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 김광석을보다展; 만나다 듣다 그리다 >에 다녀와서 [시각예술]

글 입력 2016.04.11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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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날 노래를 찾아 듣는 습관이 있다. 그 중엔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발표된 곡들도 있다. 그렇다고 특별히 가리는 장르가 있다거나 최신 가요들을 탐탁지 않아 하는 것은 아니다. 음원 차트를 휩쓸고 있는 요즘 노래들도 분명 현대적인 악기의 감성과 세련된 멜로디 그리고 청춘들이 공감하기 좋은 톡톡 튀는 가사의 매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보통 나를 울리는 노래는 창법도, 가사도 투박하고 멜로디의 기승전결도 뻔한 소위말해 올드한 감성의 노래들이다. 다듬어지지 않아서 오히려 감동적으로 다가온다고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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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중에 반가운 전시 소식을 듣게 되었다. <김광석을보다展; 만나다‧듣다‧그리다>.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지하 1층에서 열리고 있다. 90년대 청춘들을 위로했던 영원한 가객, 故김광석. ‘어느 60대의 노부부 이야기’, ‘이등병의 편지’, ‘서른 즈음에’,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등등 명곡들이 많아 수많은 가수들이 지금까지도 계속 리메이크를 하며 그를 추억하기 때문인지 내겐 마치 살아있는 사람처럼 여겨지는 가수. 국내 최초 뮤지션 전시회다 보니 비교해 볼만한 이렇다 할 전시가 없었지만 아무런 기준도 없이 찾아가서 보아도 좋았다. 그를 알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전시 구성은 이렇다. 


section 1 젊은 날의 꿈이여 
: 김광석의 학창시절과 함께
‘노래를 찾는 사람들’, ‘동물원’에 소속되어 있을 때의 일화들이 소개된다. 

section 2 나의 노래
: 홀로서기를 한 후의 김광석 앨범 3장에 관한 소개와 
관련 유품과 사진 자료들이 있다. 그의 음악 세계를 접할 수 있다.

section 3 나른한 오후
: 신분증이나 카드, 메모지와 볼펜 등의 
김광석의 일상생활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유품들이 전시 되어 있다.

section 4 서른 즈음에
: 한국 100대 명반에 선정된 3장의 음반 김광석 다시 부르기 1, 2, 4집에 관한 
숨겨진 이야기와 자료들을 볼 수 있는 곳이다.

section 5 1000회 공연 신화를 쓰다
: 공연 사진과 포스터, 티켓 등 그 시대의 문화 분위기를 실감할 수 있는 자료들이 있다.

section 6 부치지 않은 편지
: 그가 5집을 생각하면서 메모했던 메모장들과 사후 발표 곡에 관한 설명이 이어진다. 

section 7 그대가 기억하는 내 모습
: 그에 대한 헌정작들의 공간. 예술가들과 동료, 팬들이 채웠다. 

section 8 고리카페
: 형 김광복의 ‘고리’ 카페에서 그가 노래했던 것을 재현한 곳으로 
관람자가 그의 음악을 편하게 감상할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미공개 사진들과 앨범 및 포스터, 자필 메모와 자필 악보, 펜과 기타와 같은 그의 소품 등 구성이 알찼다. 정말 그를 만난 기분이었다. 만약 전시물들을 만질 수 있었다면 전시 제목에 ‘악수하다’가 추가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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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빡빡머리 소년시절 학생증부터 특유의 시원하고 정감 가는 표정으로 가득한 일상의 모습, 딸아이와 행복한 한 때를 보내는 사진이라던가 함께 노래했던 동료와 지인들과 웃으며 찍은 사진들이 계속해서 진열되어 있어서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실제로 전시 내내 그의 노래와 육성이 들리기 때문에 더 그렇게 느낄 수 있던 것 같다. 무대에서 노래 부르거나 조곤조곤 자신의 곡을 설명하는 장면이 영상으로도 틀어진다. 말투를 상상하면서 직접 쓴 메모들이나 노래 가사들을 눈으로 귀로 따라가다 보면 어떤 지점에선 문득 울컥하고 감정이 솟구치기도 한다. 삶과 노래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고스란히 전해지기 때문인 것 같다. 


  故김광석의 노래는 그가 세상을 떠난 지 20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울린다. 그 시대 청춘이었던 이들만이 아니라 오늘날의 청춘들도 그를 기억하고 있다. 그의 가사 내용은 너무나도 순수하여 솔직하게 느껴지지만 그 솔직함을 아름답게 승화시키는 뜨거운 사유가 있었기에 듣는 이로 하여금 홀로 이 생의 아픔을 겪는 것이 아니라는 위안을 안길 수 있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시를 종종 쓰는 사람으로서 ‘시적이다’라는 말을 함부로 사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김광석의 노래를 접하면 시인을 접한 느낌에 사로잡힌다. 투박하지만 먹먹한 한줄 한줄로 가슴에 다가오는 시를 쓰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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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뜻하고 훈훈한 전시였다. 그러나 어쩐지 나는 달궈진 칼날에 베인 기분이었다. 이토록 자기 세계를 치열하고 성실하게, 사랑 가득한 마음으로 살 수 있다니. 청춘인 나보다 더 청춘 같은 한 사람의 체온을 느끼고 왔다고 해야 할까. 90대에 추억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정말 흠뻑 빠질 수 있는 전시회일 것이다. 



기간: 2016.04.01.(금)~ 2016.06.26.(일)
장소: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갤러리
가격: 성인 12000원 중/고등학생 10000원 유아/초등학생 8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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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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