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인형극 [다락에서 여행] - ‘이성’에게 잠시 휴식을

글 입력 2016.01.18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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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적 걷기에 좋은 겨울 저녁이었다. 합정은 홍대의 활력 있는 분위기에 반기라도 들 듯, 한적함을 고이 지키고 있었다. 다락극장은 한적한 합정역을 조금 벗어나 더 한적한 골목길 한 쪽에 자리 잡고 있었다. ‘다락’이라는 묘한 느낌을 극장은 고이 가지고 있었다. 조금은 무섭기도 한 큰 목각인형 하나가 “여기까지 잘 찾아 왔네”라고 말하며, 나에게 인사를 건네는 듯 했다. 극장을 들어서자, 큰 개는 처음 보는 나를 마치 몇 년 전에 본 것처럼 반갑다며 내 손을 핥아 주었다. 공연 시작 전, 관객들은 모두 자유롭게 커피를 마시며 다락 극장이 주는 아늑함에 취해 극장 이곳저곳을 살펴보았다. 직접 목각 인형을 만드는 작업대도 보였고, 이곳저곳 크고 작은 목각 인형들이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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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이성을 내려두고…
 
우리는 끊임없이 정보에 노출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끊임없이 SNS 상 정보를 온 종일 보고 있고,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배워야만 할 것 같은 시대. 그 속에서 우리의 이성은 점점 날카로워 질 수 있지만, 우리의 감성은 그 틈 속에서 숨 쉴 수 있을까? 항상 논리적인 인과 관계를 생각하고, ‘왜?’라는 질문은 늘 따라다니는 상황 속에서 우리는 ‘생각’하길 강요당하고 ‘느끼는 것을’ 억압당하고 있지 않는 걸까?
인형극 [다락에서 여행]은 나의 감성을 스멀스멀 불러 일으켜 주었다. 공연 내내 나는 어떠한 생각도 들지 않았다. 항상 ‘왜?’와 ‘어떻게?’를 달고 사는 공대생인 내가 이 공연에서는 그런 질문을 할 필요가 없었다. 나 역시 보편적 정서를 가진 인간임을 공연을 통해 새삼 느꼈다. 아기자기하고 올망졸망한 인형들을 보면서, 특정 이유가 있어서 웃은 건 아니었다. 생각해 보면, 그리 화려한 영상도 아니었는데, 왜 내가 빨려 들어갔는지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잘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 순간 나는 영상에 빨려 들어가 웃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냥’ 이 말이 이렇게 대단할 줄이야…
 
항상 데이터를 통해 증명되어야 하는 학문을 공부하고 있는 나. 그래서 우리 학문에서는 ‘그냥’이라는 용납되지도 않고, 잘 쓰지도 않는 말이다. 그리고 이제는 이 생각이 머릿속에 박혀 일상생활에서도 ‘그냥’이라는 단어를 나는 싫어하게 되었다.
그런데 누군가 내게 ‘인형극 [다락에서 여행]이 왜 좋았냐?’라고 묻는다면, 내 대답은 ‘그냥, 다 좋았어.’이다. 알아들을 수 없는 체코어도 나는 표정에서 그가 무엇을 말하는지 느낄 수 있었고,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 인형들의 작은 몸짓에서 나는 그들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볼 수 있었다. ‘그냥’ 그들의 말을 느낄 수 있었고, ‘그냥’ 그들의 몸짓을 볼 수 있었다.
 
 
굳이 이야기 구조가 없어도…
 
이 인형극은 일정한 ‘이야기’를 가지진 않는다. 각 장마다 특정 상황은 계속해서 주어지지만, 그 각장들이 이야기 고리를 이루진 않는다. 이야기 고리를 이루지 않더라도, 우리는 그 상황 속에서 웃을 수도 있고, 느낄 수도 있었다. 어쩌면 우리는 서사구조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의 상황을 즐기는지도 모른다. 논리적 연결고리가 없더라도 우리는 그 즉흥적인 면을 즐길 수 있고, 어쩌면 그게 예술의 묘미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성’만을 강조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 ‘이성’에게는 잠깐의 휴식을 ‘감성’을 깨우고 싶다면 인형극 [다락에서 여행]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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