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작가로 읽는 문학-섬뜩한 아름다움, 오정희[문학]

글 입력 2015.06.08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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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로 읽는 문학

-섬뜩한 아름다움, 오정희



문학평론가 김현은 오정희의 글을 ‘살의(殺意)의 섬뜩한 아름다움’이라 표현했다. 그만큼 오정희의 글에는 칼날을 연상시키는 날카로움이 있다. 문학이 가진 예민하고 허약한 이미지보다는 단단하고 매서운 인상을 풍긴다는 점에서 오정희의 글은 매력적이다. 오늘은 오정희의 소설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일상을 비일상으로 변모시키는, 그로테스크한 매력이 있는 오정희의 글, 그에 어떤 특징이 있는지 알고 오정희의 글에서 느낄 수 있는 낯선 감정에 친숙하게 다가가보고자 한다.



①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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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희 작가는 연령대별로 나누어 여성의 삶을 그려내었다. 특히 소설집 『유년의 뜰』 주인공의 나이순으로 작품을 배치하여 연작처럼 읽히기도 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유년의 뜰」로 시작하여 「중국인 거리」, 「저녁의 게임」, 「어둠의 집」, 더 나아가 「옛우물」에 이르기까지 나이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대응 방식 등을 통해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작가와 작품 속 인물의 연령대가 어느 정도 연관이 있다는 점을 참고할 때, 작가는 작가와 작품 간의 유기적인 관련 속에서 여성의 성장을 그려내고자 하였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다소 비정상적으로 보이고 불안정한 초기 소설 속 인물들이 점차 안정화되어가는 것을 보며 작가의 변화하는 인식 혹은 삶에 대한 태도를 엿볼 수도 있을 것이다.



②대립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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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거리」에서는 남성과 여성, 죽음과 탄생 간의 대조적인 구도가 나타난다. 이러한 대립구도는 오정희 작품에 일반적으로 등장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저녁의 게임」에서 아버지와 ‘나’는 서로 적대적이다. ‘나’는 어머니에 대한 죄책감과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증오심으로 인해 아버지와의 관계를 고의적으로 차단한다. ‘나’와 아버지는 게임의 상대일 뿐 그 어떤 교감도 없다. 이러한 관계의 차단은 「어둠의 집」에서도 드러난다. 자식과 어머니는 서로 단절되어 있다. 관계의 단절에 의해 발생한 적대적 구도와 더불어, 「어둠의 집」을 빛과 어둠이라는 대립적 구도에 따라 작품을 도식화하는 것도 가능하다. 오정희의 작품은 ‘남성 vs 여성’과 같은 관계의 단절, 혹은 ‘죽음 vs 탄생’과 같은 관념에 대한 인식에 있어서 대립적인 구조를 보인다.



③죽음/ 불구의 모티프


죽음과 불구는 오정희 소설에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모티프이다. 두 모티프는 오정희 작품 특유의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조성할 뿐만 아니라, 인물에게 행동이나 감정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죽음이 모티프로 등장하는 오정희의 작품에서 죽음은 주로 트라우마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중국인 거리」에서 '나‘는 계속해서 죽음을 보며 여성에 대해 거부감을 느낀다. 죽음이라는 트라우마적 경험으로 인해 여성성을 기피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저녁의 게임」에서 어머니는 아버지에 의해 점차 죽어갔다. ’나‘는 어머니의 죽음에 역시 트라우마를 경험한다. 그리고 ’나‘는 이 트라우마에 대한 책임을 아버지에게 묻는다. 이에 비정상적인 성관계를 맺거나 아버지와 적대적인 관계를 유지한다.


불구라는 모티프 역시 종종 사용된다. 오정희의 데뷔작인 「완구점 여인」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완구점 여인」의 ‘나’는 어릴 적 죽은, 다리를 못 쓰던 남동생에 대한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에 육체적 불구를 지닌 여인에게 이끌린다. ‘나’는 죄책감을 해결하지 못하고, 도둑질을 하거나, 선 채로 오줌을 누고 싶어 하는 등 비정상적인 행동을 한다. 이는 ‘나’ 역시 상처가 아물지 않은 정신적 불구이기 때문일 것이다.


오정희 소설의 주된 모티프인 죽음과 불구는 작품 속 인물이 지니는 불안감으로 이어진다. 오정희의 많은 작품에 죽음과 불구가 나타나기에 오정희 소설에 불안의식이 자주 등장하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에 불안의식은 오정희 소설의 주제 의식과도 맞닿아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더불어 다소 괴기스럽기도 한 모티프에 의해 내면 깊숙이 숨겨져 있던 자아를 건드려질 수 있다는 점에서 모티프에 대한 탐구는 의미가 있어 보인다.



독자는 오정희 글 속의 주인공을 독특하고 특수한 존재로 보아야 할까, 보편적인 존재로 이해해야 할까. 빈 교실에서 도둑질을 하고, 서서 오줌을 싸고 싶어 하는 여자 아이는 분명 정상적이라 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이 이해할 수 없어 보이는 아이가 경험한 충격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 소설을 읽다 독자는 문득 발견하고 말 것이다. 아이의 충동이 스스로의 내면 깊숙한 곳에서도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너무나 익숙한 자신과 일상 속에서 그 속에 있는 낯선 외로움을 발견하고 공감해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오정희의 글에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조은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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