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부모님은 귀찮아 하셨을 어렸을 적 나의 습관은 잠자기 전 책 한 권을 들고 와 부모님께 읽어달라고 조르는 것이었다. 쉽게 질려 하는 지금과는 달리 그 때는 읽고 보고 골백번은 들은 그 이야기들이 들어도 들어도 질리지 않았다. 기억에 남는 추억 속의 동화들을 몇 가지 소개하고 추억 컨텐츠가 범람하는 올해, 추억의 한 부분을 돌이켜 보고자 한다.
잼 바른 빵과 프란시스
글 러셀 호번 /그림 릴리안 호번 /옮김 이경혜 /비룡소
귀여운 일러스트의 이 동화는 ‘프란시스는 잼만 좋아해’라는 이름으로 여전히 출간되고 있다. Bedtime for Frances(잘 자라, 프란시스), A Baby Sister for Frances, Bread and Jam for Frances(프란시스는 잼만 좋아해), A Birthday for Frances, Best Friends for Frances, A bargain for Frances(너, 정말 이러기야?) 등 총 6권에 달하는 프란시스 시리즈 중 아쉽게도 나는 ‘잼 바른 빵과 프란시스’만을 접했다.
이 책은 잼 바른 빵만 좋아하는 프란시스의 대한 이야기이다.
프란시스는 “음식마다 맛이 다른데, 괜히 모르고 먹었다가 맛없으면 어떡해? 하지만 잼은 언제 먹어도 맛있는걸.”이라며 다른 요리들은 전혀 먹지 않고 잼 바른 빵만을 먹지만 엄마는 꾀로 결국엔 다른 음식들도 맛있게 먹게 되는 것으로 끝이 난다.
편식만 하는 아기 곰 프란시스의 이야기는 특히나 그림이 예뻐 고이고이 아끼면서 보았던 책이다. 프란시스가 스파게티를 먹던 장면, 줄넘기를 하는 장면, 여동생 글로리아가 삶은 달걀을 맛있게 먹는 장면 등은 몇 년이 지나도 생생해서 제목까지 잊지 않고 있었다. 편식을 없애려는 의도로 만든 것 같은 책이었지만 엉뚱하게도 나는 어렸을 적 프란시스에 논리에 감탄에 자주 모르고 먹었다가 맛없으면 어떡해? 라는 소리를 자주 해서 엄마를 뒷목 잡게 했다.
숲속의 숨바꼭질
하야시 아키코 그림, 고광미 옮김 / 한림출판사
황금빛 가을, 여자아이는 오빠와 술래잡기를 하다 숲속으로 들어가게 되고, 숨바꼭질 요정을 만나 요정과 동물들과 숲속에서신나게 숨바꼭질을 한다.
이 책 역시도 글을 모르던 시절부터 읽어달라고 엄마에게 조르던 책들 중 하나이다. 해리포터 뺨 치는 판타지 스토리에 감탄에 감탄을 거듭하면서 봤다. 그림 속에 숨어 있는 숨바꼭질 요정, 곰, 족제비, 다람쥐, 원숭이, 사슴 등을 찾는 재미도 꽤 쏠쏠했다. 시간이 지나 대형 서점에서 같은 내용의 다른 출판사 책을 발견했지만 다른 그림이 그려져 있어서 아쉬웠다.
숨어 있는 여우와 족제비, 곰
숨어있는 사슴, 원숭이, 부엉이
숨어 있는 숨바꼭질 요정
룸펠슈틸츠헨
이 이야기는 옛날부터 존재하던 독일 민화를 그림형제가 수집해 정리한 것으로 이후 여러 버전으로 수정, 각색이 이루어졌다.
룸펠슈틸츠헨(독일어:Rumpelstilzchen)은 난쟁이의 이름으로, Rumpel[영어 rumble]은 덜컹덜컹 덜거덕덜거덕 거린다는 의성어이고, Stilzchen의 어원은 불확실하지만, stilz는 '대말(두 다리를 걸터타고 끌고 다니는 막대기)'이라는 뜻의 Stelze와 어원이 같은 말이고 -chen은 작은 것에 붙는 접미사이다. 따라서 Rumpelstilzchen을 풀이하자면 '덜컹덜컹 소리를 내는 절뚝발이 난쟁이'라는 뜻이 된다.
옛날 한 방앗간 주인이 자신의 딸은 짚을 물레로 자으면 황금으로 바꿀 수 있다고 거짓말을 했다. 그 근처를 지나던 황금을 좋아하는 왕은 그 말이 사실인지 시험해 보기로 하고 방앗간 주인의 딸을 왕궁으로 데려왔다. 딸에게 방안 가득한 짚과 물레를 준 왕은 사흘 후 아침까지 짚을 황금으로 바꾸지 못하면 살려두지 않겠다고 말했다. 시름에 빠진 딸 앞에 난쟁이가 나타나 짚을 황금으로 만들어줄 테니 대가를 달라고 말했다. 딸은 난쟁이에게 첫째날은 목걸이를, 둘째날은 반지를 주었고 난쟁이는방안 가득했던 짚을 황금으로 만들어 주었다. 왕은 황금을 보고 몹시 기뻐하며 마지막 하루도 성공하면딸을 왕비로 삼겠다고 말했다. 그날 밤에도 난쟁이는 딸을 찾아왔지만 딸은 더 이상 줄 것이 없었다. 난쟁이는 왕비가 되어서 낳은 첫 아기를 달라고 요구했고 딸은 결국 그 제의를 받아들였다. 다음날 왕은 이번에도 황금이 있는 것을 보고 약속대로 딸과 결혼했다. 1년후, 왕비가 된 딸은 아기를 낳았고 난쟁이가 약속했던 아이를 받으러 찾아왔다. 왕비는 아기를 데려가지 말라고 사정했고 난쟁이는 사흘 내에 자신의 이름을 맞추면 아이를 데려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왕비는 자신이 아는 모든 이름을 말해보았고, 신하를 시켜 나라 안의희귀한 이름도 찾게 시켰지만 난쟁이의 이름을 맞출 수가 없었다. 사흘째 되는 날, 왕비의 신하는 숲에서 이상한 노래를 부르는 난쟁이를 발견했다고 보고했다. 그난쟁이가 부르고 있었던 노래는 그의 이름 룸펠슈틸츠헨이었다. 마지막으로 아기를 데리러 온 난쟁이에게왕비는 그의 이름이 룸펠슈틸츠헨이라는 것을 맞추고 분노한 난쟁이는 자신의 몸을 두동강내 버렸다. 이렇게 이름을알아맞히면, 그 이름의 본인이 파멸한다는 사상은 아직도 퍼져 있다.
