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무브먼트 당당 "불행"

글 입력 2015.09.19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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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0715.JPG▲ 베세토 연극제, 사진 : 김이현
 

제 22회 베세토 연극제 한국참가작
무브먼트 당당 불행 프리뷰

불행한 시대, 불행한 기억을 지닌, 불행한 사람들의 이야기
 우리는 모든 것을 볼 수 없다. 각기 다른 것을 보고 말할 뿐이다.
내가 본 것을 당신이 보았다고 말하지만, 결국 우린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 뿐이다.
내가 보는 것을 당신도 볼 수 있겠지만 우리가 똑같이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들의 불행은 그러한 사실로부터 잉태된다.
 
 무브먼트 당당의 신작 <불행>은 서로 다른 시공간으로 이뤄진 무대에서‘불행’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연관성이  없는  사건과 인물의 모습 가운데, 관객들은 공간을 이동하며 자신이 머무르고자 하는 곳을 선택해야만 한다. 공연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들은 고나객의  상상 속에 연경되어 다른 이야기들로 재구성된다. 여러 이야기와 장면들이 쪼개지고, 흩어지고, 또 충동하는 가운데 관객들은 자신만의 공연을 완성하게 될 것이다.



IMG_0725.JPG▲ 무브먼트 당당 불행, 사진 : 김이현
 
무브먼트 당당 불행
리뷰


 연극은 주인공들의 손에 이끌려 무대로 혹은 나의 내면으로 들어가며 시작된다. 자욱한 연기를 지나면 꿈 같은 공간이 펼쳐진다. 동물 가면을 쓰고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는 배우들, 이곳이 무대인지 객석인지 모를 공간 구성, 코끝에는 절에 온 듯한 향초 냄새, 무덤이 술집이 텐트가 상자가 침대가 저마다 한 둥지를 틀고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다.

 이 카오스 같은 무대를 마주한 나도 카오스에 빠지기 시작했다.
 
이건 무슨 상황이지? 난 또 어디 앉아야 하는 거지?
마치 인셉션 세트 같은데? 근데 뭐 어쩌라는 거지.

대놓고 예술을 즐기러 온 고상한 사람들 틈에서 난 멘붕에 빠졌어요 라는 표정을 지을 수 없으니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는 표정.

‘전 예술적 감성이 아주 깊걸랑요! 내 무위의 얼굴은 이 예술을 해석하느라 고민을 많이 해서 그래요’ 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며 모든 무대를 바라볼 수 있는 높은 곳에 자리를 잡았다.

뭔가 흥미로운 이야기가 진행될 거라는 기대와는 달리

침대에서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
영업을 하러 다니는 직장인
술 먹고 떡이 된 아저씨
천국인지 지옥인지 모를 다른 세계 속 영혼들
게임을 하는 남자
허름해 보이는 아저씨

 그들은 그들만의 이야기를 그들의 공간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쏟아내고 있었다.

 관람하고 감상하는 연극이 아니다, 개입하고 스스로 만들어야 하는 연극이었다. 그렇다면 누가 가장 나의 불행과 맞닿아있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술병인지 물병인지 아니면 그냥 병인지 계속 병을 쌓는 직장인 여성을 따라가기로 마음먹었다. 영업직을 가진 듯한 여성.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영업을 시도하지만, 결과는 참담해 보인다. 술을 마시고 치킨을 먹으며 펑펑 울음을 쏟아낸다. 급기야는 한 남자를 살해한다.

 슬프고 힘들어 보이는 여자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심심한 위로는 쓰러진 병을 다시 세워주는 것뿐 선뜻 그녀의 손을 잡아주지도 괜찮을 거라는 말 한마디도 못했다. 철저하게 관객의 입장이다. 그녀의 연극을 감상하고 공감할 뿐 개입하지는 못했다. 이것은 연극이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씁쓸했다. 무대라는 경계를 허물고 관객을 관람객에서 참여자의 위치로 올려놓은 만큼, 무엇인가 개입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소심한 나는 관조를 선택했다.

 그렇게 그들의 불행에 위로하지도 안아주지도 못한 채 극은 끝이 났다. 머릿 속에서 떠나지 않는 배경음악에 집에서 가사를 찾아보았다.





Siempre que te pregunto
que cuando, como y donde
당신에게 언제, 어떻게 어디서
라고 물을때 마다

tu siempre me respondes
Quizas quizas quizas
제게 항상 대답하죠
아마도 아마도 아마도

Y asi pasan los dias
그렇게 날들은 지나가고
Y yo voy desesperando
저는 절망에 빠져갑니다

Y tu, tu contestanto
그런데도 당신은, 당신은 대답하죠
Quizas quizas quizas
아마도 아마도 아마도

Estas perdiendo el tiempo
pensando, pensando
당신은 생각하며 생각하며 시간을
잃고 있어요.

por lo que mas tu quieras
Hasta cuando, hasta cuando
제발 부탁이에요
언제까지, 언제까지..

Y asi pasan los dias
그렇게 날들은 지나가고
Y yo voy desesperando
저는 절망에 빠져갑니다
Y tu, tu contestanto
그런데도 당신은, 당신은 대답하죠
Quizas quizas quizas
아마도 아마도 아마도


후렴구 “Quizas, quizas, quizas. 아마도, 아마도, 아마도.” 뒤에 덧붙였다.

아마도 아마도 아마도 괜찮아지겠죠.


IMG_0723.JPG
▲ 무브먼트 당당 _ 불행, 사진 : 김이현
[YEEHYUN KIM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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