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상상이 현실로!" 제12회 서울 아시테지 겨울축제 : < 대장만세 > [공연예술]

참 만족스러운 시간이었다.
글 입력 2016.01.17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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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테지는 1965년 프랑스 파리에서 창립되었으며, 전 세계 83개국 아동청소년연극 전문 공연단체 및 예술인들이 참여하는 비정부·비영리 국제기구이다. 아시테지는 연극이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어떤 기능을 할 수 있는지, 교육을 위해 연극을 어떻게 만들까를 고민하며 아동청소년연극의 발전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오고 있다. 아시테지 한국본부는 1982년 설립되어 현재 116개 극단과 38명의 개인회원이 함께하고 있는 국내 유일의 아동청소년연극협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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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을 보기에 앞서 대기실에 마련되어 있는 팸플릿을 읽어보다가 맨 앞에 아동청소년연극 헌장과 유엔아동권리협약이 쓰여진 부분을 펼치게 되었다. 보통 이런 딱딱한 법조문(?)같은 글들은 잘 읽어보지도 않고 쓱 넘기기 마련이었는데, 몇몇 문장들이 나를 사로잡아 오랫동안 그 페이지에 머물러 있었다.
 

 
아동청소년연극 헌장
 
아동청소년연극은 전문예술인이 만드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연극이며, 그들의 현재와 미래의 삶에 직접적으로 연관되어있다. 아동청소년연극은 예술이며, 교육이며, 삶의 자양분이다. 그런데 아동청소년연극은 미래한국연극을 이끌어갈 근본임에도 불구하고 갈수록 그 환경이 힘들어지고 있다. 이에 아동청소년연극을 위하여 우리는 아래의 사항을 구현하기 위하여 다 함께 노력한다.
 
1. 모든 어린이와 청소년은 연극을 보고, 즐기고, 만들 권리가 있다.
2. 아동청소년연극은 성인연극과 우열의 차이가 아니라 형식과 목표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3. 어린이와 청소년은 이를 위한 시간과 경제적 도움이 필요하며, 어른들은 이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
4. 아동청소년연극은 어린이와 청소년을 호기심 가득한 경의의 세계, 연민으로 충만한 세계 그리고 상상을 뛰어넘는 세계러 인도해야한다.
5. 아동청소년연극은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문제들에 무관심하지 않고 함께 고민한다.
 
<실천 선언>
1. 어린이와 청소년은 공연문화를 즐길 수 있는 전문적이고 혁신적인 공간을 필요로 한다. 이를 위해 '어린이청소년예술공간' 건립을 위해 노력한다.
2. 아동청소년연극은 어린이와 청소년을 상품화하거나 폭력의 대상으로 삼는 것을 단호히 배격한다.
3. 훌륭한 아동청소년연극 인재양성을 위해 많은 교육기관에 아동청소년연극 전공과정이 개설되도록 노력한다.
 
 

 유엔아동권리협약

 [제31조]
1. 국가는 어린이가 휴식과 여갈르 즐기고, 자신의 연력에 적합한 놀이와 오락활동에 참여하며 문화생활과 예술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한다.
2. 국가는 문화적·예술적 생활에 완전하게 참여할 수 있는 어린이의 권리를 존중하고 촉직하며, 문화·예술·오락 및 여가활동동을 위한 적절하고 균등한 기회를 제공하도록 권장해야 한다. 
 
   

  위에 명시되어 있는 조항은 1989년 11월 20일 유엔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된 유엔아동권리협약이다. 협약 가입국은 5년마다 보고서를 제출하고 심의를 받는데 2011년 우리나라가 제출한 국가보고서 심의 결과 재31조의 권리를 보장하라는 권고사랑도 있단다. OECD 국가 중 아동권리협약을 위해 쓰이는 국가 재원이 최하위라는 자료가 있을 정도로 아직까지 어린이를 위한 문화적인 환경이 잘 마련되어 있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상상이 현실로!"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축제가, 끊임없는 호기심과 놀라운 관찰력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엉뚱하고 기발한 시각으로 무한의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어린이들에게, 꼭 필요한 문화예술 체험의 장으로써 멋진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리라 기대된다.
  올해로 12년째를 맞이하는 이번 겨울축제에는 갓난아기들도 함께 할 수 있는 영아극에세부터 걸쭉한 재담과 풍자로 관객들을 웃게 할 한국 유일의 전통인형극까지 양질의 공연이 풍성하게 준비되어 있다.  
  
