락이 어쩌면 저렇게 움직일까 싶으면서도
음정 하나하나를 짚고 넘어간다는 느낌이라
굉장히 값진 연주를 듣고 있는
특별한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왜 그가 이 곡을 프로그램에 넣었는지
피아노를 잘모르는 나도 알 것 같을 정도로
그는 이 곡을 마치 자신의 것인양
자유자재로 가지고 놀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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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악장의 마지막 부분을 듣고 소름이 끼쳤는데,
그 소름과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짧은 인터미션이 끝나버렸고,
리스트가 시작되었다.

프란츠 리스트 Franz Liszt 

‘순례의 해’ 제2년:
페트라르카의 소네트 104번, S.161/5 
Années de pèlerinage II:
Sonetto 104 del Petrarca, S.161/5

‘순례의 해’ 제2년: 단테를 읽고:
소나타풍 판타지 S.161/7
Années de pèlerinage II:
Aprés une Lecture du Dante:
Fantasia Quasi Sonata, S.161/7

2부는 내가 프리뷰에서도 언급했듯이,
순례의 해가 연주 되기에,
큰 기대를 안고 있던 부분이었다.

2부의 첫 곡인
오르간을 위한 프렐류드와 푸가 a단조는
그의 화려한 기교를 엿볼 수 있는
좋은 곡이었다.

음표의 전개가 굉장히 빠르면서도
정확하고 상당히 복잡하고 연개성 없게
이어지는데도 불구하고 그 음들을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정성들여
연주하는 그의 모습이 참 아름다워보였다.

그리고 드디어 시작된 순례의 해 2년.
프란츠 리스트가 이탈리아를 여행하며
떠오르는 영감을 바탕으로 작곡된 곡인만큼,
나도 이탈리아에 여행을 와있다고 생각하며
이 곡들을 듣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나만의 세계에 빠져
오로지 두 귀와 두 눈만 활짝 열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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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라르카의 소네트 104번.
공연을 보기전부터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던
곡이라서 수차례 듣곤 했었는데,
공연장에서 은은히 울려퍼지는 사운드로
들으니 정말 감미롭고 색달랐다.

거의 대부분의 곡이 사랑에 관해 노래하듯이
이 곡 또한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가요풍의 아다지오 템포에 실린 느낌이
아름답고 찬란한 사랑 뿐만 아니라
애절하고 절절한 사랑을 노래하는 것같이
들려서 연주를 듣는 내내 마음이 저릿했다.

연주를 듣는 내내 마치 한 편의 영화속에
들어와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계속해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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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소나타.
이 곡은 친구가 가장 좋다고 했던 곡이다.
공연을 보기위해 간략하게 알아갔던
이 곡의 배경에 대해서 친구에게
설명을 해주었는데, 친구는 나의 설명을
진중하게 듣더니, 공연이 끝나고 나오면서
마지막 곡이 가장 좋았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가장 감정기복이 심했던 곡이기도 하고
기교가 잘 드러나는 곡이기도 하고
피날레와 잘 어울리기도 했으며
이 밤의 무대와 가장 잘 어울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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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은 수차례 앵콜을 거친 후에야 끝이났다.
공연장을 나가는 모든 사람들의 얼굴에는
만족과 행복의 미소가 걸려있었다.

피아니스트 김태형은 마치 한 명의
무용수 같았다.

그는 피아노에 자신의 감정을 오롯이 실었다.
가끔은 허공을 응시하고, 가끔은 눈을 감고,
가끔은 고개를 푹 숙였다가 다시 세차게
들어 올리며 머리카락을 휘날렸다.
단순히 피아노를 연주한다는 것 그 이상의
행위를 하고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처음으로 피아노 공연은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닌,
보고 듣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의 연주에 너무나도 행복했다.








김수미.jpg
 

[김수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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