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오만과 편견 , 고전은 영원하다 [문학]

Jane Austen, [ Pride and Prejudice]
글 입력 2015.10.30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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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 (Pride and Prejudice)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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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품소개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은 오스틴의 작품 중 가장 널리 읽히고 지금까지고 사랑받는 소설이다. 이 작품은 롱본의 중심인 베넷 가의 아름다운 다섯 딸 중 가장 영리하고 생기 넘치는 주인공 엘리자베스(Elizabeth)가 여성의 삶에 있어서 큰 관심사인 남편감을 찾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이 소설을 관통하는 중심주제인 ‘결혼’은 소설의 도입부에서부터 극명히 드러난다.

‘It is a truth universally acknowledged, that a single man 
in possession of a good fortune, must be in want of a wife’



 엘리자베스와 더불어 여러 등장인물들의 ‘남편 고르기’를 통해 각각의 등장인물의 성격에 따른 매칭을 보여주기도 한다. 오스틴은 크게 4가지 유형의 결혼으로 작품 속에서 이를 유기적으로 나타낸다. 콜린스와 샬롯의 물질만능주의적인 결혼과 위컴과 리디아의 비이성적이며 충동적인 결혼, 그리고 빙리와 제인의 소극적이고 주변 사람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결혼, 마지막으로 주인공인 다아시와 엘리자베스의 결혼이다. 

엘리자베스의 결혼에서는 특히 소설의 제목인 ‘오만’과 ‘편견’을 극복하고 사회적 위치를 뛰어넘는 결혼을 작품 속에서 다루고 있다. 이 소설의 플롯은 다분히 희극적이며, 오늘날에도 인기 있는 드라마들의 ‘결혼을 통한 신분상승’과도 일맥상통하는 ‘신데렐라스토리’를 다룬다. 바로 이 점이 과거부터 현재까지 많은 독자들에게 꾸준히 어필하는 것으로 볼 때, ‘고전은 영원하다’라는 말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이 소설은 오스틴을 영국 문학사상 가장 뛰어난 여류작가 중 한 사람으로 꼽히도록 하는 그녀의 대표작일 뿐 아니라, 급변하는 영국의 18,19세기를 리얼하게 담아내며 당대 여성들의 삶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거울 같은 작품이라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2. Elizabeth의 성장을 그린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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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소설의 중심소재인 엘리자베스의 결혼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은 연애담보다는 한 편의 성장소설을 읽는 듯하다. 사랑과 결혼에 대하여 이제 막 진지해지기 시작한, 어른스러운 척 하지만 아직은 미성숙한 엘리자베스에게 배우자를 고르는 것이란 너무도 어려운 일이다. 소설의 초반부에 엘리자베스는 다이시가 자신에게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오히려 무시함에도 스스로를 농담거리로 만들며 결혼이나 사랑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음을 드러낸다. 사실 소설의 중, 후반부에 이르기까지, 그녀는 무도회와 같은 만남의 자리에서 사람들의 인격과 교양을 그 어떤 젊은이들의 사랑보다 오히려 더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그러나 바로 이 점에서 그녀의 연애관이 발전하기 시작한다. 그녀에게 사랑을 시작할 수 있는 전제조건은 다른 여성들이 결혼으로 이루길 바라는 사회적 지위나 물질적 가치보다도 사람의 됨됨이가 된 것이다. 어머니 베넷 부인은 몰상식하고 교양이 부족한 사람이고, 부인보다는 이성적인 베넷 씨조차 지나친 방임으로 다섯 딸들을 길러냈다. 그나마 이들 중 가장 발랄하고도 영특한 엘리자베스는 그녀의 부모에게서 상속받을 수 있는 최상의 것을 지녔다. 그럼에도 그녀는 자신의 명석함에서 비롯된 객관성을 무기로 타인을 평가하는 것을 즐겼고, 그 평가란 그들의 단점을 찾아내는 것이었다. 그녀는 자신보다 인격적으로, 혹은 교양에 있어 덜 된 사람을 무시했고 이것은 가족과 친구들에게도 예외 없이 적용되었다. 작품의 전체적 플롯으로 미루어 볼 때, 타인을 불쾌하게 만드는 오만함을 뽐내는 사람은 다아시이고, 편견은 엘리자베스의 것이 된다. 하지만 이 점에 있어서 ‘오만’은 다아시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엘리자베스에게서도 찾을 수 있는 성격적 결함이다.




3. Darcy, 그가 까칠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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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리자베스에게 있어서 타인보다 깊은 자신의 교양이 스스로 우위성과 오만함을 가지게 하는 기준이 되었다면, 다아시는 여기에 사회적 위치, 즉 신분까지도 추가하였다. 19세기 영국 최 상류층으로 묘사된 다아시의 사회적, 경제적 위치는 지금으로 치면 재벌급 인사이다. 엘리자베스의 집안은 그에 비하면 시골 지주 정도이니, 어떻게 보더라도 엘리자베스에 비하면 다아시는 사회적 기준에서 절대적으로 우월한 위치에 있는 것이다. 그의 완벽하고도 근거가 있는 오만은 다아시가 타인에게 갖는 ‘편견’의 기준이 되었던 것이다. 제인을 마음에 둔 빙리가 그녀와의 결혼을 꿈꾸자, 흠잡을 데 없는 그녀의 아름다움과 인품에도 불구하고 베넷 가의 미천한 외가를 근거로 그의 혼사를 막는 데 성공한다. 다아시는 이를 자랑스럽게 여김으로써, 그에게 사회적 지위란 한 인간을 평가하는 기준이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신분을 전제로 한 다아시의 오만과 편견은 ‘신사답지 못한’ 청혼에서 가장 확연히 드러나며, 후에 그 청혼이 우스꽝스러웠다는 것을 인정함으로써 이전의 자신을 반성한다.