  아시테지 축제의 공식초청작으로 여러 작품이 있었지만, 일반 연극 시간대와 달리 아동과 청소년에 맞추어진 이른 오후에 상연되어 한 작품만 보게 되었다. 11개의 작품 중에서 딱 하나만 고르자니 굉장히 힘들었지만, 여러 고민 끝에 <대장만세(Hello, My hero!)>를 선택하게 되었다. <대장만세>를 고른 계기는 다음과 같다. 평소에 관심이 많았으며 믿고 볼 수 있을 만큼의 질 좋은 작품을 올리기로 자자한 극단 연우무대가 제작을 했고, 영유아와 아동, 청소년 중에서 관람권장연령 7세이상인 작품으로 내가 보기에 적절(?)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0~18개월, 36개월 이상, 7세 이상, 12세 이상 이렇게 권장관람연령이 제시되어 있는데 나는 뭔가 딱 중간 연령대를 위한 작품을 보고 싶었다. 그리고 조립식 무대와 그림자극이 합쳐진 연극이라는 상세 설명이 포함된 포스터는 내 구미를 당기기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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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장만세>의 작품을 잠깐 소개하겠다. 팸플릿에는 '어린이를 위한 작품소개'와 '어른을 위한 관람포인트'로 설명이 나누어져 있어 아동을 포함하여 가족 단위로 관람을 하러 올 관객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를 엿볼 수 있었다.
 

더 큰 세상을 향한 아기 고양이 아람이의 홀로서기
제 16회 서울어린이연극상 4관왕에 빛나는 명작!

 
- 어린이를 위한 작품 소개
 
  길 잃은 아기 고양이 아람이는 상자 밖 마당으로 나오지도 못하는 겁쟁이랍니다. 강아지 똘개, 생쥐 깜찍이, 마당에 놀러오는 고양이 별님이를 만나 세상을 배우게 된 아람이는 상자를, 그리고 담장을 훌쩍 뛰어넘어 씩씩하고 특별한 대장고양이가 될 수 있을까요? 티격태격 만날 싸우지만 항상 함께하며 한층 성장하는 동물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세요.
 
- 어른을 위한 관람포인트
 
  어린이들은 주변인들과의 관계를 통해서 성장하고 삶을 배웁니다. <대장만세>는 우리 어린이들을 꼭 닮은 호기심 많은 아기 고양이가 친구들의 도움으로 용기 있고 씩씩한 대장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그려냅니다. 배우는 귀여운 동물들의 모습을 의인화해 연기하며, 작품은 조립식 무대와 그림작자극을 사용해 색다른 재미를 선사합니다. 이 작품은 제 16회 서울어린이연극상 최우수작품상, 극본상, 연기상, 관객이 뽑은 최고인기상을 수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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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파트에 살며 사료를 먹고 자랐던 애완고양이가 야생에 버려진다면 어떻게 될까.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것도 어렵지만 주인에게 버림받았다는 아픔이 더 큰 상처일지도 모른다. 극단 ‘연우무대’가 마련한 가족극 ‘대장만세’는 이런 설정에서 출발하고 있다. 버려진 고양이 아람이가 나약함을 벗고 씩씩하게 성장해 대장이 되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다.
   ‘성장극’이라는 말에 각자가 상상하는 것은 조금씩 다를 것이다. 통속적인 교훈을 던져주거나 억지 감동을 강요하는 무덤덤한 이야기를 떠올리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성장극’의 탈을 쓴 유치한 아동극을 떠올리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거기다 ‘아동극’이라고 하면 과도한 몸짓과 과장된 말투로 인해 아이들만 재밌어하고 어른들은 지루하다는 선입견도 지배적이다.  그러나 ‘대장만세’는 이 모든 고정관념을 깨며 아동극의 모범을 보여준다. 1997년 초연된 이후 평단의 호평을 받은 것은 물론 지금까지 8년 가까이 되는 시간 동안 꾸준히 어린 관객들의 환호를 받았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비단 어린 관객뿐만 아니라 어른들까지 인생에 대한 깊이 있는 사색을 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한마디로 ‘대장만세’에는 어른들이 자녀들에게 해주고 싶지만 어떻게 말해야 할 지 몰라 주저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친구에게 손 내밀기, 실패했을 때 울지 않고 스스로 일어나기, 자신을 아끼고 사랑해줄 것 등 인생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혜를 70분이라는 공연 속에 녹아냈다고 볼 수 있다.
 