(출처: 위키백과 '룸펠슈틸츠헨')
어렸을 적 부모님이 너무도 실감나게, 난쟁이가 노래하듯 말하는 "내 이름이 룸펠슈틸츠헨이라는 건 아무도 모르겠지~?"하고 말하는 어조나 말의 높이 따위의 것들이 신기하게도 다 기억이 난다. 이 아기를 잡아가는 무서운 난쟁이 때문에 나는 여전히 난쟁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백설공주의 난쟁이도!)
마법사의 제자
마법사의 제자는 괴테의 발라드에 기반을 둔 시이며, 이 시를 바탕으로 프랑스 작곡가 폴 뒤카가 만든 동명의 관현악 곡이 유명하다. 괴테라니!!!!!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 파우스트를 쓴 사람이 마법사의 제자를 썼다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어느 날 마법사의 제자가 주인이 집을 비운 것을 기회로 평소에 배운 마법을 시험해 보려고 생각한다. 그래서 주문을 외자 순식간에 방을 청소하는 빗자루에 팔다리가 생겼고, 이어서빗자루는 젊은이들처럼 기운이 넘쳐 부지런히 물을 길어 온다. 얼마 후 가마솥에 물이 가득 차서 제자는마법을 풀려고 했으나, 제자는 그 순간 중요한 주문을 잊어 몹시 당황한다. 빗자루는 상관하지 않고 부지런히 일을 계속하여, 마침내 물은 마루바닥에 넘치기 시작한다. 참다 못한 제자가 빗자루를 두 개로 부러뜨리자, 두 도막이 된 빗자루는 점점 속도를 더해 두 배의 물을 날라온다. 새파래진제자는 ‘이제는 주인을 불러서 마법을 풀어달라고 하는 수밖에는 없다’고깨닫고, ‘어서 돌아와 주십시오’하며 열심히 빌기 시작한다. 그때 주인 마법사가 급히 돌아와 마법을 풀어 준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교향시 「마법사의 제자」 )
- 폴 뒤카의 '마법사의 제자 듣기
후에 디즈니 애니메이션 ‘판타지아’의한 에피소드로 등장했으며 이후 빗자루가 마법으로 움직인다는 모티프는 디즈니 여러 작품에서 자주 등장하기도 했다.
- 디즈니 판타지아 '마법사의 제자' 편 보기
추억을 되새기며 살아간다는 말이 이해가 가는 요즘이다. 무한도전에서 90년대 스타들이 재조명되고, 마이리틀텔레비전에서는 종이접기아저씨로 유명한 김영만 아저씨가 나와서 주목을 끌었다. 나와 한 시대를 함께 보냈던 추억 속의 인물들을 만나는 것은 참 반가운 일이다. 꼭 인물들이 아니어도 그렇다.
오랜만에 이제는 까마득한 어린 시절에 뒤적이던 책들을 다시 꺼내 보며 나의 지난 날들을 떠올려 보았다. 그때는 맛있게 먹는 프란시스를 보며 입맛을 다시고, 숨바꼭질 요정을 만나는 꿈을 꾸고, 혹시라도 만나는 일이 있을까 노심초사하며 룸펠슈틸츠헨이라는 이름을 열심히 외웠다. 움직이지 않는 빗자루를 보며 고민에 빠지기도 했다. 그때는 참 아무렇지 않은 일들에 까르르 즐거워했다. 그때의 나는 모든 것들이 궁금했고 내가 알게 되는 모든 것들에 놀라워했다.
우리는 항상 과거를 그리워하며 살아간다. 정말 과거가 빛났었을 수도 있고, 과거는 추억으로 미화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어쩌면 우리가 그리워하는 것이 과거가 아니라, 사소한 것에도 즐거워했던 내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우리는 과거로 되돌아갈 수 없지만, 과거와 같은 마음을 가질 수는 있다. 아이와 같은 마음을 가지는 것이다. 예쁜 그림책을 보며 즐거워하고, 개울가를 보며 종이배를 띄울 생각을 하는, 여유를 갖는 것이다.
때로는 단순한 생각이 정답을 가져온다. 세상에 치여 복잡하고 초조한 하루하루를 살지만, 하루 쯤은 과거에 가졌던 그런 걱정없는 마음을 가지고 내 마음에도 추억과 같은 휴가를 주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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