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러분! 모두 만나 뵙게 되어서 반가워요!”
객석 사이로 배우 김경민씨가 걸어오면서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때부터 연극이 시작되었는데 1인 연극이라 지루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인지, 아니면 무용가 최승희가 원래 밝은 성격이었는지 아무튼 최승희 역할을 활발하고, 밝게 했다. 지나치게 밝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이내 배우의 연기에 적응했다. 그러면서 ‘이 배우가 어떻게 1인 연극을 지루하지 않게 하려고 애썼을까?’를 생각하면서 연극을 보았다. 배우는 춤, 인형극을 이용했다. 춤은 무용가로서의 삶을 표현하기 위해 배운 것 같았다. 중간 중간에 아무런 대사 없이 춤만 추는 장면들이 있었는데 춤을 잘 추었다. 의상도 맞춰 입어서 볼거리를 제공했다.
인형극은 프리뷰를 쓸 때 한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 부정적인 생각이 들었었다. 모노드라마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인형극을 쓰는 것은 알겠는데 제대로 극에 집중이 될까 하는 의문에서였다. 하지만 막상 극에서 인형극을 볼 때 완전히 빠져들었다. 뒤에서 인형을 조종하는 배우 김경민은 보이지 않았다. 왜 그랬는지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스토리 때문이었던 것 같다.
‘와, 진짜 영화 같은 이야기다.’라는 말을 한번쯤은 해보았을 것이다.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영화같은 이야기. 무용가 최승희의 삶도 그랬다. 무용을 배워보겠다고 혼자 일본으로건너가 스승 이시이를 만났고, 불합리한 대접에도 끝까지 열정을 잃지 않고 무용을 배운다. 그렇지만 이시이 스승의 무용을 따라하는 수준에만 머물러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한 최승희는 고국 한국으로 돌아와 자신만의 무용을 한다.
‘무용은 자신을 표현하는 것’
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렇게 자신만의 색깔로 현대적인 무용들을 섭렵해나가고 외국에서까지 인정받아 유럽 등 전 세계에서 초청받아 공연을 하였다. 하지만 상황이 최승희를 도와주지 않았다. 최승희가 살았던 시대는 일제강점기 시대였고, 무용가로서의 삶을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일본군위문공연을 하고 일본무용을 소재로 삼았어야 했는데 이 때문에 친일파라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
전쟁이 터지고 정신적 지주였던 오빠가 죽게 되자 큰 상실감을 얻었고, 월북 중 눈을 다치게 된다. 자유가 없는 곳에서 자유롭게 춤을 출 수 없게 되자 떠나려 하지만 정부에서 그녀를 감시하며 놓아 주지 않는다. 결국 마지막 춤을 추게 되면서 축음을 맞이하고 자유로운 나비가 되고자 한다.
최승희가 역경을 딛고 조선 최고의 무용수가 되어 전 세계를 누비면서 공연을 할 때는 나도 같이 좋아서 재미있게 봤었던 것 같다. 하지만 정신적 지주였던 오빠가 죽고 나서부터는 이야기 전개가 빠르게 진행되어 급하게 마무리 된 느낌이 있었다. 갑자기 눈을 잃고 총살을 당하는 장면은 ‘왜?’라는 의문을 품게 했다. 나중에 찾아보니 남편 안막이 숙청 되고나서 최승희도 숙청되었을 것이라는 추측 때문에 그렇게 표현한 것 같다. 그리고 1시간 만에 무용가 최승희의 삶을 어렸을 때부터 죽을 때까지 표현하려고 하다 보니 시간상의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배우 김경민의 1인 연극은 인형극이 있더라도 표현하지 못하는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연기도 해야 했다. 예를 들면 조선의 기생 아니냐며 놀리는 동료 무용수들, 스승 이시이 등등이다. 한 사람이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자세를 바꾸어가며 연기하는데 어색하지 않았다. 모노드라마라 집중이 안 될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다. 모노드라마라서 오히려 무용가 최승희가 더 빛나고, 최승희에 집중할 수 있었다. 아마 연출가분도 그걸 노리지 않았을까.
연극 「불꽃처럼 나비처럼」을 보기 전에는 무용가 최승희가 누구인지도 몰랐다. 그런데 일제강점기 때 세계 전역을 돌면서 현대적인 무용을 추고, 우리나라의 춤사위를 알린 사람이었다는 것을 연극을 보고 나서 알았다. 연극을 같이 본 친구는 만화 ‘춘앵전’에서 봐서 알고 있었다고 했다. ‘춘앵전’에 나오는 임춘앵도 무용가인데, 춘앵전에서 최승희는 전성기시대 때였다고 했다.
일제강점기 시대 때 서계전역을 돌면서 춤을 출 정도면 대단한 춤꾼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나같이 모르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까. 그래서 이 연극은 의미 있었다. 우리나라의 유명했던 사람을 알게 해주었으니까! 그렇지만 아쉬운 면도 있었다. 아까 말했다시피 무용가 최승희의 삶을 전체적으로 표현하려다 보니 시간에 쫓겨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전체적인 삶 중에서 몇 부분만을 고르거나 한 시대를 골라서 길게 늘였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공연정보
공연명 불꽃처럼 나비처럼공연기간 2015년 9월 4일(금) ~ 12일(토)공연장소 국립극장 별오름극장공연시간 화~금 저녁 8시 / 토 4시, 7시 / 일 4시 / 월 휴관티켓가격 전석 30,000원러닝타임 70분공연문의 한강아트컴퍼니 02-3676-3676,3678
출처
사진출처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