  철학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장만세’는 쉴 새 없이 웃음을 던져 주다 갑자기 뭉클한 감동의 순간을 만들어주는 힘을 갖고 있다. 미취학 아동에서 초등학생은 물론 성인까지 마음으로 이야기를 받아들이게 된다. 이런 힘은 오랜 현장 경험을 쌓은 연우무대와 현직 교사가 함께 이 작품을 만들었기 때문이 아닐까. ‘대장만세’는 아이들의 행동과 사고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을 초등학교 선생님인 이응률 작가와 연극무대의 특성을 잘 알고 있는 극단 연우무대의 합작이다. 그 결과 ‘대장만세’는 경쾌하면서도 묵직한 감동을 전하는, 진정한 가족극의 정형을 보여준다.
 
  ‘대장만세’는 상처 입은 채 버려진 고양이 아람이가 할아버지 집 마당에 오게 되면서, 마당에 살고 있는 똥개인 똘깨, 생쥐 깜찍이의 도움으로 용기를 얻게 되고 새로운 모험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이 과정에 야생고양이인 날쌘돌이와 별빛이와 경쟁하고 친분을 나누면서 진짜 대장이 되기 위한 도전을 하게 되고, 자신만의 모험을 떠나게 된다.
  ‘대장만세’에서 가장 주목할 지점은 주인공이 강아지와 고양이, 생쥐라는 점이다. 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애완고양이와 야생고양이로 구분해야한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고 친숙한 동물이 주인공들이다보니 관객들의 관심이 쏠리는 건 당연지사다. 거기다 이들의 먹이사슬은 수많은 이야기로 만들어졌을 만큼 전통적인 소재다. 얽히고 설킨 이 먹이사슬을 토대로 대사가 짜여지면서 익숙한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그런데 여기에 관객들을 당황하게 만드는 단 하나의 장치가 있다. 바로 애완고양이인 주인공 아람이다. 고양이지만 고양이의 본능을 모른채 살아온, 또 고양이의 본능을 따르고 싶어 하지 않는 이 독특한 주인공이 만들어낸 아이러니한 상황은 극의 웃음과 긴장을 만들어내는 핵심 요소가 된다. 생각해보라. 생쥐를 보고 침을 삼켜야 할 고양이가 오히려 도와달라고 바짝 달라붙어 있는 모습을, 생선을 보고도 무심하고, 고등어는 비린내가 나서 못먹겠다며 개사료가 더 좋다는 고양이를 말이다. 황당한 듯 싶으면서도 한편으론 지극히 당연한 아람이의 말과 행동은 관객들의 배꼽을 책임진다. 그 작은 차이 하나로 만들어 낸 웃음은 사회의 편견을 일격에 무너뜨린다. 이런 아람의 캐릭터는 야생고양이들의 관습을 거부하고, 실명을 해도 친구인 생쥐는 먹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친구를 위해 마당을 떠나 새로운 모험을 하겠다고 선포해도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기존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이런 기막힌 설정이 있기 때문에 ‘대장만세’는 아동극 특유의 과장된 연기가 전혀 보이지 않지만 아이들의 시선을 잡아끈다. 화려한 무대장치나 소품은 물론 과장된 연기마저 없는 상황에서 오롯이 이야기의 힘만으로 70분간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다시 한 번 이야기의 힘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다. 동물들의 특징을 잘 살려낸 배우들의 농익은 연기가 이야기를 튼실하게 뒷받쳐주고 있음은 물론이다.
  무대도 단조롭다. 몇 개의 블록이 무대를 구성하는 전부다. 배우들은 이를 이리저리 옮기면서 마당과 숲속을 만들고 각종 상황을 돋보이게 만들어준다. 물론 판타지를 자극하는 무대장치도 있다. 고양이들이 달밤에 모여 회의를 하는 달빛집회 장면이 바로 그것이다. 단조로운 무대 배경에 동물 인형을 이용한 그림자극과 배우들의 연기가 조화를 이루면서 환상과 현실을 혼동케 만드는 몽환적인 판타지를 선사한다.
  버려진 고양이 아람이가 마당에서 만난 동물 친구들과 관계를 통해 스스로 실력을 키우고 자신의 인생을 개척해가는 모습에서, 눈이 안 보이는 상황에서도 다른 친구들을 배려해 새로운 곳을 찾아 떠나는 용기 있는 모습에서 어린 관객들은 친구나 가족에 대한 소중함, 사랑하는 이들에 대한 배려, 미래를 스스로 찾아가는 용기와 같은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진정한 대장이란 무엇인가 깊게 생각해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이정미, [아시테지] 경쾌하고 묵직한 감동의 가족극 '대장만세',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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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시 관람 분위기를 기억하기 위해 공연장을 나오기 전에 사진을 찍었다. 유치원을 다닐 만한 아이부터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이 가장 많았고 대부분 가족 단위로 관람하러 왔다. 대개 어머니들이 많았고 드문드문 아버지들도 보였다. 주말 아침부터 서둘러 아이들의 손을 잡고 연극을 보러나왔을 부모님들을 상상하니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왁자지껄한 무리들 사이에서 나와 같은 나이대나 혼자 온 사람들은 거의, 아니 아예 없었다.