 그러나 다아시의 오만함은 소설의 후반부로 갈수록 ‘오만할 권리가 있는’ 고결함으로 바뀐다. 그의 재력과 지위는 펨벌리 가를 방문한 엘리자베스에게 깊은 인상을 준다. 지방의 하층 귀족으로 자란 엘리자베스에게 펨벌리 가는 그녀가 갖추고자 하는 귀족적인 삶의 모델이 되었을 것이다. 펨벌리의 저택은 단순한 지역적 의미를 담는 것이 아니다. 그곳의 고상하고도 자연스러운 아름다움과 다아시에 대하여 끊임없이 감사와 존경을 표하는 하녀장의 평가를 통해, 엘리자베스는 펨벌리에서 그가 미치고 있는 막대한 사회적 영향력을 체감하게 된다. 작품에서는 그녀가 사랑에 빠지게 할 유일무이한 조건은 ‘남편에 대한 존경’이라고 초반부터 암시한다. 펨벌리 방문은 엘리자베스가 재산적 요소가 결혼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깨닫는 결정적 계기가 되어, 소설 전반부에서 결혼에 대해 낭만적으로만 여기던 것과는 달리 그녀가 점차 다아시에게 마음을 열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또 다아시는 일종의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발휘하여 엘리자베스의 여동생 리디아의 무분별함으로 극대화된 ‘가문의 수치’라는 덫에서 엘리자베스를 구제해냈다. 스스로의 힘으로는 절대로 불가능했을, 어쩌면 베넷 가 다섯 자매의 인생이 걸린 문제를 해결해준 다아시를 엘리자베스는 감사하고 존경하게 되었다. 이 일로 엘리자베스는 그의 진심을 받아들이고 이들의 사랑은 마침내 그 결실을 맺는다. 다아시는 자신의 오만함을 그 누구보다 신랄하게 비판해 준 엘리자베스와 상공업에 종사하지만 적절한 교양을 갖춘 그녀의 반전적인 외삼촌 내외 덕분에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편견을 버리게 된다. 그리고 엘리자베스를 자신과 동등한 위치의 아내로서 맞아들인다. 




4. 모두가 바라던 해피엔딩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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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 인물들이 짝을 이룸으로써, 소설의 중심이 된 남편감 찾기는 마무리된다. 후반부에서는 다아시와 엘리자베스의 심경이 변화하고 끝내 서로를 받아들이며 모든 등장인물들의 갈등구조가 해소된다. 그리하여 다아시와 엘리자베스가 서로를 배필로 인정함으로써, 각자가 가지고 있던 결함들이 서로의 미덕으로 완충되며 이야기는 끝이 난다. 하지만 엘리자베스는 아직도 그녀의 처가의 일부를 부끄러워하고, 또 결혼 후에는 다아시가 인정하는 언니 빙리부인과 가드너 부부를 친부모보다 더 자주 만난다. 다아시도 위컴 부부가 자신의 도움으로 살림을 차리도록 돈을 쏟아 부었음에도 지속적인 접촉을 꺼리며 끝까지 거리감을 둠으로써 엘리자베스의 모든 가족을 포용할 마음이 없다는 한계를 드러낸다. 두 주인공들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오만과 편견을 결혼을 통해 어느 정도 극복해 냄으로써 이 소설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지만, 거기에는 그들이 결코 뛰어넘지 못한 한계점이 남아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5. 끝으로



 제인 오스틴은 이 소설에서 그녀의 비판적인 시선으로 등장인물 그 누구도 빠뜨리지 않고 객관적으로 묘사함으로써 어느 한 인물에 편중되지 않은 그녀의 인간에 대한 관심을 드러낸다. 꼭 완벽한 해피엔딩으로 여성들이 비현실적인 결혼을 위해서만 몰두해야 할 것이 아니라, 작품에서의 다양한 커플들의 가치관과 결혼방식처럼 저마다의 삶은 모두 가치가 있으며 그들의 삶에서 불가피한, 비이상적인 현실까지도 담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을 읽는 독자 그 누구에게도 각자 오만과 편견은 존재하며 그것을 어떻게, 얼마나 잘 극복하는가에 우리 삶의 행복이 결정됨을 간접적으로 말하고자 한다.




‘ 편견은 내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게 하고, 
오만은 다른 사람이 나를 사랑할 수 없게 만든다.’









[이미지 사용출처]: 오만과 편견 : 네이버 영화 (스틸컷 및 포스터)
http://movie.naver.com/movie/bi/mi/photoView.nhn?code=44728



[손정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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