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프리다 칼로를 (그림으로) 만나고 왔습니다.

: 그녀의 세계는 매력적이었습니다.
글 입력 2015.07.06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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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마미술관의 프리다칼로전. 나의 소마미술관 첫 방문이었고,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원색의 예쁜 벽이 눈에 띄었다. 이 구조물은 지금은 미술관으로 쓰이고 있는 실제 프리다칼로의 집을 재현한 것이라고 한다. 좋은 포토존이니 관람하는김에 인생사진도 건져 보면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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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을 찍던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고, 전시장에 들어섰다.

 프리다칼로, 그녀의 화면에서는 그녀의 개인사적 불행과 절망으로 인한 강한 감정, 느낌들과  그러한 것들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방식을 볼 수 있었다. 그녀의 그림에서는 그녀가 느낀 절망과 고통, 그리고 현실에서 고통속에 바스러지는 자신을 화면속에 붙잡아두려는 모습에서 보이는 강한 의지가 함께 느껴졌다. 강한 의지와 두려움은 결코 다른 말일 수 없다. 그녀의 그림을 보면 새삼스럽게도 그 두 단어가 얼마나 가까이에 있는지가 느껴졌다. 이렇게 자신의 세계를 화폭에 붙잡아두는 행위 자체 뿐만 아니라 그녀가 사용하는 코드에서도 생명력을 찾는 것이 느껴지는데, 그녀의 그림에서 확연하게 느껴지는 코드 중 하나인 '멕시코적인 것'에서 그 생명력을 느낄 수 있다. 멕시코적인 원색과 강렬한 생명력은 그녀의 꺼져가는 생명의 불씨와 대조되어 그 비극성을 더 강화시킨다. 

 표현의 방식에 있어서는, 프리다 칼로는 자신의 감정과 느낌을 '현실의 초현실적 재현'이라는 방식으로 그려냈다. 다만 프리다칼로 자신은 그녀의 그림이 초현실주의로 불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것이, 그녀의 화면에 등장하는 모든 고통과 의지는 그녀의 세계 안에 분명히 존재하는 '현실'이다. 단순히 눈에 보이는 '현실', 사진에 담기는 '현실'이 아니라고 해서 그녀가 느끼는 가장 현실적인 세계를 '초현실'이라고 명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나라도 내가 그려낸 가장 '현실적'인 나의 세계를 그 형식이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표현하는 형태라고 해서 초현실주의의 일부로 치부해 버린다면 나를 부정당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을까. 

 글, 그림, 노래, 그 외의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을 드러낸다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나는 항상 무엇인가 내 손끝에서 나오는 것들을 마주보는 것을 두려워해왔다. 애석하게도 우리는 나 바깥의 세계를 보는 것 만큼 내 안의 세계를 잘 보지 못하기에, 내 손끝에서 흘러나오는 익숙하지 않은, 포장될 수 없는 날것들을 마주할때면 나는 항상 벗은 듯한 부끄러움을 느낀다. 자신을 드러낸다는 것은 자신을 치열하게 응시하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을 마주한다는 것은 그 거부감과 두려움에 맞선다는 것이기도 하고. 그래서 나는 자신을 마주볼 용기가 있는 사람들, 그러한 용기가 느껴지는 작품을 보면 내가 하지 못한 것을 이루어낸 누군가에 대한 존경심이 생긴다. 프리다칼로는 그러한 자기응시를 가장 용감하게 해낸 화가였다. 

 그녀의 그림 외에 전시 자체에 대해서 말하자면, 사실 '프리다 칼로展'이라는 타이틀은 조금 어울리지 않는 전시였을지도 모르겠다. 애초에 전시된 작품들이 겔만 부부의 컬렉션이기도 하고, 이 전시의 많은 부분을 프리다칼로의 작품이 구성하고 있지만 디에고 리베라, 멕시코 미술, 벽화운동, 큐비즘과 같은 키워드도 이 전시의 무시할 수 없는 큰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완전한 '프리다 칼로展'을 기대하고 간다면 부족함과 아쉬움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전시에서 펼쳐내는 프리다 칼로 이외의 키워드들도 모두 프리다칼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중요한 것들이다. 그녀가 아니라 그녀의 세계를 감상한다는 시각으로 받아들이면, 조금 더 즐거운 관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러한 시각에서 보면 전반적인 전시의 흐름이나 책의 챕터를 넘기는 듯한 전시 구성 자체는 좋았다. 또한 회화 작품 외에도 그녀가 했던 말이나 그녀의 세계를 보여주는 다양한 컨텐츠들이  자칫 부족할 수 있는 부분을 채워주는 듯 하다. 다만 각 작품 옆의 설명이나 디테일한 큐레이팅이 아주 깨끗하지는 못했던 것은 아쉬웠다. 

 그녀의 세계를 경험하는 것은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만 같다. 워낙 그녀의 삶 자체가 드라마틱하기도 했지만, 그러한 '드라마'는 사실 누구나가 겪어내는 것이다. 다만 그녀가 죽음과 고통, 인내 따위를 조금 더 가까이서 경험했던 것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점이 관객으로 하여금 그녀의 세계에 더 몰입하도록 만든다. 새로운 친구를 만난다는 가벼운 느낌으로도 좋고, 그런 마음으로 만나 생각지도 못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어도 좋다. 그저 나는 그녀를 만나는 것이 꽤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전시 개요
 
전 시 명 : 프리다 칼로_절망에서 피어난 천재 화가
전시기간 : 2015. 6. 6.() ~ 2015. 9. 4.()
주 최 : 조선일보, 국민체육진흥공단
주 관 : 소마미술관, PIALUX INC, 한솔BBK
전시장소 : 소마미술관 1~5전시실
전시작가 : 프리다 칼로, 디에고 리베라 등 총 12
출 품 작 : 회화, 드로잉, 사진, 장신구 등 총 100여점
[조아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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