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랑' 그 자연스러운 감정에 대하여 - 영화 < 캐롤 > [시각예술]

오직 그 사람만 보이는 순간이 있다
글 입력 2016.02.14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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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그 자연스러운 감정에 대하여
- 영화 <캐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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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포일러가 싫으신 분들은 영화를 보고 난 후에 기사를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본격적으로 영화에 대해 언급하기 이전에, 영화에서 다루고 있는 동성애(혹은 양성애)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는 것에서부터 시작해보려 한다.



동성애와 양성애

동성애(homosexuality, 同性愛)


동성애적 성 정체성이란 동성을 향해 지속적으로 성적, 정서적 이끌림을 갖는 것이다.

"동성애", 성적소수자사전
http://kscrc.org/bbs/zboard.php?id=press_dictionary
 2016년 02월 14일
Copyright (C)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2002-2004


동성애는 19세기 전에는 범죄로 규정됐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작가이자 시인 그리고 극작가이기까지 했던 오스카 와일드가 15세 소년 액프레드 더글라스와 교제한 죄몫으로 2년의 복역을 선고받은 것이다.
 
19세기부터는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Freud)의 이론이 널리 받아들여지면서, 동성애를 정신질환의 증세로 보기 시작했다. 프로이트는 성적성숙장애(sexual maturation disorder)이라는 병명을 붙여 미성숙한 성 발달 상태로 간주하였다. 이로 인해 동성애는 치료될 수 있고 치료되어야 하는 질병으로 간주되었고, 동성애자들은 호르몬요법, 전기충격치료, 뇌수술 등의 잔인한 방식으로 치료를 강요받아야 했으며 정신분석 분야의 연구대상이 되어야만 했다.
 
오랜 시간 동안 동성애를 둘러싼 수많은 논의가 이루어졌고, 동성애의 원인에 관한 연구도 수차례 진행되었다. 유전설, 호르몬설, 뇌구조설 등의 생물학적인 원인에 의해 형성되었다는 선천적 운명론부터 프로이트의 이론을 중심으로 한 후천적 선택론까지 다양한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 하지만 현재까지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지는 않았다.
 
2014년 세계보건기구(WHO) 자문위원회에서 지난 수십 년간 발표된 심리학 및 역학 연구결과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성적 지향을 기준으로 하여 질병을 분류하는 것은 과학적∙임상적∙공중보건적 관점에서 정당화될 수 없다.”, “그 같은 질병분류 방식은 과학적 근거나 임상적 유용성이 부족할 뿐 아니라, 인권보호 원칙에도 위배된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또한, 동성애 관련 심리학적 질환의 질병명들을 국제질병분류서에서 삭제하라고 권고했다.
 
프랑스, 네덜란드, 스페인, 미국을 비롯해 여러 국가에서 동성결혼을 합법화했고, 동성애에 대한 차별을 없애기 위한 다양한 운동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 동성애에 대한 차가운 시선과 폭력적인 발언은 문제가 되고 있다.
 
      
 
양성애(bisexuality, 兩性愛)


정신적, 육체적 끌림을 이성과 동성 모두에게 느끼는 사람.


양성애적 성 정체성을 가졌다고 표현할 수 있다. 동성애자는 동성에게만, 이성애자는 이성에게만 성적 매력을 느낄 수 있다면 양성애자는 동성, 이성 구별하지 않고 성적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을 말한다. 이런 점 때문에 양성애자는 이성과 동성에게 늘 양다리를 걸치는 바람둥이 정도로 인식하기도 하고, 이쪽을 좋아했다가 저쪽을 좋아했다가 하며 양쪽을 맘대로 넘나드는 박쥐같다는 오해를 받기도 하는데, 이것이 양성애자의 참 모습은 아니며, 양성 모두에게 성적 매력을 느낄 수 있다는 것과 양성 모두를 동시에 사귄다는 것은 다른 일이다.

