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영화 [바다마을 다이어리][시각예술]

그렇게 우리는 가족이 되었습니다
글 입력 2015.12.26 14:55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 스포일러를 일부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를 볼 계획이 있으신 분은 보고 난 뒤 읽어 주세요.
 

12월 25일. 크리스마스는 누구에게나 특별한 날입니다. 사실, 교회를 다니지 않으면 뭐 그리 대수로운 날이냐고 반문할 수 있겠습니다만, 거리의 트리와 캐럴이 우리 마음을 들뜨게 합니다. 집에서 뒹굴뒹굴 영화 <나 홀로 집에> 케빈과 함께 하는 크리스마스도 좋지만, 이번 크리스마스는 가장 번화한 곳, 광화문 역으로 향했습니다. 역시 많은 사람과 대형 트리들이 있었고, 저의 발걸음은 조금 특별한 독립 영화관 ‘씨네큐브’로 향했습니다. 평소에는 한산하던 극장도 크리스마스에는 매진된 상영관이 있었고, 저는 원래 보려고 했던 영화 [맥베스]는 포기하고, 시간이 되는 영화 [바다마을 다이어리]를 보게 되었습니다. 이 영화 역시 보고 싶었던 영화였기 때문에 크게 아쉽지는 않았습니다. 일본 특유의 잔잔함이 묻어있는 영화였고, 별 이야기 없는 것 같으면서도 다 보고 난 뒤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였습니다. 이 영화를 보며 저는 ‘가족’이 되어가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이 영화의 가족은 일반적인 형태는 아닙니다. 때문에 인물 관계도가 필요할 것 같아 간단한 인물을 설명 하겠습니다.
 
 
movie_imageCAHL44V3.jpg
 

영화는 자매 4명이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사진에서 왼쪽 두 번째에 있는 첫째 코우다 사치(아야세 하루카)는 책임감이 강하고, 네 자매에게 부모와 같은 존재입니다. 사진 오른쪽에 있는 둘째 코우다 요시노(나가사와 마사미)는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며 사랑을 열렬히 믿는, 첫째 딸과는 반대의 성격을 가진 인물입니다. 그래서 종종 첫째 딸과 다투기도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은 언니를 존중해 주는 인물입니다. 사진 왼쪽에 있는 셋째 코우다 치카(카호)는 매사에 긍정적인 인물이고, 영화에서 유머를 담당하는 인물입니다. 첫째와 둘째 다툼 속 중재자 역할을 합니다. 사진 오른쪽에서 두 번째에 있는 아사노 스즈(히로세 스즈)는 위 세 자매와 의붓 자매입니다. 아버지만 같고 어머니가 다릅니다. 그래서 막내는 항상 자신의 어머니가 언니들의 가정을 파탄 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언니들은 그런 막내를 위로하며 더욱 돈독한 가족이 되어갑니다.
 

다음은 제가 생각한 영화 속 가족이 되어 가는 과정을 단계별로 나누어 보았습니다.
 

1단계. 자신 감정 솔직하게 털어놓기
 
movie_imageCA0D7X3V.jpg
 

스즈(막내)는 항상 언니들에게 미안한 감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최대한 집에서 조용히 지냅니다. 살갑고 따뜻하게 대해주는 언니들이 고마우면서도, 처음에는 언니들과 서먹한 관계를 유지합니다. 그러다 스즈는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계기를 두 번 갖게 됩니다.
매실주를 마시며 취기에 스즈는 본인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놓게 됩니다. 부모에 대한 원망, 특히 엄마에 대한 원망과 사춘기 소녀로서 일찍 죽은 부모에 대한 그리움을 털어 놓습니다. 이전까지 스즈는 나이에 비해 어른스러워 보이고 매사에 조심스러워 보이지만, 사실 스즈 역시 사춘기 여린 소녀였다는 걸 언니들은 이 계기를 통해 새삼 깨닫게 됩니다.
사치(첫째)와 스즈는 동네 작은 뒷산을 오르며 자신들의 가슴 속에 있는 이야기를 꺼냅니다. 사치는 자신들을 버리고 간 부모에 대한 원망을 털어놓고, 스즈에게도 힘껏 소리쳐 보라고 합니다. 망설이던 스즈 역시 부모에 대한 상처를 털어놓습니다. 이 과정 속에서 둘은 서로의 상처를 공유하며 그렇게 한 발짝 더 가까워집니다.
 

2단계. 상대 입장 이해하기
 
movie_imageCAE3OYI3.jpg
 

사치(첫째)는 자신 부모가 자신들이 버리고 갔다는 원망으로 인해 더욱 책임감으로 똘똘 뭉친 인물입니다. 그만큼 부모에 대한 원망도 크고, 특히 엄마에 대한 원망도 큽니다. 사치는 아버지의 외도로 인해 상처 받은 엄마를 이해하지 못 합니다. 사치에게 엄마는 네 자매를 버리고 간 무책임한 부모일 뿐입니다. 하지만 사치는 말은 퉁명스럽게 하지만 할머니 제삿날에는 자신도 모르게 엄마를 기다리고 그리워합니다. 겉으로는 쌀쌀맞게 굴고 날 선 말들로 엄마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지만 끝내는 엄마와의 대화를 통해 엄마의 아픔을 이해하고 화해를 청하며, 그렇게 진정한 모녀 관계를 맺게 됩니다.
 

3단계. 갈등 속 진정한 관계 맺기
 
movie_imageCAO63ORO.jpg
 

이 영화에 극적인 갈등이 나오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 일상에서 일어나는 가족과의 사소한 갈등 들이 등장합니다.(이 영화에서는 나름 가장 큰 갈등 요소이기 때문에 내용을 상세히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 궁금하시다면 영화를 통해 확인해 주세요^^) 갈등 속 자매들은 서로의 감정을 털어놓고, 대화를 나누며 서로를 이해하고 그렇게 한 발짝 더 가족으로 관계를 맺게 됩니다. 자매들은 살아가면서 계속 갈등을 겪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 갈등은 분열이 아닐 겁니다. 자매들은 갈등을 겪고 이를 풀어나가는 과정 속에서 진정한 가족이 될 것입니다.
 
여러분은 지금 여러분 가족과 진정으로 관계를 맺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단지 태어나 보니, 나의 부모였고 남매, 형제, 자매였을 겁니다. 노력 없이 자연스럽게 주어진 관계이기에 우리는 어쩌며 더욱 이 관계에 소홀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더욱 상대에게 상처를 주고, 너무나 당연히 옆에 있는 존재라서 어쩌면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서먹해 지고 있지는 않으신지요?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고 싶은 신분께 2015년 끝자락에 이 영화를 추천합니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바다마을 다이어리> 포토
 

서포터즈6기_홍숙.jpg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4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