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과 귀는 물론 함께 성장하는 사랑이 멋스러운 영화 [캐롤]

글 입력 2016.02.23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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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롤포스터.jpeg
 

*감상에 담긴 스포를 주의하세요!

영화 [캐롤]을 보고 짧게 든 생각은 두 가지였습니다.
우선 드는 생각은 [캐롤]은 시각적으로나 청각적으로나 감각적으로 아름다운 영화라는 것이었습니다.
사진으로 치면 필터처럼 의상에 담긴 색깔도, 배경의 느낌도 따뜻하면서도 쓸쓸했습니다. 이런 느낌이 개인적으로는 영화의 원작 소설과도 관련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이유는 소설의 배경이 1950년대이기 때문입니다.


사진2.jpg
 

해리포터로 치면 '이름을 부를 수 없는 그 사람' 볼드모트 같은 존재가 우리의 현실에도 있다고 보는데 그게 1,2차 세계대전입니다. 우리는 이제는 편하게 말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그 잔인한 기억의 조각들은 여전히 많은 나라의 역사에, 그리고 사람들의 마음에서 편하게 꺼낼 수 없는 그런 잊고 싶은 기억, 돌이킬 수 없는 기억이라고 생각합니다. 

캐롤과 테레즈의 어느 날 갑자기 이뤄진 그 만남은 그런 지옥같던 세계대전이 끝난 1950년대 가장 기분좋은 휴일 중 하나인 크리스마스입니다. 그나마 이제 모두들 행복하고 안정된 생활에 적응하는 듯하지만 여전히 전쟁의 잔향으로 곧 레드콤플렉스라고 불릴만큼 공산주의라는 이념에 대해서도 민감했고 아니라 동성애와 관련된 사회 여러 이슈에서도 사회 전체가 부정적인 상태였습니다. 캐롤과 테레즈 개인만 보더라도 서로의 감정에 솔직해져서 표현하는 것 자체가 이미 사회의 엄청난 반대를 무릅쓰는 결정이었을테고 전쟁에서 겨우 벗어난 1950년대라는 시대만적인 배경만으로도 영화 내내 행복하고 싶은 것처럼 애써 노력하는 행복함, 어느 한 구석은 칙칙하고 톤다운된 느낌을 받았습니다.




  시각적인 면보다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점은 음악입니다.

개인적인 취향에 가깝기도 하지만 영화 속에는 많은 재즈 탱고 블루스 같은 장르의 곡들이 연이어 나옵니다. 잔잔하면서도 나지막한 가사들과 멜로디를 듣다보면 박진감이나 긴장감을 주는 영화에 지쳐있던 사람에게 쉬어가면서 캐롤과 테레즈의 감정과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와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캐롤]의 OST로 주목받았던 뿐만 아니라 테레즈의 매력포인트이자 캐롤의 크리스마스 선물이 되었던 Billie Holiday의 같은 곡들을 듣다보면 영화 캐롤의 내용이 조금 느리고 평범하게 느껴지더라도 음악소리에 귀기울이는 걸로도 충분히 애정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번째로 [캐롤]을 보고 든 생각은 이것입니다.


"내가 좋아하거나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역시 같은 마음으로 좋아하고 사랑해주는 것이 얼마나 놀랍고 기적같은 일인가!

그리고 대답하지 않는 것, 결정하지 않는 것도 곧 결정이구나"

비단 영화가 캐롤과 테레즈라는 두 여자의 사랑을 다룬 영화여서가 아니라 

두 주인공을 둘러싼 여러 인물들간의 인간관계를 보면서 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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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롤을 사랑하는 남자는 남편 하지입니다. 

남편 하지는 혼자서 외롭고 힘들게 자신의 방법으로 캐롤을 사랑합니다 안타까움의 측면에서는 영화 속에서 그를 따라올 사람이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 애비가 말했듯이 하지는 물론 캐롤에게 좋은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자신의 가족과 고객 모든 것을 자신 위주로만 생각하다보니 캐롤은 더 외롭고 쓸쓸했을 겁니다. 캐롤이 처음부터 그를 전혀 사랑하지 않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결국 중요한 건 캐롤의 마음이 완전히 떠났다는 점입니다. 하지가 애비를 찾아와 캐롤을 사랑한다고 열렬히 말해도 애비가 "I can't help you with that." 이렇게 대답한 것이 곧 정답이 아닌가 합니다. 사랑하는 마음으로만으론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그 사람의 마음이 내 마음과 같지 않은 것을 누구의 잘못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결국 모든 일은 당사자들만이 아는 것이니 우리는 확실히 이렇다 저렇다 판단을 내릴 수는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제3자인 우리가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은 그는 매우 불행한 사람이라는 점입니다.
자신이 사랑하는 캐롤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아서 그는 불행하고 또 캐롤이 여자를 좋아한 적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그의 연적은 세상의 반인 남자가 아니라 여자와 남자, 온세상 모든 사람들로 확장되었기 떄문에 그는 더욱 더 불안하고 불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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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가 견제했던 캐롤의 '그녀'는 대표적으로 애비와 테레즈였습니다. 