지금 대부분의 사회에서 양성애자라고 커밍아웃 하는 일은 드물기 때문에 동성애자, 트랜스젠더와 같이 성적 소수자로 같이 묶이지만, 양성애적 성 정체성이 숫적인 면에서 정말 소수인가 하는 부분은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하겠다.
1948년에 미국 성의학자 킨제이(Alfred C. Kinsey) 박사가 미국 남성 5,300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동성과 섹스를 해서 오르가슴을 경험했거나 그런 충동을 느꼈다고 대답한 사람이 50%였고, 오로지 남성에게만 느꼈다는 사람은 10%를 차지했다. 물론, 이 연구는 오로지 성행위만을 중심으로 한 것이므로, 사랑의 감정과는 달라 그것을 '양성애자'의 수라고 볼 수는 없지만, 사람에게 양성애가 매우 드문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을 시사해준다.


"양성애", 성적소수자사전
http://kscrc.org/bbs/zboard.php?id=press_dictionary
2016년 02월 14일
Copyright (C)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2002-2004
 


이제 본격적으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보겠다.


영화 <캐롤>

영화의 표현상 특징
영화 ‘캐롤’은 동성애자인 퍼트리샤 하이스미스가 1952년 클레어 모건이라는 가명으로 출간한 소설 <소금의 값>을 바탕으로 재구성 하였다. 50년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을 원작으로 삼아서인지, 영화에서는 50년대의 분위기를 한껏 살려 표현했다. 촬영 장소는 오하이오 주 신시내티로, 50년대의 오래된 간판이 곳곳에 걸려있는 등 역사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어 시대적 분위기를 표현하기에 아주 적합했다. 그리고 Super 16 카메라로 촬영해, 필름의 질감을 살려 클래식한 느낌을 냈다. 또한, 의상, 메이크업, 인테리어 등에서도 복고풍의 분위기가 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신경 썼다.
 
영화는 두 여성의 사랑을 따뜻하고 애틋하면서도 차분한 분위기로 표현하기 위해 전체적으로 따뜻한 색감을 사용하고 시원한 색들을 더해 균형점을 유지했다.


 
영화 속으로...


▶ 자연스러운 이끌림, '사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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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를 주소재로 하고 있지만, 필자가 느끼기에 영화 속에서 동성애가 크게 돋보이거나 두드러지게 드러나지 않는다. 물론 동성애를 둘러싼 여러 충돌이 일어나긴 한다. 그러나 영화는 갈등을 지나치게 극대화하여 갈등의 중심 속에 있는 동성애를 부각시키기 보다는 두 여성 사이의 애틋하고 아름다운 사랑을 그리는 데에 집중한다. 영화의 초점은 동성애가 특이하고 이상한 것이 아니라, ‘사랑’이라는 자연스러운 감정이 단지 같은 여자로부터 느껴진다는 것, 그것뿐이라는 것에 있다. 즉, 동성애는 '사랑'의 한 종류일 뿐이라는 점을 이야기한다.
 
영화의 두 주인공 캐롤과 테레즈라는 두 여성은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다. 두사람이 만나기 전, 캐롤은 남편 하지와 이혼 소송 중인 상태였고, 테레즈는 리처드라는 남자친구를 사귀고 있는 중이었다. 하지와 리처드는 자기중심적인 성격이 강했고, 상대에 대한 배려심이 적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두 사람은 대화를 하고 소통을 할 수 있는 상대가 필요했고, 드디어 찾아낸 운명적인 상대에게 점점 빠져들어 갔다.

캐롤과 테레즈의 성적 지향성과 관련해서 두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물론 양쪽 해석 안에서 선별적으로 골라서 해석할 수도 있겠다. 예를 들어 캐롤은 전자의 해석을, 테레즈는 후자의 해석을 따르는 식으로 말이다.) 하나는 캐롤과 테레즈가 동성애자이기 때문에 하지와 리처드를 사랑할 수 없다는 것이다. 캐롤은 자신의 성적 지향성을 알지 못한 채 결혼을 한 것일 수 있다. 혹은 사회적 시선 때문에 결혼을 선택했을 수 있다. 그리고 테레즈는 리처드가 지속적으로 구애하고 그녀를 위해서 좋은 직장을 구하는 등의 피나는 노력을 하자, 그의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여자친구가 되기로 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캐롤과 테레즈 모두 동성애자이기에 계속해서 하지의 부인과 리처드의 여자친구로 남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같은 성별을 가진 사람 중 자신의 마음이 이끌린 지점이 캐롤에겐 테레즈였고 테레즈에겐 캐롤이었던 것이다.

