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연극 - 비오는 하룻밤의 기록과 형제,들.

글 입력 2016.04.20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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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0일 일요일, 주말을 맞아 젊음의 거리 대학로를 찾았습니다. 지난주 까지만 해도 제법 쌀쌀하게 불던 바람이 이제 완전히 따스해 진 덕분인지 혜화의 마로니에 공원가 대학로 거리 곳곳은 사람들로 북적였습니다. 대학로 연극들도 따뜻한 날씨에 밖으로 나온 관객들로, 북적거릴 것 같은데요. 여러 가지 훌륭한 대학로 인기 연극들 가운데서, 오늘 제가 선택한 공연은 세우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연극<형제의 밤>이었습니다. 

연극 <형제의 밤>은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요? 극에 등장하는 인물은 단 두 명, 연소와 수동입니다. 두 사람은 재혼가정의 형제인데, 고등학교 때 만나 이제 서른 살을 넘긴 두 형제의 관계는 좁혀지지 못하고 나빠지기만 합니다. 그러다가 한 날 한 시에 돌아가신 부모님이 사고로 돌아가시게 되고 부모님의 죽음은 결국 두 사람에게 감정폭발의 기폭제가 됩니다. 두 형제는 하룻밤 동안 유치한 말장난과 몸 싸움으로 유산을 두고 다투다가 결국, 서로에게 독설을 내뱉고 주먹질까지 하게 되는데요. 그러면서 밝혀지는 각자가 숨기고 있던 형제의 비밀들과, 대답 없는 부모님의 숨겨져 있던 진실로 인해 상황은 점점 더 복잡해집니다. 그리고 두 형제는 마침내, 함께 진실을 찾아보기로 결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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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따뜻한 양아치 ‘연소’역에는 ‘응답하라’시리즈에서 인물들 사이의 중요한 연결고리로 주목을 받은 ‘마이콜’역의 김중기 배우와 영화와 연극, 방송 등을 오가며 폭 넓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이상홍 배우, 영화‘프랑스 영화처럼’에 출연했던 정성일 배우, 뮤지컬‘담배가게 아가씨’에서 순수한 재벌3세 역할로 사랑을 받은 이원철 배우가 출연합니다. 
찌질하고 소심한 라디오PD지망생 ‘수동’역에는 연극‘연애의 목적’에서 차분하고 담백한 연기를 보여준 유 용 배우, 삼연에 걸쳐 ‘형제의 밤’에서 애틋하고 애절한 연기를 보여준 권오율 배우와 연극‘옥탑방 고양이’에서 다양하고 섬세한 연기를 보여준 권요한 배우 그리고 연극‘액션스타 이성용’에서 귀여운 매력으로 주목받은 이종현이 열연하고 있습니다.

사전에 캐스팅 달력에서 알아보았을 때 오늘 공연은 이종현-이상홍 배우의 캐스팅이었는데, 캐스팅이 변경된 것인지 권요한-김중기 페어로 보게 되었습니다! 이 중 특히 김중기 배우는 "응답하라" 시리즈의 광팬인 제가 정말 정말 만나고 싶었던 배우였는데요. 그래서 더더욱 반가웠던 얼굴이었던 것 같습니다. 김중기 배우는 이번 연극<형제의 밤>에서 동생인 연소 역할을 맡았습니다. 극 중 연소는 드라마"응답하라1988"과 "응답하라 1994"에서 보여주었던 장난스럽고 가벼운 마이콜과는 다소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하나 뿐인 핏줄인 아버지를 교통사고로 잃고, 그에 대한 죄책감을 가지고 살아가는 아픈 사연을 가진 인물입니다. 겉으로는 무뚝뚝하고, 때때로는 불같이 화를 내기도 하는 인물이지만 형에게 고집스럽게 용돈을 쥐어주고 우산을 챙겨주기도 하는는 등 소위'츤데레'같은 면모를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때로는, 김중기 배우 특유의 재미있고 능청스러운 표정 연기와 가끔씩 터뜨리는 애드립, 농담으로 관객들을 웃게 만들기도 하였습니다. 