하지만 영화에서도 애비가 테레즈에게 못박았듯이 캐롤과 이 둘의 관계는 분명히 다릅니다. 

애비의 경우 캐롤과 오랜 친구였고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되었지만 곧 사그러들었고 다시 친구로 돌아온 은은한 관계입니다. 흔히 헤어지면 남보다도 못한 관계가 되곤 하지만 둘은 다행스럽게도 예전 애인이라는 느낌보다 이제 하지나 답답한 시댁식구들 같이 캐롤을 괴롭게 하는 일상의 고통을 나누는 동반자이자 정말로 소중한 벗일 뿐입니다. 애비와 캐롤을 보면 사랑하는 사이라기보다는 든든한 지원군 같은 느낌이 납니다.


  반면 테레즈의 경우에는 캐롤이 처음부터 사랑하는 사이로 호감을 갖고 시작했고 테레즈도 처음이긴 하지만 마찬가지였습니다. 캐롤이 언제부터 테레즈에게 호감을 갖게 되었는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처음 만나서 우연히 눈이 마주친 그 순간? 대화를 하고서 장갑은 놓고 간 그 순간? 답은 알 수 없지만 분명 장갑을 돌려주고 난 후 테레즈를 만났을 때 누구나 그때쯤은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테레즈를 보면서 너무나 신기하다, flung out of space.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 같다고 이야기하면서 반했다고 눈빛으로도 마구마구 표현하고 있으니까요. 한편 연애에서는 늘 말을 돌리고 거절을 일삼고 점심메뉴에서도 결정장애를 겪는다던 테레즈는 이상하게도 캐롤에게는 고민도 없이 마음이 가는대로 적극적으로 캐롤의 제안을 받아들이기 시작합니다. 이 둘의 관계 역시 시작은 애비처럼 어느 날 갑자기였지만 어떻게 보아도 그냥 애비처럼 친구나 동반자로는 만족할 수 없는 연인관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무엇이 사랑인지 무엇이 좋아하는 것인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고 생각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진정한 사랑을 말해보자면

서로를 믿고 함께 성장할 수 있게 하는 사랑, 

진짜 자기 자신을 찾을 수 있는 사랑, 

늘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려고 노력하는 사랑입니다.


캐롤-tile.jpg
 

그런 점에서 캐롤과 테레즈는 진정한 사랑과 가깝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캐롤은 테레즈를 통해서 진짜 자기 자신을 찾았으니까요.

캐롤은 늘 그녀가 보여준 당차고 멋진 모습과 달리 한 편으로는 아둥바둥 세상의 시선과 사회와 제도 속에서 자신을 맞춰려 애쓰기도 하고 그 틀에서 애써왔던 인물이었습니다. 자신의 사랑스러운 아이 린디를 지키기 위해서 자신의 정체성은 숨기고 하지와 이혼하는 정도로 '타협하려고 고민했던 과거에 비해 테레즈를 만난 후엔 자신의 정체성도 테레즈와의 사랑도 더 이상 피하려 하지 않고 테레즈에게 진심을 다해 표현하려고 노력하게 됩니다. 


테레즈 역시 캐롤을 통해 자기 자신에 당당해지고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테레즈가 분명 캐롤보다 어리고 어리숙한 면이 많았고 어쩌면 남자친구인 리처드라면 아마 테레즈를 욕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남친이 여행가자고 노래를 부를 때는 그렇게 빼더니 캐롤이 여행가자고 하니 거두절미하고 짐을 싸는 그녀를 야속해서 원망스러워서 이해할 수 있을까요. 그래도 테레즈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그녀라 한창 캐롤 때문에 흔들리고 있을 때 그녀가 의미심장하게 동성애에 대한 질문을 했을 때 리처드는 이미 테레즈를 놓친 건 아닐까요.

 

그냥 평범한 남자와 남자 여자와 여자가 어느날 갑자기 서로를 좋아하게 된 경우를 볼 수 있냐면서 용기내서 한 질문에그런 건 환경이든 뭐든 이유가 있고 그런 '부류'의 사람이 있다면서 문을 닫아버린 거니까요.

게다가 테레즈가 너무나 꿈꾸는 사진을 이해해주지 않은 리처드에 비해 캐롤은 그녀의 꿈을 도울 수 있게 카메라도 주고 그녀의 아킬레스건이었던 인물사진을 좀 더 이해하는 데 모델이 되어주기도 했으니까 리처드의 잘못이라고만 할 수는 없지만 그냥, 리처드와 테레즈는 연인이었지만 깊은 연인이 될 수 없었겠구나 서로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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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를 더 좋은 사람이 되게 만들고 자기 자신으로서의 당당함과 아름다움을 찾게해준 그 캐롤과 테레즈 둘의 사이가 보기 좋으면서도 부럽습니다. 저는 한번이라도 누군가에게 그런 살마이 된 적이 있을지, 혹은 미래에 그런 사람이될 수 있을지 약간의 호기심도 남네요. 개인적으로는 영화 [캐롤]의 시작과 끝 수미상관을 완성시켜주는
이 장면의 눈빛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장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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