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기억의체온
연극을 보기 전에
줄거리와 포스터만으로 연극을 상상했을 때는
어딘가 조금 따분하고 과하게 진지한 연극이 아닐까 생각했었다.
에피소드적인 요소보다는 조금 윤리적이고 철학적인 내용이 주를 이뤄
이해하기 어렵고 머리를 굴려야될 것 같았다.
하지만 연극은 생각 외로 코믹과 진지함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더라.
특히 야마다 데루오 역을 연기하신 김태완 배우분께서 연극의 감초역할을 톡톡히 하셨다.
여주인공의 오빠였는데 집에서 게임하고 만화책 보며 재미를 찾는
한심하지만 밉지만은 않은 연기를 재밌게 잘 하신 것 같다.
또 오가와라 가즈오 역을 맡으신 조재준씨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옆집에 이사온 청년 역할이었는데 너무 귀여우시고 작아서 포켓보이 같았다(ㅋㅋ).
이번 연극이 데뷔작이신데 앞으로 다른 연극에서도 많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 외의 다른 분들도 연극 안에서 가진 캐릭터들이 굉장히 뚜렷해서
각 인물이 등장할 때 집중도 잘 되고,
누구하나 없어선 안될 연극의 톡톡한 존재감을 가지신 듯 했다.
연극을 보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부분은 무대 연출이었다.
처음에는 잔디밭 옆에 세워진 그저 칸막이나 집 벽 정도로만 생각했던 흰색 판넬이
연극 안에서 자유롭게 공간을 연출하고 변신하는 모습이 인상깊었다.
벽을 뒤쪽에 세워 무대 앞쪽을 집 내부로 연출하고
또 밖에서는 집으로 찾아오는 인물을 공간을 나눠 보여주기도 하고,
또 벽을 양쪽으로 세워 집 앞 현관과 집 입구를 표현하기도 했다.
우리가 사실이라고 믿는 것들은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일까?
내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어쩌면 내가 만들어낸
환상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고 생각하니 어딘가 섬뜩했다.
인간이 실수는 할 지라도, 없는 걸 있다고 생각하고 그게 또 사실이 되는,
그렇게나 큰 오류가 집단으로 이루어질 수도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좀 먹은 것이다.
그래서 누군가를 만났을 때는
나의 주관적인 생각이 그 사람의 인격이나 모습을 함부로 평가하지 않도록
혹은 그래도 좀 더 객관적일 수 있도록
편견 없는 마음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내 마음에 '주관'이라고 규정된 판단근거들이
점점 더 많은 환상을 만들고
왜곡하지 않도록 말이다.
'기억의 체온'은 예상을 깨고 나에게는 손꼽히게 재밌던 연극이었다.
심오한 주제와 깨달음을 주지만 또 그걸 푸는 방법이 그렇게 무겁지도 않다.
줄거리를 따라서 즐겁게 웃다가,
그간의 의혹들이 풀리는 순간에는
확 와닿는 의문과 깨달음들에 까암짝! 놀라게 될 것이다.
이 연극의 매력을 느끼는 바로 그! 포인트다.
정신 바짝 차리고 살아야겠다!
내가 내 주변사람들의 도플갱어를 만들면 안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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