이에 비해, 권요한 배우가 연기했던 수동은 마음 속에 가진 아픔이 많은 인물처럼 보였습니다. 몇 년째 계속되는 끝이 안보이는 고시생활, 그리고 사랑하는 어머니에 대한 죽음, 이제 혼자 남겨졌고 갈 곳이 없다는 느낌에 젖어서 어두운 느낌을 갖고 있었죠. 하지만 동생과 싸울 때는 영락없이 어린 아이 같고 유치한 형제의 모습을 보여주었는데요. 형제가 티격태격 싸우는 장면마다, 저는 특히 이 '수동'의 대사나 행동이 너무 저와 오빠와 닮아서 공감이 되어, 정말 많이 웃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때때로, 수동과 연소의 말 싸움 장면을 보면 수동이 동생 연소에게 너무 상처주는 말을 함부로 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불편하기도 했습니다. 진짜 이야기도 아니고 연극의 한 장면이었는데도, 그 말을 들은 연소가 마음이 다쳤을까봐 걱정되었습니다. (그만큼 극에 집중하게 하는 힘이 두 배우에게 있었다는 말이겠죠?) 그러나 수동 또한, 밤새도록 동생 연소와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면서 마음을 열게 됩니다. 전화를 걸어달라는 부탁에 싫은 척 하지만 끝내는 부탁을 들어주고, 모른 척 했던 동생의 결혼소식을 기억하고 있다가 걱정해주기도 하고, 우울한 동생을 위해서 빗물로나마 못마시는 술을 함께 마셔주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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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배우의 열연은 관객들을 웃기고, 울리고 90분 동안 무대를 가득 채웠습니다. 극 중간 중간에 섞여있는 유머러스한 요소와 대사로 배꼽 빠지게 웃기도 하고, 두 사람 각자가 가진 그리고 이 가족이 가진 여러가지 슬픈 사연들을 듣다가 마음이 짠해져 눈물이 나기도 했습니다.그러나 가장 좋았던 점은 형제가 부모님의 진실을 밝혀내는 과정이 스릴 넘치고 흥미진진했다는 점입니다. 살인 사건이나 미스테리 추리물처럼 손에 땀을 쥐게 하지는 않았지만, 여러가지 단서들을 조합해서 부모님의 숨겨진 메세지를 알아내는 과정에서 관객들도 함께 추리를 해보며, 연소 수동 형제와 함께 고민했습니다. 저도 여러가지 결말을 예상해보았었는데 제 생각이 맞았다고 밝혀졌을 때 정말 신나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고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어느새 스토리의 비밀이 밝혀지고 결론에 도착해있었습니다. 화려한 무대 영상도, 회전하는 거대한 무대 장치도 없고 단 두명의 배우만이 목소리로 이끌어가는 극이었지만 그 연기력과 스토리 덕분에, 다른 어느 작품 못지 않게 몰입도와 완성도가 높은 공연이었습니다. 

과연 어떤 비밀이었으며, 부모님이 형제에게 마지막까지 전하고 싶었던 메세지는 무엇이었을까요? 형제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게 될까요? 이번에 대학로에 가신다면 연극<형제의 밤>을 꼭 한 번 관람하시길 추천합니다. 90분의 러닝타임 동안 단 한순간도 지루할 틈 없이 엄청난 흡입력으로 관객들을 몰입 시키고,‘휴먼코미디 2인극’이라는 타이틀 그대로 두 배우의 연기로 공연 내내 함께 웃고, 함께 눈물을 흘릴 수 있는 공연입니다. 한 가족의 이야기를 함께 풀어나가면서 가족의 애정, 형제간의 우애 그리고 부모님의 사랑을 한없이 느끼게 되는 기회가 되는 연극이었습니다. 


[안시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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