또다른 해석은 캐롤이 이성애자에서 동성애자로 변했고, 테레즈는 양성애자라는 것이다. 애비에 의하면 캐롤은 그녀와 한 침대에서 잔 이후에 '변화'가 찾아왔다고 한다. 이 대사를 보면 캐롤은 그녀를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이성애자였으나 동성애자로 바뀌었다고 볼 수가 있다. 테레즈에게는 캐롤과 같이 과거에 그녀의 성적 지향성과 관련한 특정 사건이 없었다. (과거에 있었을 수도 있지만 일단 영화에서는 언급되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의 성적 지향성에 대해서 추측할 수 있는 건 '영화상의 현재' 대사를 통해서이다. 영화에서 테레즈는 리처드가 아닌 캐롤을 사랑한 이유로 '대화가 잘 통한다'는 점을 꼽았다. 남성이고 여성이고를 떠나서 사람의 특성에 이끌렸다는 느낌을 준다. 캐롤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다른 남성에게 끌렸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열려 있다. 그래서 테레즈를 양성애자라고 볼 수도 있다. 
 
그들의 성적 지향성이 무엇이든 간에 이건 중요한 사항이 아니고, 두 사람이 서로에게 자연스럽게 이끌리고 있고,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는 중이란 것이 포인트이다.
 
캐롤과 테레즈는 다른 점을 많이 갖고 있다. 우선 두 사람은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편이다. 영화에서 정확한 나이는 나오지 않지만, 캐롤은 중년으로 그려지며 테레즈는 파릇파릇한 젊은이로 그려진다. 그리고 옷차림과 사는 곳에서 알 수 있듯이, 테레즈는 경제적으로 그닥 부유하지도 않고 사회적 지위도 높지 않은 데에 비해, 캐롤은 늘 우아한 옷차림에 화려한 집에서 넉넉하고 풍족한 삶을 산다. 이렇듯 나이차이도 나고, 사는 환경도 다른 두 사람이 서로에게 빠졌다는 건 둘 사이에 외적인 것으로는 설명이 불가한 어떤 이끌림이 있는 운명적인 사랑이라는 뜻이 아닐까.
 
두 사람의 사랑은 잔잔하면서 부드럽게 그려졌다. 사진기자가 꿈인 테레즈는 캐롤의 아름다운 모습을 한장 한장 사진기에 담아냈고, 캐롤은 테레즈를 위해 캐논(사진기) 신상품을 선물해준다. 그리고 급기야 두 사람은 함께 미국 서부로 여행을 떠났고,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시간을 가진다. 테레즈의 머릿속에서 남자친구 리처드가 사라질 만큼 말이다. 어느 날 밤, 두 사람은 키스에 이어 자연스레 서로의 몸이 이끌려 침대로 향한다. 테레즈의 알몸을 보고 캐롤은 감탄하며 ‘이렇게나 아름다운 것을 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테레즈와 캐롤의 몸이 하나가 되어 사랑을 나누는 장면은 굉장히 섬세하고 정교하게 그려졌고, 이 장면은 마치 미술관에서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것처럼 차분히 집중하게 만든다.


