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문장의 힘-「그리고 사랑을 보다」

정윤희 쓰고 김은기 그린, 그들의 감성 에세이
글 입력 2015.07.2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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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문장의 힘-「그리고 사랑을 보다」
정윤희 쓰고 김은기 그린, 그들의 감성 에세이
그리고 사랑을 보다 표지 (등포함).jpg
 
순대 간과 허파, 곱창볶음, 북어국...내가 먹지 않는 음식이다. 그럼에도 일년에 대여섯번 정도는 저 음식들을 조금씩이나마 먹어보곤 한다. 나이가 들면서 취향이 변하기도 하듯, 입맛 역시 변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베어 물은 먹거리에 역시나 하며 젓가락을 내려놓기도, 생각보다 괜찮은데 하며 다시 한 번 수저를 움직여보기도 한다. 이에 곱창볶음과 북어국은 더이상 기피하지 않는 수확을 거두기도 했지만 순대 간과 허파는 여전히 멀리하고 있다. 앞으로 간과 허파를 좋아하게 될지, 싫어하지 않게 될지 알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주기적으로 먹어볼 예정이다.

 음식 얘기를 이렇게 구구절절 늘어놓는 것은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이유와도 연관이 있다. 개인적으로 에세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나 감성 에세이는 더더욱 좋아하지 않는다. 진실로 위로가 되는 건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한마디 말보다는 청춘이 아플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한 통찰이 담긴 글이나 아픈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의 모습이 담긴 이야기라고 보는 입장이다. 이 책을 찾은 건 주기적으로 순대 간을 맛보는 이유와도 같다. 타성에 젖은 것은 아닐까하는 스스로에 대한 의심.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을 통해 에세이, 특히 감성적인 에세이라는 장르를 좋아하게 되었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재미있는 점은 저자가 문학을 상당히 지향한다는 것이다. 프롤로그에서 언급된 '소설에 대한 열망'이라는 표현만을 보더라도 그녀가 문학에 대해 상당히 큰 애정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에 에세이 속 많은 이야기에서는 그녀가 본 소설의 한 부분이나 시가 인용되고, 때때로 저자는 그 인용구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때문에 읽는 중 리뷰 모음을 보고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종종 들곤 했다. 누군가의 일기장을, 누군가의 사계절을 엿보는 듯한 느낌으로 글을 읽어 내려갔다. 에세이와 일기의 차이를 구분하기 애매하기야 하지만 솔직한 마음으로는 에세이보다는 일기에 가깝다는 생각이다. 


홍보용 김은기 그림.jpg
 

 그 속에서 이 한 권의 책의 의미를 찾자면, 그 안에 들어 있는 몇몇 문장에 들어있는 힘을 들 수 있겠다. 그 중 한 구절을 인용하며 글을 마친다.



새해 아침, 며칠 째 꽃병에 꽂아 두엇던 화초가 생명을 견디고 있다. 새로운 물로 갈아주었다. 인생을 사는 일은, 화병에서 아름다움을 뽐내는 화초처럼, 꿋꿋이 견디는 것이리라. 생명이 사드라들 때 까지. 그렇게 산다는 것은 인생의 계절을 견디는 일이다.



[조은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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