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한복, ‘제대로’ 일상에 빠지다.[문화 전반]

일상한복이 떠오르고 있다.
글 입력 2015.07.19 22:58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한복이 변화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한복은 일년에 한 두 번, 명절이나 큰 행사가 있는 날에 예를 갖추어 입는 전통 의복에 지나지 않았다. 물론 전통 한복을 간소화시킨 개량한복도 존재했다. 하지만 개량한복은 전통예술 관련 종사자나 노년층이 주로 입는 옷이라는 인식이 강했고, 일반인들 사이에서 개량한복을 입고 다니는 경우는 드물었다. 


korean-traditional-clothes-Hanbok-leesle-feature.jpg
▲한복을 모티브로 한 캐주얼 브랜드 리슬


그러나 최근 젊은 세대를 주축으로 한복에 새로운 바람이 일고 있다. 실용성을 강조하고 다양한 재질과 디자인을 적용한 일명 생활한복, 일상한복이 떠오르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변화를 이끌어 낸 생활한복의 매력은 무엇일까? 



첫 번째는 간소화와 실용성이다.

한복은 한민족의 역사와 전통, 선조들의 정신을 담고 있는 의복인 만큼 그 속에 내재된 뜻과 의미도 다양하다. 여자 한복의 경우 과거에는 저고리 고름이 자주색이면 남편이 있다는 뜻, 소매 끝동이 남색이면 아들이 있다는 뜻이었다. 그래서 옷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거나 상대의 상황을 짐작했다고 한다. 또한 한복은 옷을 입는 과정 하나 하나에도 예와 격식의 미덕이 드러난다. 그렇기 때문에 서양의복과 비교해 착용 절차가 복잡하다. 일단 속바지, 버선, 속치마, 겉치마 순으로 입고, 그 후에 속저고리와 겉저고리를 입는다. 그리고 정해진 방법에 따라 옷고름을 맨다. 

이것이 한복을 일상복으로 택하기 힘든 가장 큰 이유가 아니었나 싶다. 옷을 고르는 데에 있어서 제약이 크고, 입는 과정이 까다롭다는 점, 실용성이 떨어진다는 점 말이다. 그러나 생활한복은 유연하고도 파격적으로 이 틀을 깼다. 전통한복의 이미지를 충실히 반영하되 절차와 입어야 하는 가짓수를 간단히 한 스타일이 있는가 하면 우리가 일상에서 입고 있는 셔츠, 재킷, 원피스를 모티브로 한국적 감각을 더한 새로운 스타일도 등장했다. 한복이 일상 속에서도 입고 활동하기 편하게 간소화되고 실용적으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는 가격이다.

예로부터 한복은 개개인의 체형을 고려하여 한 땀 한 땀 수작업으로 지었다. 그렇기 때문에 ‘한복=맞춤옷’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전통 한복의 소재도 대부분 비단을 사용해왔다. 따라서 가격은 당연히 비싸질 수 밖에 없고, 맞춤 한복 한 벌의 가격은 몇 십만 원에서 많게는 백만 원을 호가한다.  

이에 반해 생활한복은 기성복과 같은 사이즈 분류표를 마련하여 선택의 폭을 줄였다.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자신에게 맞는 사이즈를 골라 주문하면 된다. 이러한 편리성을 바탕으로 생활한복 시장은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다. 점포를 따로 두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제품의 가격이 저렴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좀 더 실용적인 원단을 사용하여 원가를 절감하기도 한다. 비단과 모시 대신에 가격대비 성능이 뛰어난 면이나 인견을 사용하는 곳이 많다. 이뿐만 아니라 패브릭 원단이나 레이스 등 다양한 소재를 접목 시킴으로써 신선하고 독창적인 생활한복이 등장하고 있다.


소단.jpg

23.jpg
▲ 데일리 한복 브랜드 소단


혹자들은 이런 한복의 변화에 대해 불만을 표출한다. 옛 모습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변형된 한복이 진정 우리의 한복이냐고 묻는다. 하지만 반대로 그들에게 묻고 싶다. 과연 ‘제대로’란 무엇일까?  격식이나 규격대로? 원래 그 상태로? 그렇게 된다면 한복은 영영 옷장 속으로, 우리의 추억 저편으로 사라질지도 모른다. ‘제대로’ 입어야 하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자. 시대의 흐름과 요구에 맞게 변화시켜 우리 것을 살려내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제대로’ 한복을 입는 것이다. 



[황수지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