▶ 사랑의 위기 ◀
- 캐롤과 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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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도 마찬가지지만 50년대에는 더욱이 동성을 사랑하는 일이 만만치가 않았다. 앞서 언급했듯이 캐롤은 하지라는 남성과 이혼 소송중인 상태이다. 그런데 하지는 아직 캐롤을 너무나도 사랑하기에 그녀의 마음을 돌려보려 했다. 하지만 이미 테레즈를 마음에 품은 캐롤은 그를 매몰차게 대했고, 분노에 휩싸인 하지는 캐롤과 테레즈의 잠자리를 녹화한 영상을 입수해 '윤리'적인 문제를 근거로 양육권을 독차지하려 한다. 영화의 원작이 50년대를 배경으로 한 지라, 동성애에 대해 윤리적 문제제기가 가능했던 모양이다. 게다가 캐롤은 정신과 치료를 받기까지 한다. 치료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법적으로 공동 양육권을 얻을 승산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이와 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사회적으로 큰 비난을 받을 텐데, 영화 속에서는 동성애자들에게 일상적인 일인 듯이 흘러간다.
 
양육권에 관해 담판을 짓는 자리에서 캐롤은 놀랍게도 테레즈와 함께 여행을 떠난 건 자신이 원해서 한 일이고, 이를 부정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리고 양육권은 하지에게 넘기겠지만 정기적으로 딸을 만날 수 있게 해달라고 했다. 딸아이와 매일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자신의 감정을 속여가면서 사는 삶은 진실하지 못하고, 그런 거짓된 삶을 딸아이에게 보여줄 수는 없다 여긴 것이다. 매일같이 딸의 곁에 있을 수는 없지만, 곁에 있는 동안만큼은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엄마인 그녀에게 배 아파 낳은 자식을 볼 권리가 충분히 있고, 이 당연한 것을 두고 법정으로까지 가는 추한 꼴을 보일 이유도 전혀 없다.


“우리는 추한 사람들이 아니잖아요.”

 

- 테레즈와 리처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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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레즈에게 청혼한 남자친구 리처드도 그녀에게 크게 실망한다. 자신과의 유럽여행은 거절하면서, 캐롤과의 여행은 너무나도 쉽게 결정한 그녀에게 온갖 분노를 표출한다. 그깟 'silly crush(어리석은 반함/사랑)' 때문에 여행을 가려 하는 거냐며 소리쳤고, 고등학생 여자애들이 하는 짓이나 한다고 소리쳤다. 그리고 2주 안에 후회하고 돌아올 것이라고 말하면서 동거하던 집을 박차고 나간다. 동성애는 환경의 영향으로 인해 생긴 비정상적인 성적 욕구로 생각하는 그의 입장에선 캐롤의 행동을 받아들일 수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에게 쏟아 부어질 수 있었던 사랑이 그런 비정상적인 욕구에 밀려났다는 것에 자존심이 상했고, 큰 상실감을 느꼈다.
 

이처럼 두 사람의 사랑엔 장애물이 존재하지만 영화에서는 이 부분을 강하고 인상깊게 표현하진 않는다. 영화는 캐롤과 테레즈의 사랑 자체에 더 관심을 갖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배려 ◀ 

테레즈는 캐롤이 딸과 더 이상 볼 수 없을 위기에 처하자 크게 자책한다. 그런 테레즈에게 캐롤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 난 내 의지로 당신을 받아드렸어요.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 “

 
테레즈가 겪는 불행한 상황에 대한 책임을 테레즈 자신에게 돌리지 않도록 진솔한 마음을 표현하고 배려하는 모습이 인상 깊다. 
 


▶제자리로 돌아온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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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롤은 두 사람 모두를 위해선 만남을 지속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하며, 테레즈에게 편지 한 장을 남기고 이별을 고한다.


나의 사랑에게.
우연이라는 건 세상에 없어요.
모든 건 제자리로 돌아오기 마련이에요.
언젠가 내 마음을 이해하게 될 거예요.
그 날이 오면 그곳에서 당신을 반겨줄게요.
영원한 일출처럼 우리 앞에 펼쳐진 삶을.

 
편지에서 언급했듯이 캐롤은 테레즈와 다시 만날 날을 기약했다. 그리고 일이 마무리 된 이후 두 사람은 재회하고 다시 연인의 사이로 살아간다. 다행스럽게도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결말을 맺는다.
 
