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포은아트홀에서 8월 11일~12일 동안 진행된 상트 페테르부르크 국립 아이스발레단의 내한공연! 햇살이 뜨거웠던 12일, 기나긴 분당선과 뜨거운 햇빛을 헤치고 포은 아트홀에 도착했다. 죽전역 바로 옆에 위치해 있어 공연장 접근성은 굉장히 좋았다.
포은아트홀 안은 어린이들과 같이 온 부모님들로 북적북적했다. 아기는 천사의 모습을 한 악마가 아니던가! 아마 힘겨운 감상이 되리라고 직감했다. 안내받은 좌석에 앉아 무대의 커튼 사이로 슬쩍슬쩍 보이는 아이스링크를 보며 어떤 공연이 펼쳐질 지 그려보며 시작을 기다렸고, 곧 장내가 어두워지며 음악이 흐르고 공연이 시작되었다.
1막에서는 구박받는 신데렐라가 노파에게 온정을 베풀어 획득한 요정찬스로 무도회장 메이크오버를 받는다. 이 장면에서 사람처럼 표현된 식기들이 익살스럽게 표현되는데, 손에 불을 단 촛대가 막이 끝날 때 까지 손을 반짝반짝하고 흔드는 모습이 포인트다. 신데렐라가 식기와 장식을 닦으며 춤을 추는 장면은 디즈니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의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이렇듯 우리에게 익숙한 레퍼런스로 공연은 더욱 풍성하고 친근해진다.
<미녀와야수>의 한 장면.
2막은 화려한 무도회에서 사랑에 빠지는 신데렐라와 왕자, 그리고 열두시가 지난 후 신데렐라를 찾아다니는 왕실, 마침내 재회하는 왕자와 신데렐라를 보여준다. 1막에서 볼 수 없었던 예쁜 의상과 군무, 화려한 기술 등이 2막에서 등장한다. 기대했던 무도회의 군무는 생각보다 완성도가 낮았지만 생각지 못했던 요정 군무가 2막에서 등장해 눈을 즐겁게 했다. 2막에서는 특히 시간이 흘러감을 표현하는 빨간 옷의 시계 캐릭터가 장면의 전환 때마다 나와서 화려한 기술을 선보이는데, 힘있는 스케이팅과 익살스러운 연기가 눈에 띈다.
화려한 기술과 스피디한 스토리 전개로 1막에서 늘어져있던 텐션을 끌어올린 후에는, 대망의 마지막 장, 신데렐라와 왕자의 아이스댄싱, 발레로 치면 파드되이다. 은반 위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순백의 의상을 입고 추는 우아한 춤은 아름다웠고, 우리 모두가 간직하고 있는 동화의 해피엔딩 판타지를 일깨우기에 충분했다.
공연은 전반적으로 위와 같이 전개되었고, 몇몇 씬의 화려한 피겨스케이팅 기술, 요정의 아름다운 의상과 하이라이트 페어와 같이 좋은 감상포인트도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각각의 포인트는 좋았으나, 전반적인 극의 진행에서는 아쉬운 부분이 많이 보였다.
극의 전개를 간단히 정리하자면, 1막은 설정과 이야기의 전달에 초점을 맞춘 듯 했고, 2막의 변신 장면과 무도회 장면에서는 발레의 우아함을 더한 군무를, 2막 후반부에서는 스케이팅의 기술을 선보이는 구성이었다. 아마 이것이 공연 측의 의도가 아니었을까. 하지만 안타깝게도 의도대로 무대가 전개되지는 않았다. 1막의 예술성과 테크닉을 제외한 이야기 전달은 지루했고, 2막 1장의 예술성은 그 기반이 되어 줄 기술의 부족으로 제대로 표현되지 않았고, 2막 2장부터의 테크닉은 오직 '테크닉만을 위한', 극의 개연성을 망가뜨리는 진행으로 이어졌다.
또 한가지 아쉬웠던 점은 무대의 크기였다. 용인 포은아트홀의 무대 크기가 원래도 그렇게 큰 사이즈는 아닐 뿐더러 아이스쇼를 하기에는 더욱 부적절한 곳이었다. 무대 위에 링크를 재현하는 것은 좋았으나, 여건 상 링크를 그대로 옮겨오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아이스발레 공연을 기다리며 기대했던 것은 아이스쇼의 화려한 기술과 발레의 우아함이 더해진 공연이었다. 하지만 실제 공연에서 느낀 것은 조금 달랐다. 기본적으로 스케이트를 신고 움직이는 만큼 발레처럼 칼같이 동작을 맞추기 어려울 것이라고는 생각했으나, 아이스 발레가 칼같은 군무를 버리고 얻어야 할 것은 시원한 움직임과 화려한 기술 등일 텐데, 작은 무대 탓에 배우들은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없었고, 따라서 그러한 장점마저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공연 외적으로 아쉬웠던 부분은 공연 시작 전부터 걱정했던 관객의 관람 매너였다. 아무래도 아이들이 많이 보러오는 공연이다 보니 방해 없이 집중하여 공연을 관람하기가 힘든 환경이었다.
공연을 관람한 후 느낀 점에는 공연 자체에 대한 좋은 느낌과 아쉬웠던 점도 있었지만, 주최 측의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다. 프리뷰를 쓰면서 참고했던 홍보 자료들의 포인트는 이 공연의 형식, 즉 '아이스발레'라는 것이었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피겨스케이팅의 역동성과 발레의 우아함, 예술성을 기대하게 된 것이었다. 하지만 실제 공연은 기술이나 예술성 보다는 이야기의 전달에 치중한 느낌이었고, 2막 2장에서 피겨스케이팅 기술을 끼워넣으려 하다보니 극의 진행이 어색해지기까지 했다. 공연 홍보의 포인트가 '발레와 아이스 쇼의 만남'이 아니라 '신데렐라라는 이야기의 색다른 전달'이었다면 관객과 공연 측의 미스커뮤니케이션도 발생하지 않고 관객들도 기대했던 공연을 보며 더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여러모로 아쉬웠지만, 그래도 극 곳곳에 이들이 보여주려 했던 각각의 포인트를 느낄 수 있는 곳이 남아있다. '신데렐라'라는 이야기를 좋아하고, 그 이야기의 새로운 전달을 기대하고 간다면 괜찮은 공연이 될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아이들에게 문화예술의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는 기회로서도 괜찮은 공연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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