  키가 작은 아이들을 위해  객석에 깔고 앉을 수 있는 키높이 쿠션을 곳곳에 배치해 놓았다. 그러나 한 아이가 안 보인다하면 바로 쿠션 두 개를 깔고, 뒤에 있는 아이들은 또 그 아이 때문에 앞이 가린다고 쿠션을 하나 더 가져오는 등 공연을 보기 전에 이 쿠션때문에 다소 소란스러웠다.
  아무래도 연극을 처음 보는 아이들이 많은 만큼, 또 관람 예절을 미처 몸에 익히지 못한 아이들이어서 그런지 공연을 보는 중간중간에 거슬리는 행동들이 많았지만 나도 저 나이때는 그랬을 것 같아 웃으면서 넘겼다. 암전이 끝나고 바뀌어 있는 무대 배치나 배우들의 위치, 분위기와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조명의 색과 밝기와 같은 소소한 연극적 장치에도 크게 반응하는 아이들이 오히려 귀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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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장 대기실 또한 아이들을 위한 자리가 많이 마련되어 있었다. 공연에서 만난 주인공에게 쓰는 편지는 생각보다 인기가 좋았다. 편지를 우체통에 잘 전달한 아이들에게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캐릭터가 그려진 음료수를 받을 수 있도록 자원봉사자들이 항시 대기하고 있었다. 아마 이 음료수를 받고 싶어서 이렇게 우체통 앞이 바글바글거린 것 같기도 하다. 여자 아이들은 보통 정성껏 색색깔 색연필과 사인펜으로 그림을 그리곤 했는데 남자아이들은 엄마 손에 이끌려 억지로 몇 글자 끄적이곤 음료수 받기만을 기다리는 모습을 보면 웃음이 안 나올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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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릭터 음료수처럼 선물이 있으면 아이들은 무엇이든 한다. 설문지를 하면 스크래치북을 준다고 하니 너도나도 갑자기 펜과 종이를 집어든다. 질문도 읽지 않고 마구 체크하는 아이들 속에서 정신없이 설문지를 작성하고 스크래치북을 받았다.  부대행사는 어디에서 진행되냐고 자원봉사자분께 물었는데 겨울축제는 추워서 외부에서 진행되는 행사는 따로 없고 며칠만 잠깐 진행하는 데 이 또한 사전에 접수를 받는다고 하였다. 아쉬워하면서 다음 여름축제 때는 꼭 참여해야지 하는 생각으로 돌아서려는데, 혹시 데리고 온 아이가 있냐고 물으셨다. 그냥 없다고 하면 될 것을 괜히 아직 학생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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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 뒤에 상연되는 공연을 대기하는 아이들일 것이다. 공연장에는 아이들보다 더 신나보이는 부모님들이 많았다. 아마 그들도 아이들을 위해 왔지만 동심에 취해 본인들도 모르게 즐기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뛰어다니던 아이들과 부딪히고 포토존 앞에서 혼자 사진찍기도 민망한 평소와 다른 공연장 분위기가 색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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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 만족스러운 시간이었다. 공연도 좋았지만 공연장 밖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여렸을 적에 어머니께서 나를 데리고 부지런히 문화생활을 누리게 했던 기억도 났다. 그때는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엄마의 노고가 괜한 발걸음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느낀다. 예전에는 엄마 손에 이끌려왔다면 이제는 내가 제 발로 이렇게 문화 생활을 즐기는 것을 보면 말이다. 나도 나중에 아이들이 있다면 아이들 손을 잡고 아시테지 축제와 같은 질 좋은 문화생활을 영유하게끔 하리라. 자원봉사자분께서 물었던 질문이 처음에는 '뭐야, 내가 나이가 그렇게 많아 보이나.' 했는데, 문득 그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며 또 다시 내가 얼마 전에 한 살을 더 먹고 2016년이 되었다는 것도 떠올랐다. 시간이 참 빠르다. 갑자기 씁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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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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