 

▶ 애비와 대니 ◀

- 애비 게하드 -
영화에서 캐롤, 테레즈, 하지, 리처드만큼이나 영화를 이끌어가는 데에 중요한 인물들이 있다.

우선, 캐롤의 성적 지향성 변화의 계기를 제공한 애비 게하드이다. (앞서 언급한 성적 지향성 관련 해석 중 후자와 연관이 있습니다.) 애비는 테레즈와 대화 중에 캐롤과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과거에 캐롤이 애비와 한 침대에서 잔 적이 있는데, 그 때 이후로 캐롤에게 변화가 찾아왔다고 한다. 그렇게 두 사람은 연인관계로 발전했지만 곧 이 관계가 깨진다. 하지만 연인으로서의 관계가 끝난 이후에도 애비는 캐롤 곁을 지켜주는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해준다. 왜 헤어지고 나서도 계속해서 애비는 캐롤 곁에 남아있을까?
 

2015년 11월 16일 뉴욕에서 열린 영화 캐롤 <기자회견>에서 애비 역을 맡은 사라 폴슨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애비의 우정과 사랑을 보여주는 증거라 생각한다. 어떤 존재로든 캐롤의 주변에 머무르고자 했던 열망의 표현이 아닐까. 그 당시 애비가 속했던 사회, 그러니까 사전적인 의미로서의 사회가 아니라 그녀가 속했던 커뮤니티나 친구 관계로서의 사회는 무척 좁았을 것이다. 그런 것을 잃는다는 건 감당할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1950년대에는 요즘보다도 훨씬 더 레즈비언들이 세상에 자신을 드러내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이들은 서로에게 상당히 중요한 존재였던 것이다. 비록 헤어진 사이일지라도, 그들은 서로서로 의지하고 살아가는 소중한 존재로 남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애비 역시 마찬가지 이유로 캐롤을 떠나지 못했던 것이 아닐까.
 

- 대니 - 
그 다음 인물은 테레즈에게 관심을 갖다가 그녀의 마음을 알고 친구로 남은 대니이다. 테레즈의 마음이 캐롤을 향해 있음을 명확하게 정리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물이다. 대니의 적극적인 대시와 키스에도 불구하고 테레즈의 마음은 결코 그에게 열리지 않는다. 테레즈의 마음의 창은 캐롤만이 열도록 허락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두 사람은 친구 사이로 남는다. 캐롤을 사랑하는 그녀가 대니에게 끌릴 이유가 없고, 대니는 그녀의 매력적인 면모를 더 이상 보지 못하는 것보다 친구 사이로라도 남는 게 더 낫다고 여겼던 것일까?
 
    


글을 마치며...

차분하고 편안히 영화를 즐겼던 것과는 달리, 영화에 관한 글을 쓰는 데엔 꽤나 긴 고민과 노력이 필요했다. 사회적으로 민감한 주제를 다룬 영화이기에 조심스러웠던 것도 있지만, 캐롤에 관한 해석이 상당히 다양해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긴 고민 끝에 나름대로 결론을 내려 영화를 정리해봤다. 물론 필자의 글에 동의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영화에서처럼, 어떤 성적 지향성을 갖든 간에 자신이 원하는 사람과 당당히 사랑을 나누며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는 마음은 모두 동일했으면 한다. 그들을 차별적인 태도로 대하고 폭력을 가하는 그 어떤 이유도 합당하지 않다. 점차 그들을 바라보는 편견과 차별적인 시선이 많이 줄어들고는 있지만, 지금보다도 훨씬 더 다양성을 포용할 줄 아는 사회를 만들어나갈 필요가 있다. '사랑', 이 지극히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감정이 고통과 불행의 길로 가지 않도록 말이다.
 





<참고자료>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은 세기의 재판 - [19세기], 2009.07.30., 정유진,

▷<캐롤>, 2015년 최고의 레즈비언 영화 - Afterellen 기사 번역, 2015.12.20., 메텔.

▷네이버 영화 ‘캐롤’

▷ 사진제공 = 네이버 영화 '캐롤' 
 

[정선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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